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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ug 24. 2016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 리뷰.


원래 나는 감정을 절제하며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이 영화 앞에선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아주 가끔씩, 그런 무장해제용 영화가 찾아온다.  


이 영화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아니고, 남녀의 이야기다. 미칠 듯 귀엽고, 미칠 듯 사랑스러운 두 남녀의 이야기..

한때는 격정적인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착각했을 때가 있었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보여지는 사랑의 환상'에 속아서 '보이지 않는 사랑의 아름다움'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은 이런 것이다.'라고 정의 내려준다.  
영화 속 존재하는 모든 풍경과 언어들은  
감히 사랑을 정의하는 조각조각이 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속에 맴돌았다.  


할머니는 여전히 여자로서의 당신 모습을 저버리지 않았고, 할아버지는 사랑받는 여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고 있는 현명한 남자였다. 물론 할머니도 연신 고마워요를 연발하며 남자에게 행복을 준다.  

초반 영화 속 장면과 대화들은 나를 여러 번 소리 내어 웃게 만들었다. 어쩜 저리 귀여울 수 있을까.  

첫눈을 서로에게 먹여주는 모습.
눈싸움을 하고, 물장난을 하는 모습.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모습.  

한 없이 너그러운 당신들의 로맨스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견딜 수 없었다.
그건 분명히 사랑이 주는 행복과 기쁨이었다.  

배려가 무엇이고, 존중이 무엇인지 당신들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느꼈고, 당신들이 누리는 진정한 낭만 앞에서 한없이 부러웠다.  

하지만, 영화 속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사랑이 주는 슬픔과 절망이 공존하게 되었다. 슬픔과 절망조차도 너무 아름다워서 감히 그러하다 말하지 못했고, 그 감정의 먹먹함을 감당하는 내내 숨이 막혔다. 둥둥 떠도는 행복 속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너무 서럽고 슬픈 마음에, 기도했고, 또 기도했다.   

.....


이 영화는 이성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로지 감성으로 존재하며, 그저 그립고 아름다울 뿐이다.  

감정을 절정으로 느껴지게 하는 편집이나 영화의 대중성, 자연스러운 듯 어색한, 그것조차 의도했을 영화의 기법들,,

그런 것들을 평하기에 앞서 먼저 가슴이 받아들이는 영화.

어떠한 허점이나 비평이 오가더라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두 남녀의 따뜻한 존재감이 있는 영화.  

만들어낸 웃음이 아니고,  
만들어낸 행복이 아닌 영화.
만들어낸 슬픔이 아니고,  
슬픔조차 아름다운 슬픔이어서 감사한 영화.


이 영화의 제목을 생각해낸 누군가의 감수성이 너무 탐났다.  
이 제목이 아닌 다른 어떤 제목이었다면 제목을 붙인 누군가를 미워했을 거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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