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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Dec 22. 2016

제로베이스(zero-base)

"결국은 방향이 중요하다."


제로베이스



프로젝트를 하다가 답을 모르겠거나,

이 방향이 맞는지 계속 의심이 들면

제로 베이스로 돌아간다.


'제로 베이스'.  

말 그대로 원점에서 생각하는 거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에

참 막막하고 속상한 과정이지만,

막상 제로 베이스에서 생각해보면

못 보고 지나쳤던 많은 답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난 제로 베이스를 좋아한다.





게다가 실제로는 완전한 제로 베이스도 아닌 것이,


그동안 고민하며 진행한 많은 과정들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못 봤던 다른 관점들을 새롭게 보이게 되고, 놓치고 있는 부분까지 다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방향이 중요하다.


프로젝트의 버전은 업시키면 되지만,

방향이 잘못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

제로베이스는 때론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유의점이 있다.

제로베이스로 돌아가는 시점이 너무 늦어지면,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언제나 정해진 기한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답에 대한 확신이 없을지라도,

시간에 쫓기며 그냥 밀고 가야 될 때도 있다.


제로베이스는 유연함에서 오는 전략이다.

유연하지 못한 신념과 고집은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


Good is better than perfect.



몇 해 전 읽었던

[완벽주의자의 함정]이라는 책에 나오는

인상 깊었던 문구다.


너무 깊게,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가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있다.


정확한 답을 찾으려 많은 시간을 쓰게 되지만,

때로는 정확한 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아닌 줄 알았던 무언가가 답이 되는 경우,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답이 완성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제로베이스는 프로젝트의 스킬이지만,

한 발 자국 떨어져서 문제를 바라보라는

지혜로운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


문득 우리 인생도

프로젝트와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결정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내가 가고 있는 이 방향이

올바른 방향인지를 말이다.


사막같이 드넓은 인생을

정복해야 되는 좁은 길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말이다.





내 인생을 제로 베이스에 놓고 생각해봐야 한다면.


바로 지금이다.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제로 베이스 타이밍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중 첫 번째가 자연스레 왔고,

다시 내 인생을 원점에서 시작하려 한다.


많은 이들이 걱정을 했지만,

난 걱정이 아닌 응원만 받고 싶다.


우리들은 이미 너무 많은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내 걱정은 나 혼자만 해도 충분한 것 같다.





3년 전, 일기장에 썼던 글을 발견했다.

제로베이스를 결심했던 그때.

나무 대신 숲을 보고 싶었던 시절,

사막을 그리워했던 방랑의 시절이었다.


한 해가 머물렀다 가고,

새 해가 슬며시 다가오는 이맘때면

늘 '초심'을 찾게 된다.


1년 동안의 치열한 삶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치고,

의욕이 가장 떨어져 있는 한 해의 마지막.


하지만 바로 그때

어김없이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온다.


시간의 흐름대로라면 더 지쳐야 정상인데,

숫자가 12에서 1로 다시 바뀌는 순간

우리는 어김없이 새로워진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신비로운

'초심'의 마법을 사랑해왔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에 따라 신체가 좌우되며 감정이 조절된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나는 인간이 만들어낸 달력과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신의 도움을 받아,


'초심의 마법'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치열했던 올 한 해.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하루빨리 회복하고 싶다.



제로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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