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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Jun 06. 2017

지구 반대편의 가족

컴패션 어린이 후원



내게는 국적이 다른 두 가족이 있다. 


7년 전 처음으로 직장에서 월급을 받았던 그 해, 아이티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큰 재앙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뉴스의 한 장면으로 스쳐 보냈을 텐데, 왠지 그때는 내가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고 있다는 직장인 신분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학생일 때는 핑곗거리가 있었다. 나도 아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곤 했다. 하지만 돈을 벌게 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티라는 처음 들어보는 나라에 지진 후원금을 내고, 도움이 필요한 한 아이의 양육비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에르난도 필스-아이메.


2008년 12월 1일에 태어난 남자아이. 학업성적은 보통이지만 국어를 좋아하고, 음악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꼬마. 집안에서 부엌일 돕고, 물 길어 나르기를 맡아서 한다는 이 꼬마친구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수많은 인연이 있지만, 만난 적 없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 가족이 된다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인연이 아닐까 싶다.

사실 양육비가 그리 적은 돈은 아니다. 한 달에 4만 5천 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9잔 마실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한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마실수 있는 물, 그리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돈이다. 그들에게는 나의 커피 9잔 보다 훨씬 큰 가치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의 작은 도움으로 꿈을 꾸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것은 너무 큰 기쁨이자 행복이다. 

이제 그 꼬마는 제법 커서 나에게 정상적인 편지를 보내올 정도가 되었다.(처음 받았던 편지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ㅎㅎ) 아이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사진을 보내주고, 편지와 소식을 주기적으로 전해주는 '컴패션' 덕분에 나는 에르난도와 꾸준히 마음으로 교감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가끔 에르난도에게 편지를 쓴다. (물론, 컴패션에서는 그 나라의 언어로 편지를 번역해준다.)





그리고 한 달 전, 스타트업을 시작하여 3년이 넘도록 멈추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한 감사로 또 다른 아이를 후원하게 되었다. 에티오피아의 미나쎄 헤일루. 

어쩌면 이제 커피 18잔을 참아야 하지만 다행히 3년 동안 성장한 회사에는 커피머신이 생겼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나의 아내는 나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아내는 '월드비전'을 통해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얼마 전 후원한 지 십 년이 넘어 그 아이가 성인이 되었고 자연스레 새로운 아이로 후원 대상이 바뀌었다. 볼리비아의 호세 미구엘. 역시나 귀여운 친구다. 


지구 반대편에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이지 모른다. 언젠가 세계일주를 꿈꾸는 우리 부부에게 그들은 또 다른 행복의 씨앗이자, 따뜻한 설렘이다. 





나의 친구 에르난도에게.

그동안 너무 편지를 더 자주 못써줘서 미안해. 하지만 늘 너의 소식을 들으며 네 가족들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단다. 나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어. 처음 너와 인연을 맺게 되었던 20대가 지나고, 어느덧 결혼을 하여 새롭게 가정을 꾸리게 되었단다. 아내와 함께 너에 대한 이야기를 기쁨으로 나누고 있어. 아내도 지구 반대편에 있을 너를 위해 늘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단다. 

에르난도야, 언젠가 너를 만나게 되는 그 날을 상상하곤 해. 음악을 좋아하는 너를 위해 작은 음악회에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너와 함께 축구를 하는 상상,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걷는 상상을 말이야. 아직은 지구 반대편이 너무 멀게 느껴지지만, 기술이 더 좋아져서 네가 더욱 큰 성인이 되었을 때는 아마 우리의 만남이 더 쉬워지겠지? 그때 우리 건강하고 씩씩하게 만나자. 서로를 축복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자. 

에르난도야. 비록 내가 우연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풍족하게 살고 있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계획 안에서 너를 만나게 되고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뻐. 네가 좀 더 자라서 나와 진심 어린 편지를 더 자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늘 건강하렴. 사랑한다.

너의 영원한 친구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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