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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Jul 15. 2023

'00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이게 참, 은근히 어렵단 말이지.

요새는 젊은 친구들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하기가 겁이 난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어른들을 종종 본다. 무슨 얘기만 하면 사람들이 예민하게 받아치며 ‘꼰대’ 취급을 하는 것 같아 힘들다는 고민. 문제가 되는 상황이나 대화를 깊숙하게 파고들다 보면 단순하게 ‘세대 차이’나 ‘문화 차이’로 뭉뚱그리기 어려운 ‘감수성 차이’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몇 년 전부터 다양한 미디어와 일상 곳곳에서 ‘성인지 감수성(젠더 감수성)’을 비롯한 여러 분야와 관점에서의 감수성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이때 이야기하는 감수성이란, 감성이 풍부하고 눈물이 많은 특질보다는 일상 속에서의 차별과 불균형을 인지하는 능력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감수성, 특히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도 완성된 가정의 한 형태로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비혼 감수성’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예쁘고 성격도 좋으신데 왜 아직 혼자예요?"
"능력 있으면 혼자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위 문장을 읽으며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는가? 분명 칭찬하려는, 존중하려는, 응원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대화의 일부라는 것을 안다. 어떠한 상황이나 대화에 있어서 무조건 나쁜 질문이나 답이라는 것은 없을 터. 마찬가지로 어떻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모범 사례 같은 것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아니, 이런 말도 못 하나?' 하며 억울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좋은 의도를 가졌던 사람들일수록, 자신이 한 말이 상대를 불편하거나 불리하게 만들 수도 있는 ‘감수성이 부족한’ 말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만나 본 '00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1. 선입견이 없다. 설령 있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 소통할 때 오류와 오해를 최소화하고자 하기에 섣불리 판단하거나 한정 짓는 '닫힌 언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무조건’,’ 누구나’와 같은 단어가 포함되면 ‘닫힌 대화’가 되기 쉽다. 닫힌 언어를 하나씩 배제하다 보면 자연스레 '열린 대화'가 가능해진다.


3. 공감하기 위한 억지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군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관점을 대입해 보는 방식을 쓴다. 평소에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되려 아는 척하거나 하지 않고 담백한 질문을 통해 조금씩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접근한다.


4. 주변 사례에 빗대어 대화 상대의 상황이나 감정을 파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제 주변에도 아직 결혼 안 한 친구 있는데, 엄청 00 하면서 잘 지내더라고요!"와 같은 말은 긍정적인 의도와 뉘앙스를 갖는 말로 보이지만 실제 대화 상황에서는 의외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상대를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들 중에서 그나마 유사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례에 기대려는 방법은 자칫 상대를 내 생각대로 손쉽게, 심지어는 섣부르게 규정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5. 상대를 통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조언하려고 하기보다는 받아들이기 위한 의도를 갖는다.


6. 상대의 상태 혹은 상황에 대해 자신이 어떠한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알고자 하는 대화가 아님을 인지한다. 이는 1인 가구와 비혼의 상황에만 해당되는 항목이 아니다. “저희는 딸 하나예요.”라는 말에 “개인적으로 나는 하나만 낳는 건 반대야.” 하고 대답하는 대화를 떠올리면 어떤가.   


결혼하지 않고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나 스스로조차도 아직 이런 비혼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멋지게 살림을 꾸려놓은 지인에게 “혼자인데 잘해 놓고 사시네요?” 하는 말이 불쑥 튀어나갈 때가 종종 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접하며 살아온 나의 경험치 부족, 포용력 부족, 감수성 부족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더 많은 1인 가구가 안정적인 ‘1인 가정’으로서 미디어와 주변에 노출되기를 기대하며, 나 자신의 혼삶 역시 다른 누군가가 ‘비혼 감수성’을 키우는 재료로 쓰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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