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다낭
2년 만에 다시 찾은 베트남 다낭.
아직 가보지 못한 여러 여행지들을 뒤로한 채 다시 다낭을 선택했다.
그만큼 지난 여행의 여운이 꽤 오래도록 남았다.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지만
서울에 없는 동양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여행지.
일상에서의 바쁨이 사치로 여겨질 만큼
시간이 느리게만 흐르는 마법 같은 곳.
배낭 하나와 카메라를 들고,
하염없이 걷기만 했던 호이안 올드타운과
끝없이 펼쳐진 다낭 해변의 평화로움이 늘 그리웠다.
(*보통 호이안과 후에까지를 묶어서 다낭 여행으로 포함시키곤 한다. 이는 다낭에 국제공항이 있고, 더 많은 리조트와 호텔이 밀집해있어서 그렇다. 게다가 다낭 시내에서 호이안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어서 여행에는 큰 구분이 없다.)
아내와 나는 제법 잘 맞는 여행 메이트다.
결혼 후 여러 나라를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의 여행 취향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아기자기한 골목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예쁜 노천카페에서 여행자들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한다.
작은 가게들의 인테리어를 구경하고,
현지의 맛있는 음식에 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리조트 앞 해변에 나가서 햇살을 맞으며 누워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다낭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휴가 동안 가장 멋진 여행을 누릴 수 있는 곳.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이 넉넉한 여행지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호이안 is...]
다낭으로 도시 중심이 이동하기 전까지
호이안은 동남아의 주요 무역항이었다.
베트남 고유의 문화를 토대로 프랑스와 영국, 일본과 중국의 문화가 교류했던 곳.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 올드타운이 전 세계 여행자들을 매료시키는 이유는
그 옛날 타국의 문화들이 서로 충돌하고 교류했던 흔적이 여기저기 스며들어 있어서 일 것이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어디든 하나가 되어있지만, 몇 백 년 전만 해도 다른 외모와 복장, 언어를 접하며 많은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타문화 속에 스며든 다양한 생각들을 교류하면서, 작은 마을 속 더 넓은 세상을 만끽했던 역사의 정취가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서 오늘날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올드타운의 거리거리를 거닐며 서로를 향한 호기심 위에 수줍게 번성했을 그 옛날의 항구도시를 그려봤다.
그리고 호이안은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뒤섞여 몇 백 년 전의 그때를 재현하고 있다.
이번에도 우리 부부는 참 많이 걸었다.
지나온 올드타운을 몇 번이나 되걸었고
해변을 따라 걷고
강변을 따라 걸었다.
이 걷는 행위가 우리에겐
여행이고 여유로움이고 비움과 채움이기에
우리는 마치 걷기 위해 떠나온 여행자인 듯
걸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 찬란하고 소박한 풍경이 함께였기 때문일 것이다.
몇 백 년 전 지어진 건물들을 식당이나 상점으로 개조해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신비로움을 건네주고, 거리의 초록 식물과 나무들은 전혀 이질감 없이 조화롭게 존재한다.
건물끼리 연결된 풍등은 신비로운 아시아의 미를 한껏 뽐내고, 자전거 탄 여행자들이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이 곳.
다낭과 호이안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행지이다.
지금 올드타운의 한 노천카페에서 진하고 달콤한 베트남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동안 내 앞의 풍경이 얼마나 흥미로웠는지, 내 부족한 글과 사진으로 표현할 재량이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다낭 is...]
그리고 우리는 숙소를 다낭 해변과 맞닿아있는 곳으로 잡았다.
이곳에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6대 해변인 미케 해변이 있다.
아름다운 바다 그 자체도 좋지만,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에 포브스지가 반했던 게 아닌가 싶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며 가끔 바다로 나가 햇살과 파도를 맞고, 해변을 뛰고 모래사장을 구르며 휴양을 겸할 수 있다는 것이 다낭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배낭여행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는 흔치 않으니깐.
우리는 이번 여행도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바다가 좋으면 바다에 더 머물고
걷고 싶을 땐 걸을 수 있는 여행.
그저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이 곳에서 이틀은 꼬박 바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세계 어딜 가나 한결같은 바다는
언제나 이국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같은 풍경, 같은 냄새, 같은 소리.
나는 그 낯선 땅이 주는 익숙함을 좋아한다.
우리 부부는 이번에도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났다.
일이 바쁘고 미리 모아둔 여행 예산도 없었지만 그것보다 떠나고 싶은 간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일상과 물리적으로 차단된 곳에 가서 나를 정돈하고 싶었고, 한해를 시작하며 다시 나만의 리듬을 찾고 싶었다.
바다가 보이는 다낭의 리조트에서 평화롭게 책을 읽고 있으니, 문득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이 생각났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쫓기듯 앞으로만 달리던 나를 잠깐 멈춰 서게 해 준 따뜻한 공기였던 것 같다.
문득, 조용히 소설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을 그려보던 시절의 자유로움이 생각났다.
매일 무언가를 끄적이며 감사해하던 기분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주변을 달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아내와 손 잡고 하염없이 걷는 것도.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치여 놓치고 있던 많은 좋아하는 것들이 생각났다.
역시 떠나오길 참 잘한 것 같다.
누군가가 그랬던 것 같다.
여행은 언제나 정답이라고.
"낭비 없는 낭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