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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ug 26. 2016

거실 서재 이야기

결혼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바로 거실을 서재로 꾸미는 것.

결혼 전에는 거실이랄 게 없었기도 했고, 책을 사서 읽는 탓에 책이 가장 큰 짐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는 아내를 만나 함께 취미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소파와 텔레비전 대신 책이 가득 꽂혀진 곳에서 늘 영감을 얻길 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 집의 거실서재.

꿈꾸던 모습 그대로.
지금은 책들이 더 많아졌지만 초반에는 액자와 피규어도 예쁘게장식했었다.


2007년부터 사서 읽기 시작한 책이 어느덧 이만큼이나 쌓였다.

감사하게 아내도 책을 좋아해서 그간 소장한 에세이와 심리학 서적들을 제법 가지고 왔다.

빌려 읽은 책들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되도록이면 책을 사서 읽고 싶었다.

책을 사러 서점에 갈 때의 기대감과 책을 고를 때 느껴지는 설렘도 좋았지만, 그것보다는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볼 때 느껴지는 감각이 소중했다.  
책을 읽을 당시의 느낌이 떠오르곤 했는데, 책을 통해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다시 살아나서 좋았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감사한 일 중 하나가 책과 친해진 일이 아닐까 싶다. 책 읽는 행위 그 자체의 낭만은 물론이고, 가볍던 나의 생각과 좁았던 나의 시야를 어느 정도는 풍요롭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책이 없었다면, 감히 대단한 작가들과 대화하는 영광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고, 방황하던 그 시절,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너무 감사한 일이다.
 
특히나, 나에게 한국문학의 위대함을 알려준 '김훈' 아저씨와 주말마다 함께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가장 감사한 아내.
그리고 김훈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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