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아니어도 괜찮아
나는 3등이 좋다.
“1등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
“그래도 1등이 최고지”
“1등이 되어나보고 그런 소리 해.”
지금 그런 말을 하자는 게 아니다.
지금 그 '1등 만능주의'가 싫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그냥 난 3등이 좋다.
알겠지만 1등은 그저 나오는 게 아니다.
타고난 천재성이 있거나, 미친 듯 노력하거나.
그리고 그 둘 중 하나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둘 다 갖추어야 한다.
게다가 1등이 되면 주목도 받아야 되고, 경쟁자도 생기며, 내려오지 않기 위해 또 죽어라 노력해야 한다.
그 부담감은 생각만 해도 싫다.
그러다가 1등이 2등이라도 하면 질타받기 십상이다.
이번에는 게을렀냐는 둥. 노력이 부족했냐는 둥.
그렇게 한꺼번에 받았던 주목이 역시나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한다.
아, 그 상실감 또한 생각하기도 싫다.
2등은 또 어떤가
2등은, 만족해야 하는 숫자가 아니라고 배웠다.
1등의 라이벌이 되어야 하고,
1등을 하기 위해 뭔가 더 발전해야 하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과 기대 때문에 또 다른 부담을 견뎌야 한다.
‘2인자’라는 별명은 참 나약한 말이다.
정말 잘하는 누군가도 2인자라고 불리는 순간, 그 가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3등은 다르다.
1등의 메인 라이벌도 아니고,
늘 주목받는 자리도 아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2등을 하면 칭찬을 듣고,
실수해서 4등이나 5등을 해도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3등은 누가 봐도 상위권이다.
참 잘하는 사람이고, 올림픽에서는 메달도 받을 수 있다.
시상대 위에는 설 수 있지만,
상실감과 주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자리.
"3등이 얼마나 어려운데, 3등도 쉽지 않아."
등의 평가나 조언도 사양하겠다.
(왜냐하면, 이 글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내가 말하는 3등은,
1등에 대한 반항이자 열심히 노력한 달콤함이기도 하며 우리 삶의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철학적인 숫자다.
모두가 최고를 목표로 하고, 1등이 되고자 하는 와중에 3등을 목표로 하는 순간 불현듯 여유가 찾아온다.
적어도 1등보다는 더 달성하기 쉬운 목표임에는 틀림이 없으니,목표에 가까워지는 행복을 느낄 확률도 커진다.
그리고
1등을 하려면 프로페셔널해야 할 것 같은데,
3등은 아마추어도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 것만 같다.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조금은 느리게 가도 될 것 만 같은 3등.
3등이 주는 미학은 오늘날 나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3등을 사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은 사회.
최고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
오늘 내리쬐는 5월의 찬란한 햇살은 3등을 위한 것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