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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Mar 01. 2022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50+일의 엄마 라이프




50일의 기적?

보통 100일의 기적이라고 한다.

100일이 되면  잘 자지 않던 아가들이 잘잔다고.

근데 생각보다 통잠이 빨리 찾아왔다.

밤새 한두 시간에 한 번씩 깨서 모유를 찾곤 했는데

대구 친정에서 함양 우리 집으로 오고 난 뒤론

한 번 많아야 두 번 일어나 새벽 수유를 하게 한다.

그래서 처음에 조리원에서 나와서는

많게는 하루 17번 넘게 수시로 수유했는데

이제는 하루 평균 6~7회 먹는다.


 돌아서면 수유하던 환장하던 때(왼쪽)와                                                세네시간 간격으로 제법 패턴이 맞춰진 요즘(오른쪽)


50일을 며칠 앞두고부터였고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으니

나름의 50일의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제는 늦게까지 밤잠 못 들어

아빠를 둥가둥가 인간 바운서 하게 만들더니

느지막이 잠들어선 7시간 통잠 자준 기적 같은 일이.

아 물론 하루 8시간, 10시간 자주는 아가들도 있지만 내 기준에선 6시간만 넘어도 통잠인 걸로 :>



대자로 기절한 아덜.






3유 3무


아들은 3유 3무 즉,

잘 먹고, 잘 싸고, 잘 노는 아기이고

잘 안 울고, 안 예민하고, 원더윅스 없는 아기이다.


-잘 먹는 아기

출산하면서 나의 태반유착+극심한 빈혈로

태어난 날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로 보는 만남은

남편만 갔고 난 출생 3일째가 돼서야 처음으로

마주하고 안아볼 수 있었다.

혹시나 내가 또 실신할까 봐 우려되었던

병원에서는 수유도 못하게 했는데

거듭 하겠다고 조르고 또 졸라

결국 수유실에서 안아 들고 처음으로 물렸다.

그 당시 아직 나오지 않는 모유를 힘차게 빠는

아기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동시에 휘몰아치는 생각 하나.

널 위해서라면 대신 죽을 수 있어.

스쳐 지나는 그 순간의 감정일지 모르지만

1순위가 나 자신이었던 내가 참 많이 변했다 싶던.

그렇게 아들에게 물린 날 조리원에 들어갔다.

샘물 솟듯 조금씩 퐁퐁 나오던 모유는 며칠 지나지 않아 콸콸 나왔다. 일명 샤워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사출도, 나오는 양이 만들어지는 양을 못 따라가

열 오르고 가슴이 돌덩이처럼 굳는 젖몸살 직전의 상황도 겪어서 환상 속의 모유수유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실감했던.

그럼에도 양이 많은 나의 모유와

신생아답지 않게 처음부터 빠는 힘이 넘치는 아들

조합으로 지금껏 쭉 완모의 길을 가고 있다.


-잘 싸는 아기

대소변을 정말 잘 쌌다. 초반엔 하루에 몇 번씩 황금똥을 왕창. 너무 자주 싸는 탓에 설사가 아닌가 했지만 모유 먹는 아가들은 하루에 10번 넘게 싸도, 일주일에 1번만 싸도 모두 정상 변이라고 한다. 분유처럼 눈에 보이는 양을 먹는 게 아니다 보니 도통 잘 먹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매일 2~30g 이상씩 몸무게가 늘거나, 푹 젖은 기저귀가 하루에 6개 이상 나온다면 잘 먹고 잘 크고 있는 거라고.


-잘 노는 아기

혼자서도 잘 논다. 조리원에 있을 때 수유시간에 만난 아들은 툭하면 휙휙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을 살피고 수유실 벽에 있는 토끼 그림을 한참 바라봤다. 퇴소하던 날 친정에 오자말자 임신기간에 만들어놨던 흑백모빌을 아기침대에 달고 흑백 초점책을 옆에 놔둬줬다. 그랬더니 30분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점점 늘어서 한 달이 안됐을 때부터 길게는 한 시간씩 쳐다보고 혼자 놀았다. 참 빠른 아가라고 산후도우미 이모님도 신기해했다.


