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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Dec 17. 2016

스타트업 3년,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지금보다 좀 더 어렸고, 철이 없었다.  

결혼 전이었고, 잃을 게 없었고,

심지어 잃는 것 마저 얻는 게 되었을 시절.


해보고 싶었던걸 해야만 했고,

날마다 좀 더 자유롭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스타트업.


사실 스타트업이 뭔지도 잘 몰랐었다.

그저 좀 더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3년이 폭풍처럼 흘러갔다.


그나저나 3년이라고 말하고 나니 몹시 당황스럽다.

10년 정도는 일한 것 같은데,, 고작 3년이라니.


더욱이,

자유를 갈망하며 뛰어들었던 그 10년 같던 3년 동안 자유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늘어나는 동료들의 수만큼 책임감이 더해졌고,

지키고 싶은 것들이 생기게 되면서 때로는 두려워지곤 했다.


기업에서 일할 때는 그 책임감이 내 몫이 아니었지만,

창업의 주인의식은 그 모든 두려움까지도 주도적으로 감당해야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회사. (주)레저큐.
2013년 겨울에 찍었던 사진. 본격적인 고생을 시작하기 전 파릇파릇했던 도현님과 보국님(이사님과 대표님).



그렇게 4명에서 시작한,

말 그대로 스타트업을 스타트했던 사업은

이제 어느덧 70명이 넘는 ‘성장 중’인 4년 차가 되어버렸다.


대표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하여,

4번째 사무실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3년이면 뭐가됐든 결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


4년 차에도 왜 여전히 스타트업이라 부르냐면

늘 시작이기 때문이다.


결코 안정이란 없다.


3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도,

2년 전 첫 투자를 받았을 때도,

1년 전 3번째 이사를 가며 규모를 확장했을 때도,

우리는 늘 그렇게 이야기했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늘 무언가는 시작해야만 하는 운명.


가꿔온 서비스를 토대로,

쌓아온 자산을 토대로,

단단해진 지식을 토대로,

이제 또다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보려 한다.



결국 나의 꽃다운 30대 초반을 고스란히 보내게 된 이곳.

세계일주 대신 선택한 스타트업으로의 여행은 이렇게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3년 동안 안 해본 일이 없는 것 같다.


기획을 했었고, 영업을 했었고, 운영과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얼마 전 새롭게 미디어사업부를 만들었다.


직접 고객 응대를 하며 서비스 철학을 만들었고,

전국에 있는 파트너들을 찾아다니며 현장 속 인사이트를 얻었다.


굳이 여행으로 따지자면,

정글 속 오프로드 같은 여행이 아닐까 싶다.



스타트업.


막연히 멋있을 것 같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여 열정 하나로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았지만


성냥을 들고 무언가를 태운다는 게 멋있을 리 없지 않은가.


횃불도 아니고, 화염방사기는 더더욱 아닌

딱 성냥의 비유가 적당할 것이다.


물기라도 좀 있다 치면 불이 안 켜질 수도 있고,

작은 바람에도 금방 꺼지며,

타기 시작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줄어드는 그런 위태로운 도구.


그런 성냥을 들고 아슬아슬하게 싸웠던 우리들은


지루하고 힘든 일을 수 없이 반복해야 했고,

때로는 능력 밖의 일들 앞에서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을 때도 많았다.

아니, 기도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았다.


참 많은 일들이 우리 능력 밖의 일이었고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겸손’과 ‘감사’를 더 깊이 깨달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창업을 한다고 하면 무조건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단 몇 달 동안이라도 회사를 만들고 운영해보는 경험을 가져보라고 하고 싶다.


기업에서 느꼈던 막연함과 방황이 참 답답했었는데,

이제는 막연하지 않으면 재미없게 느껴지곤 한다.


삶과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여유로워졌다는 것.

그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잃는 것이 있어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게 되는 것이 반드시 있다.


그 심플한 정답을 몸소 깨달았고,


그렇게 마음먹은 뒤부터는,


생각만큼 잃는 것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생각하기에 따라 얻는 것만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다시 한번 창업을 시작하는 기분으로 한 해를 보낼 생각이다.


사실,

잘 될 수 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의 열정과, 오늘의 주도성,

그리고 오늘의 즐거움이

결국 내일을 결정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희미한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도 사치.

불안한 내일을 걱정하는 것도 사치다.


그저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다짐할 뿐.


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우리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여행레저 커머스 [가자고]

올해 1월에 런칭한 따끈따끈한 서비스지만

회원수 30만 명, 월 100만 UV를 확보하고 있다.

(깨알 홍보..)


#. 올해는 사무실 입구에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했다. 올 한 해 내가 했던 일 중에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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