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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ug 24. 2016

< My Father >

아버지가 오늘 <녹조근정훈장>을 받으셨다.
교직에서 33년 이상 일하신 공로가 인정되어  
국가에서 주는 대통령 훈장.

이로써,  
내가 늘 좋아했던 교사 아들이란 칭호를  
살짝 내려놓게 되었다.  

나는 내 아버지가 선생님인 게 너무 좋았다.  
교사 아들이니깐 공부를 잘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교사 아들이니깐 늘 착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교사 아들이니깐 어려운 이웃도 돕고, 먼저 배려하고,  
선생님 말씀도 남들보다 더 잘 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나는 겨우 모범생 흉내를 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제자들이 종종 집으로 찾아오곤 했다.  
당시는 스승의 날이나 방학 때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선생님 댁을 방문하곤 했다.

그렇게 집으로 온 누나들이  
아버지를 따르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아버지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누나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아빠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생님이었다 :)


늘 나의 롤모델이 되어 주신 아버지.

언제나 먼저 손해 보라고 말해주셨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일러주셨고,  
행복을 절대로 미루지 말라는 인생의 조언도 해주셨다.

결혼 후 양가 식구들에게  
어떻게 사랑받는지 직접 보여주셨고,
아내에 대한 존중이 무엇인지 늘 보여주셨고,
아들 딸에게 인기 있는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보여주셨다.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화목한 가정이 최고의 유산 아니냐며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아버지.

가을이 왔다고, 카톡으로 윤동주의 시를 전해주시는 로맨틱한 아버지.

히말라야 트래킹 여행을 하시며,  
머무는 장소마다 엽서를 써붙여 주시던 다정한 아버지.

캠핑과 산과 카메라를 사랑하신 아버지.

부유하진 않았지만,  
우리 집은 늘 마음의 부자였던 것 같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건  
33년 동안 그 곁을 함께해준 엄마 덕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냥, 나에겐 아버지가 어머니고, 어머니가 아버지인 것 같다.
그런 게 부부가 아닌가 싶다.  
함께 있으면 평화로운,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함께 고생하고 함께 나눌 줄 아는...

아버지의 훈장이 그저 애틋하고 뭉클하다.

33년 동안 정말 너무너무 수고하셨어요.  
제2의 인생을 응원할게요. 마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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