조리원에서 나온 날, 집중하는 생후 3주차 아기



-잘 안 우는 아기

  울었다. 태어날  귓속을 때려 박던 우렁찬 목청에 손주가 조리원 선생님들을 괴롭힐 것을 걱정한 시어머니는 입소날 떡을 보내주셨을 정도. 근데 웬걸, 수유하러  때마다 울고 모유가  나와 짜증 내는 아가들 사이에서  번도  적이 없었다. 하루에 서너  면회하러  항상 자거나, 멀뚱멀뚱 쳐다보거나였다. 결국 2 동안 울음소리    듣고 퇴소했다.  후로 아들은 여전히 울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친정에서 3주간 지내면서 친정아빠가 "아기 키우는  맞냐. 어떻게 이렇게 조용하니" 하셨다. 3주가 지날 무렵, 잠투정이 심한 날에는  번씩 울음을 들려준더. 짧고 . 아기들에게 잠이 오는  멀미날 때랑 비슷한 느낌이란다. 얼마나 괴롭고 짜증이 나겠나. 그걸 알고부터는 잠투정 부릴  우는  마냥 짠하고  받아주고 싶다.


그래도 어떻게 해도 안달래지는 잠투정은 가끔 힘든



-안 예민한 아기

신생아들 평균 하루에 기저귀 20 이상 다고 한다. 소변은   싸면 갈아주면 되지만  번만 싸도 찝찝하다고 우는 아기들이 많다고. 근데 아들은 기저귀가 젖어도, 대변을 왕창 싸도 티를  낸다. 두세 시간에  번씩 교체해주는 수밖에. 처음에는  예민한 아들에 무딘 아빠 엄마라서 하루에    갈아줄 때도 있었다. 새벽에 가는  놓치기라도 하는 날엔 다음날 아침에 갈아보면  번을 싼지도 모를 기저귀는 축축해지다 못해 1kg로 느껴질정도로 묵직하다. 그럼에도 여태 찝찝해하지 않은 너를 무던하다고 할지 둔하다고 해야 할지..^^


-원더윅스 안겪는 아기

이토록 순한 아기일지라도 걱정되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원더 윅스'. 아기의 신체적, 정신적 급성장기로 이유 없이 울고 보채는 시기이다. 피해 갈 수 없다고 하는 원더 윅스 기간이 찾아왔고 어느새 지금은 2주의 원더데이를 지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약간 뭘 아는 듯이 꾀가 늘었고, 더 놀고 싶어 하는 탓에 잘 안 잔다는 것 정도?


원더윅스는 정말 자주 길게 찾아온다.






그래도 세상에 쉬운 육아란 없다. 통잠을 자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새벽에 한두 번씩은  깨서 먹여야 하고,  수유했다 하면 30 먹고 20분은 트림시키고 그러다 보면 1시간이  지나간다.  시간 아기가   나도 같이 자고 싶지만 그때만이 설거지나 빨래, 청소기를 돌릴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에 잠은 항상 부족하다. 끼니 챙기기 쉽지 않지만 모유수유를 위해 거를  없는 밥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흡입하곤 한다. 게워낸 토가 묻어서, 똥이 새어 나와서, 겨야해서 옷은 하루에  세벌은 갈아입힌다. 잠투정으로 인해 인간 바운서가 되어 안고 둥가 둥가하며,  센서가 생기기 시작한 이후 낮엔 인간 아기침대가 되어 품에 안아 재운다. 새벽에 수유하다 잠들어서  떠보니 수유 의자에 기대앉은  한두 시간이 지나있는 적도  번이나 있다. 그나마 남편이 틈틈이 트림맨이 되어주고, 혹여나 내가 끼니  챙겨 먹을까 점심시간 회사에서 와서 같이 먹어주고, 저녁엔 셰프가 되어 언상밀을 제공하고,  아들 목욕도 함께 시켜주고, 밤잠 재우기 전담도 해준다. 그렇게 함께하는 육아가 있어서 버틸 만하다. 살면서 출산과 육아는 언제가 되었건  해보고 싶었던 경험이기에 도장깨기처럼 미션해내는 성취감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하루하루가 겁도 나는 한편 기대도 된다. 70, 80, 100... 아들도 자라고 나도 자라날 테지.



50일의 선률, 그리고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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