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가 되어도 혼자 살 것인가

“더 이상 돈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다면, 그래도 혼자 사시겠어요?”

by 한유화

책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에서 저자인 데릭 시버스는 각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와 비전을 찾아나가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 화두를 묻는다. 금전적인 제약이 없어진다면 삶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는가.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비전은, 사실 어느 정도 현재를 기반으로 계산한 큰 틀 안에서 수립된 것이다. ‘억만장자가 된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떠오르는 답이야말로 자신의 깊숙한 곳에 품어둔 진정한 꿈, 진정으로 원하는 일일지 모른다.



청년 1인 가구의 다수는 ‘경제적 제약 속의 혼삶’을 살고 있다. 혼삶은 독립적, 자율적인 삶을 위한 자기 결정처럼 보이지만, 돈이 넘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도심 역세권에 고층 빌딩을 소유하게 된다면? 호숫가에 잔디 정원이 드넓은 대저택에 산다면? 1인 가구에게 ‘돈’은 자유의 조건이지만, 동시에 선택을 바꾸는 변수이기도 하다.



1인 가구라는 삶의 형태를 선택한 것은 이전까지의 삶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진 라이프스타일일 수도 있고 취향과 기질에 의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을 전략적으로 택한 것일 수도 있다. 억만장자가 되어도 혼자 살 것인가?







부자들은 왜 1인 가구로 살지 않는가


1인 가구로 사는 기업 총수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음에도, ‘초상류층 혼삶’은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알려지지 않은 사례가 존재할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부유층의 삶에서 1인 가구는 드문 선택처럼 보인다. 돈이 많아질수록, 혼자 살기 어려워지거나 혼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줄어드는 것일까? 부는 혼삶을 가능하게 할까, 아니면 불필요하게 만들까.



경제적으로 안정될수록 본인이 의도하는 가족 형태를 더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청년들은 자금을 모아서 결혼을 하고, 대출과 양육 부담으로 관계를 유지하던 부부는 경제적 여력이 생기면 오히려 가족을 분리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돈은 관계를 붙잡는 족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자유이기도 하다.



동거와 결혼으로 구성된 다인 가족은 단순한 정서적 안정 장치를 넘어 하나의 생활 인프라로 기능한다. 가사, 돌봄, 의사결정 등의 역할이 분산되며, 개인이 감당해야 할 삶의 리스크는 낮아진다. 반대로 혼자 사는 삶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모든 결정의 최종 책임자가 1인이라는 점에서 난도가 높다. 판단의 오류 역시 온전히 개인의 몫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도 혼자 사는 선택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 관계, 관리 영역을 외주화 한 사람, 가족과 동거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사람, 자기 결정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더 큰 비용으로 느끼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혼삶은 고립이 아니라 프라이버시에 최적화된 라이프스타일이며, 깊은 몰입과 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된다. 실제로 패션 디자이너, 예술가, 창작자 계열에서 이러한 선택을 종종 볼 수 있다. 평생 독신으로 일과 삶의 리듬을 지켜낸 코코 샤넬, 다인 가족의 삶을 거쳐 다시 혼삶으로 돌아온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의 선택은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혼삶은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보다, 삶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의 증명에 가깝다.



부의 규모가 커질수록 돈이 제공하는 자유는 점점 둔해진다. 자산은 개인의 삶을 돕는 수단을 넘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운영 대상이 되며, 그 순간부터 삶은 개인 단위로 굴리기 어려워진다. 이 지점에서 부와 혼삶은 구조적으로 긴장하기에, 부가 요구하는 삶의 구조가 ‘혼자 굴리는 삶’과 어긋나기도 한다.






지금의 경제적 상황을 기반으로 가족 형태를 결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삶에서 ‘돈’이라는 변수를 잠시 치워두었을 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구조가 무엇인지 점검해 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생존과 현실 계산을 걷어낸 자리에서 비로소, 1인 가구의 삶이 선택인지 타협인지를 또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



돈이 충분한데도 혼자 사는 선택을 유지한다면, 이때의 혼삶은 약점이 아니라 하나의 권력이다. 누구와도 삶을 섞지 않아도 일상이 유지되고, 타인의 결정과 속도를 감당하지 않아도 삶이 굴러가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혼삶은 가난의 대안도, 부의 특권도 아니다. 이상적인 혼삶은 언제나 ‘삶의 운영 방식에 대한 선언’이다. 당신은 여전히 혼삶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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