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괴물 Apr 19. 2017

5번째 사무실 이사

스타트업 레저큐 이야기.



회사가 5번째 이사를 했다. 

매번 그렇듯 더 큰 꿈을 안고서.


더 큰 꿈은 언제나 더 큰 부담이 되지만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동료들이 늘어나고, 사무실 평수가 늘어나고, 더불어 나의 책임감도 늘어났다. 동료들이 많아졌다는 건, 나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거고 내가 부족한 만큼 힘들어할 사람도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난 그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은 소박한 영혼일 뿐인데, 동료들과 더 오래 함께 일하고 싶고 그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더 성장해야하고, 더 많이 학습해야 하며, 때로는 헌신과 희생도 필요하다.  


그들이 있어 든든한 만큼, 나도 그들에게 든든한 동료가 되어야 공평한 거니깐.


부푼 꿈과 무거운 책임감이 더 없이 공존하고 있다. 






이번 사무실을 옮기면서는 지금까지 둥둥 떠 있던 '레저큐의 문화'를 더 선명히 그려보자 계획했었다. 우리의 젊음과 행복, 그리고 즐거움이 담길 수 있는 그런 사무실. 깨어있는 하루의 절반을 보내게 되는 사무실 공간은 더없이 중요하다. 오래 머물고 싶은 직장이 어딨겠냐만은, 적어도 빨리 도망쳐 나오고 싶은 사무실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사무실을 골랐다. 

그렇게 결정된 사무실이 선정릉 근처에 있는 디캠프(D.CAMP) 건물이다. 

선정릉이 어떤 곳인가. 조선시대 왕의 무덤이 있었던 곳이 아니던가. 얼마나 좋은 터였길래 이곳에 왕의 릉을 만들었을까. 갑자기 발동한 풍수지리 예찬론에 힘입어 좋은 정기를 가득 받을 것만 같은 디캠프로 낙점되었다. 

더욱이 건물 2층 카페에만 올라가도 몇 백 년 전에 조성된 유적지와 공원을 고즈넉이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건물은 무슨 건축 디자인상까지 받은 느낌 있는 빌딩이고, 사무실 안의 인테리어는 홍대에 있는 카페를 옮겨놓은 듯 예뻤다.(물론, 한껏 오버해서)

서울대 입구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해서, 구로디지털단지의 아파트형 사무실을 전전하다가 강남에 있는 카페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다니, "드디어 우리 레저큐가 출세를 했구나!"라고 직원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표를 비롯한 파트너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게 되었다. 

그래도 뭐 어떤가.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건 레저큐의 사무실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오래도록 꿈꿔왔던 스타트업 오피스! 높아진 보증금과 월세는 뒤로하고(대표님, 죄송합니다) 단 하루를 일하더라도 이런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지금 나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이런 곳에서 일을 한다면 당연히 성과도 더 많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직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그렇게 되겠지. 하하.




뒤에서 남 욕하지말자. 좀 더 뒤에서 하자. 여기는 위험하다 - by 휴게실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자. 이미 늦었다면 다른 길을 찾자"


"우리끼리 싸우면 경쟁사가 웃는다."


"여행의 즐거움은 고객에게 노동의 즐거움은 우리에게 -by 대표"


"우리회사는 사람이 좋다. 이제부터 좋은 사람 들어오겠지."


"일 없는데 야근하는 사람은 경쟁사에 추천하자."


"강남에서 칼퇴하면 차막힌다."



-> 이렇게 사무실 곳곳에는 우리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잔뜩 붙어있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잘 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 회사는 잘 하고 있을까. 

잘한다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겠지만, 적어도 즐겁고 감사한 회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족한 회사와 부족한 리더들을 믿고 묵묵히 따라와 주는 좋은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오늘은 언제나 따뜻하다. 몇 년 뒤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는 신만이 알고 있으리라. 우리는 그저 겸손하게 주어진 우리의 미션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한 작은 신념들이 우리들의 젊음을 위안해주고 있고, 우리의 오늘을 보듬어 주고 있다. 

문득 예전 일기 장에 적어둔 문구가 생각났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연이란 없다.”

나를 사랑한다면 오늘을 운명처럼 느껴야만 한다. 나는 우연히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숙명 속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나의 행복을 위한 자기 합리화이자 긍정이다.



현택아, 지금이라도 도망쳐! 세상은 넓다!! 



노동은 언제나 힘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김훈 님은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노동을 통해 대가를 받고, 그것으로 비루한 배를 채울 수 있는 그 행위를 '밥벌이'라 말했다.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으리라. 

우리는 인간에게 주는 밥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다. 한 끼만 굶어도 우리는 행복하지 않으며, 하루를 굶었다고 치면 배고픔이라는 그 원시적인 감정 때문에 많은 것들을 뒤로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유지하게 해주는 밥. 그리고 그것을 제공해주는 밥벌이란 참으로 신성하다. 

나의 '청춘'과 '자유함'을 당분간 선정릉의 한 스타트업 사무실 앞에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아니 지난 몇 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국내여행 시장이 너무 협소하다
통일까지 잘 버티자.



#.(주)레저큐는 4년차 스타트업으로서 '국내여행레저 큐레이션 서비스' [가자고]를 운영하며, 국내여행 마케팅 및 O2O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수 한 바퀴의 여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