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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Dec 08. 2016

나의 멘토, 호나우딩요(Ronaldinho)

그냥 즐겨보는 게 어때?


"정말로 천재적인 선수다."
- 데코 -

"나에게 있어 최고의 선수는 호나우딩요다."
- 펠레 -
 
"호나우딩요는 모든 것을 즐긴다."
- 긱스 -
 
"호나우딩요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 선수."
- 호나우도 -
 
"호나우딩요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남들보다 한 단계 앞선 기량을 갖고 있다."
- 카푸 -
 
"마법 그 자체다.

그 덕분에 바르셀로나를 전 세계에 알리게 됐다."
- 레이카르트 감독-
 
"호나우딩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 리오넬 메시-
 
"세계 최고의 선수는 호나우딩요다"
-웨인 루니-
 
"호나우딩요와 같은 위대한 선수를 상대하는 것은 영광이다."
-갈라스-



실로 오랜만에 덕질이다.

지금은 많이 희미해졌지만,
좋아하는 축구선수의 플레이를 밤새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케이블이 발달하여,
스포츠 채널만 틀면 언제 어느 때곤 영국과 독일, 스페인의 축구 리그를 볼 수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겨우겨우 그들의 플레이 영상을 구할 수 있었고
밤잠 설쳐가며 그들의 경기를 보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노는 것보다도 좋아했던 축구였으니
그 자체로 이미 덕질이었지만,

화질도 좋지 않은 그들의 레전드 영상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았던,

그런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수많았던 영웅들 속에서

늘 내 마음속 no.1을 차지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호나우딩요다.

(호나우지뉴가 맞는 표현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는 나에게 "딩요"였고,
그 "딩요"란 어감이 주는 리드미컬한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호나우지뉴'대신, '호나우딩요'로 글을 쓰려한다.)




외계인 호나우딩요.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으로 불렸던 그는

나의 학창 시절 불을 지펴준 영웅이자
나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 멘토이자
지금껏 운동장을 떠나지 않고 여전히 공을 쫓게 만들어 준 코치이자

그라운드 위에 서있다는 그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준 그런 위대한 인물이다.

남중, 남고를 나오며 축구가 곧 전투였던 그 시절,
입시지옥이라는 또 다른 전투와 싸워야 했던 치열했던 그때,

언젠가 호나우딩요가 꿈속에서 나에게 말했다.

축구는 전투가 아니라고,
축구는 참 즐거운 거라고.

그러니 그냥 즐겨보는 게 어떠냐고,

비단 축구뿐 아니라 삶도 그렇게 살아보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이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프로정신이 깃든 신화 속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딩요의 그 말이 참 충격적이었다.

천재라 불리는 재능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에 머물러야 정상일 터인데
그것보다도 즐기는 게 우선이라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그는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를 떠난 그에게는
'실력에 비해 게으르다, 이타적이다, 경쟁심이 없다, 이기려는 마음이 부족하다' 등등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누가 뭐래도, 그게 호나우딩요의 축구였다.

그는 최선을 다해 축구를 즐겼고,
자신을 바라보던  수많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왔던 영웅이자 스타였다.

중요한 경기를 치를 때도 긴장보단 설렘과 즐거움으로 그라운드에 섰던 그는,

마치 냉혹한 프로의 세계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그만의 축구 문화를 창조해냈다.




가장 브라질 다운 축구를 구사했던 호나우딩요.


얼마 전 했던 엘 클라시코를 보며 다시금 그때가 생각났다.
(*엘 클라시코는 스페인 축구리그의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전을 의미한다.)

호나우딩요가 있었던 2005년의 바르셀로나.

그의 존재로 인해 지구방위대라고 불리던 레알 마드리드가 무참히 격파되던 그 순간.
호나우두, 피구, 지단, 베컴, 카시아스, 카를로스가 있었던 그 무적 팀이,,

호나우딩요의 개인 돌파 2번으로 그냥 무너져내리는 그 경기를 본 당시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었다.

심지어 상대팀 관중들에게 존경의 기립박수를 받았던 호나우딩요.

외계인이 부렸던 마법 같은 시간은 아마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늘 축구 안에서 인생의 답을 찾아왔다.

그 안에서 리더십을 배웠고,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웠으며,
동료들과 함께 누리는 희로애락을 만끽했다.


자칭 인생의 학교라는 축구에서
호나우딩요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기존의 틀을 깨어버리는 상식 밖의 존재감.

부담과 긴장을 내려놓고 진정한 즐김으로 임하는 누군가가 줄 수 있는
"유쾌한 영향력"을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참 생뚱맞긴 하지만,

호나우딩요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논어의 구절이 있다.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 어떤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많이 긴장되고 부담되는 순간.
그 기분을 환기시키기 위한 여러 극복 요령이 있겠지만,

나의 그 요령 중 하나가 호나우딩요의 레전드 영상을 덕질하는 것이다.


답답한 하루에 놓였을 때,
그가 주는 쌈바 감성을 만끽하고 나면
굳어진 어깨가 괜히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 브라질의 쌈바 감성 안에는
언제나 웃음이 있고, 열정이 있고, 즐거움이 있었다.  


혹시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축구를 잘 모른다 할지라도 상관없다.

그의 백만 불짜리 미소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올 테니깐!

혹시라도 보잘것없는 이 글을 끝까지 읽었을 누군가를 위해 조르바 아저씨 같은 호나우딩요의 미소를 마지막으로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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