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전 Oct 28. 2024

졸업한 선배들은 뭐 하고 사세요?

대학 학부생들이 졸업한 선배들에게 궁금해하는 진로 이야기

서울대 사범대 (우리과) 학부 전공강좌를 맡고 있는 대학동기에게 한 달 전, 20분짜리 ZOOM 진로 특강 의뢰를 받았다. 본인이 맡고 있는 학부생 전공 수업 시간에, 자기가 아는 우리과 출신 지인들을 총 동원한 진로 특강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 개인 수업에 부른 지인들이니 특강료는 없고 대신 특강자가 부담스럽지 않게 20분~30분 단위로 쪼개었단다. 친구의 간절한(?) SOS에 '하겠다'라고 했다.


친구의 친화력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이렇게 특강자들이 특강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는 본인들도 학부생 시절 진로 고민이 많았을 테고 이제는 졸업해서 어느덧 직장인이 되었으니 이 직종 종사자로서 작은 조언이나마 해 주어 같은 과 후배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테다.


현재 우리과 학부생 후배의 고민은 이렇다고 한다. 교사 TO 막차(?)인 지금 일단 교원 임용 시험을 준비해야 할까, 대학원을 갈까,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까.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진로 특강 강사 리스트를 보니 반가운 이름도 있고 모르는 후배들도 있다. 지인만으로 꾸렸다는 이 녀석의 기획력이 매우 대단하다. 유네스코에 근무하는 후배도 있고, MBC PD도 있고, 이름만 들어도 아는 로펌의 변호사도 있다. 5급 사무관도 있고, 나처럼 단위학교 교사도 있다. 어? 나도 그들 이야기가 궁금하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다녔다는 연결고리가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위치에 있는 우리(지금은 우리라고 불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특강 당일, 공강 시간과 쉬는 시간을 활용해서 후배들의 이야기를 주욱 들었다. 직종에 따라 질문에 변주가 있었지만, 결국 학부생 후배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아래와 같이 수렴되었다.



1. 이 일을 하려 마음먹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2. 이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나요? 

3. 실제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이 있나요? 만족도가 높나요?

4. 실제 이 일을 하면서 투자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페이는 어느 정도인가요? 



나와 접점이 없는 직종이어서 그런지 특히 변호사와 방송국 PD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변호사는 말했다. 자기는 공부하다 보니 글을 빨리 읽고 조직적으로 글 쓰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했다. 로펌에 처음 들어갔을 때에는 아침부터 저녁 11시까지 주 6일 이상 열심히 일해야 했고, 지금은 쓸 것 다 쓰고 일 년에 1억(!)씩은 저축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페이를 보고 변호사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충고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보다 변호사 공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 후배들이 졸업할 즈음에는 변호사 사정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사법고시를 치르던 과거보다는 지금이, 지금보다는 미래가 더욱 말이다.


PD는 말했다. 우연한 계기로 언론고시를 보는 친구를 따라 시험을 봤는데, 특정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 시험이 꽤 재미있었고 도전해 볼 만했다고. 합격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언론정보학과나 미디어 관련 계열 출신자도 있지만, 다양한 학과 출신자들이 더욱 많다고 했다(신학과도!). 누가 보아도 관련 스펙이 뛰어난 사람도 뽑히지만, 본인처럼(?) 그렇지 않은 사람도 뽑힐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이 분석하기에 고스펙은 아니지만 언론 계열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 주제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본인이 절실하게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고 자기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MBC PD는 학부생 시절 전공 책을 깊이 있게 탐독하고 토론하던 문화와 습관이 지금 와서 보니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현재 PD를 하며 밤샘 작업예사지만, 자신의 결과물이 방송되었을 때 꽤 뿌듯하다고도 말했다.


현재 재외 한국학교 교사이자 교직 경력 12년 차인 나에게는 이런 질문이 들어왔다.


질문1. 교사 10년의 삶은 어땠나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질문2. 모의고사 출제나 교과서 집필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그리고 그 경험 등을 공유해 주세요. 

질문3. 국내 학교 근무와 해외 한국학교 근무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질문4. 해외 한국학교 파견 근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분짜리 특강이라고 해도 긴장은 된다. 사전에 PPT를 만들었다. 물론 이 대답은 보편적 교사 직군의 대답이 아니며 일개 교사 개인의 대답임을 유의해달라고 했다. 20분 동안 나의 발언 사이사이에, 학교 종소리도 들리고 전교에 안내 방송하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도 크게 울려 퍼진다. 덕분에 학교 현장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위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PPT 화면으로 대신해 본다.


질문1. 교사 10년의 삶은 어땠나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질문2. 모의고사 출제나 교과서 집필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그리고 그 경험 등을 공유해 주세요. 


질문3. 국내 학교 근무와 해외 한국학교 근무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는 다른 특강자들과 다르게 대학 졸업 후 원하는 직업을 갖고 나서부터 엄청난 진로 고민에 휩쓴 케이스였다. 또한 그들만큼 직업 만족도도 높은 편은 아닌 것 같다. '해외 한국학교 파견 근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지막 도전이자 최후의 도피'였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다행히 정말 좋은 학생들을 만나서 어느덧 3년이나 여기서 근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사님이자 사회자인 내 친구는 매우 다급하게 덧붙였다. "이분은 그 누구보다도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라고, 아, 과거형으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다.


특강 마무리에는 후배들에게 이메일 주소와 이 브런치 주소도 공개했다. 사실 후배님들이 했던 질문은 여기 브런치에 이미 다 썼단다.


주말 저녁 전국국어교사모임 계간지(155호, 주제: 실패)에서 만난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라는 <<파우스트>>의 구절이 큰 위로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