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듣기 싫어하는 말이 다르다는 건 참 흥미롭다. 무뎌서 더 무례한 말, 불순한 의도가 드러나는 말, 거짓말 등. 학창 시절에는 주로 '시간을 앞서가는 말'을 듣기 싫어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지금 하려고 했는데!)
평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유독 발끈하게 만드는 '급발진 포인트'가 있다. 대놓고 악의적인 말들조차 허허 웃어넘기는 온화한 사람들마저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그런 대화의 핵심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약자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상대와의 대화 중에 조금 과하게 방어적인 반응이 나오면 딱히 내가 실제로 호감을 먼저 가진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발끈하게 된다. A/S 센터에서 "이거 근데 구매한 지 n년 넘으신 거죠?" 묻기 시작하면 정당한 서비스를 받으러 온 내가 혹시라도 '진상'의 위치가 될까 봐 예민해지기 시작하고. 은근슬쩍 관계의 서열이 정해지는 대화, 내가 잘못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대화, 내가 동정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대화 등.
#안심귀가서비스 #주거불안정 #고독사 #저소득
1인 가구에 대한 칼럼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키워드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접하게 된다. 1인 가구의 연관 키워드들을 보면 마치 이 거칠고 험한 사회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생존에는 어마어마하게 불리한 선택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다 보니 혼삶에 대한 강연을 하고 책까지 내면서 1인 가구로서 얼마나 즐겁게 살고 있는지 얘기하고 다니는 나로서는 난감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이야기하는 혼삶의 행복이 마치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 사례처럼 보이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삶은 녹록지 않은 것이지만 그 와중에 그렇게 행복을 찾다니 대견하다' 라는 시선을 실감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불쾌할 만한 시선이 아님에도 나는 달갑지 않다. 제 아무리 응원의 시선이라 해도, 그 응원의 대상이 '약자여야 마땅한 삶에서 강자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우리'가 된다면 나는 아주 가볍게라도 파닥거리고 싶은 반발심이 생긴다.
그게 1인 가구든 n인 가구든, 공동체로서 살피고 돌보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묘하게 '논란거리', '해결과제' 혹은 '골칫거리'까지 몰리는 것 같은 기분은 누구든 반기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1인 가구를 위한 어떠한 캠페인이나 지원 사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싶다면 부디 산뜻해지길.1인 가구는 자기 자신이 독거노인 키워드와 함께 엮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1인 가구를 강자로 만들어주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키워드를 동반한 더 다양하고 멋진 일들이 생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