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자신의 직업적인 목표와 가족 형태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다인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경우, 배우자와 자녀의 삶의 흐름에 따라 자신도 자연스럽게 역할을 찾게 되기도 한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집을 마련하고 싶다거나, 아이가 다 크고 나면 여행을 다니고 싶다거나.
하지만 1인 가구는 온전히 자신만의 삶에서 미션을 찾고, 자기 스스로 역할을 정리해나가야만 한다. 가정에서의 기여보다는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줄 것인지, 사회의 어떤 바운더리 안에서 살며 그 안에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끝없이 고민한다.
‘나는 가정도 없고,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혼자인데,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나 한 사람 없더라도 세상에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의 과정에서 1인 가구는 자칫, 자신이 가족과 사회에게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될 수 있다. 소위 자신의 ‘쓸모’를 입증하기 입증하려다 보니 지나치게 자신의 직업적인 성취나 경제적인 기반을 만드는 공고히 하는 것에 몰두하기도 한다. 1인 가구는 어떤 것을 동력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헤매거나 무기력해지기 쉬운 우리 1인 가구의 일상.
1인 가구는 무엇으로 사는가.
행복이란, 할 일이 있고, 사랑할 사람이 있고, 기대할 것이 있는 상태다. - 찰스 핸디 -
자신의 일상 안에서 사랑할 것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 전통적인 가치관에서는 할 일이 없는 상태를 경계하곤 했다. 사람이 자신이 할 일이 없는 경우, 인생에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기 쉽고 그러다 보면 무력감에 빠져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반려식물을 돌보는 것의 본질은 사랑할 대상을 두는 것에 있다. 우리는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만큼이나 사랑하고자 하는 필요가 있고, 타인으로부터 아무리 사랑을 받는다고 해도 자신의 안에 있는 정서적인 애정, 열망을 쏟아내지 못한다면 감정적으로 순환되지 않는다. 돌볼 것을 찾고, 기를 것을 찾는 이유가 그것이다. 사랑할 대상이 없는 사람은, 어쩌면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보다도 더 불행할 수 있다.
1인 가구는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하지 않는 대신에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붓한 시간들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일상에서의 여행을 반복한다. 자신이 열망할 수 있는 대상을 찾고, 그것을 위해 마음을 쏟고. 그러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하루하루의 과정 자체만으로도 삶은 위대하다. 인간의 존엄은 이런 것에서 나온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을 스스로 찾지 않고, 고민하기도 전에 타인의 해답을 먼저 펼쳐보려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문제를 보자마자 겁먹어서 해답지 먼저 펼쳐본 수험생처럼 평생 오답노트나 쓸 수밖에 없다.
나 혼자로 이루는 온건한 나의 가정에서는 내가 가장이다. 내가 힘들지 않도록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은 단지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얼마나 힐링의 요소가 있느냐 하는 문제와는 다르다. 가훈이 없는 집안에서는 헤맬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1인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끝없이 가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고민의 과정 자체가 인생이라는 여행을 즐기는 방법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