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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Mar 03. 2022

나는 완모를 한다.

모유수유와 분유수유 어느 하나만이 정답은 아니지만





나는 완모를 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완모만 할 거야!'라고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모유를 강요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모두 자식에게 분유 수유를 하셨기에 오히려 그냥 너 편한 대로 하라는 두 분이었다. 나는 기왕이면 모유를 줄 수 있다면 주면 좋겠다는 정도였고,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메리트가 좋아 보였다. 뭣보다 귀차니즘이 심한 나에게 분유를 타고, 젖병을 씻어 말리고, 소독하고, 외출이라도 하려면 이것저것 짐 챙겨 다녀야 하는 그런 '완분(완전 분유 수유)'은 생각만 해도 피로하게 느껴졌다.


출산을 했고, 분만 직후 분만실에서 아들 입에 한 번 갖다 댄 것 이후로 3일간은 내 건강상의 이유로 전혀 젖을 물릴 수가 없었다. 다른 산모들은 수유하는데 나만 못하고 있는 게 자괴감도 들고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물리지 못하는 대신 자동유축기로 유축을 하는데 간신히 몇 방울 나오던 모유에 좌절했다. 젖병 밑바닥을 가릴까 말까 한 비루한 양을 들고 신생아실에 가지고 가서 민망함에 물었다. "아무리 짜도 이 정도인데ㅜㅜ 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요." "되고 말고요! 여기에 분유 타서 먹이면 되니 괜찮아요^^" 한 두 번 겪는 일이 아닌 듯 젖병을 가져가셨다. 방에 돌아와 곧장 '모유량 늘리는 방법'에 대해 공부했다.

1. 스트레스받지 않을 것.

2. 삼시세끼 잘 챙겨 먹기

3. 수분 섭취 잘하기

4. 최대한 자주 물리기

5. 밤중 수유 (22~04시 사이)

6. 수유+유축 병행하기

7. 핫팩으로 온찜질

8. 모유촉진차 마시기

9. 기저부 마사지


사이사이에 유축을 하고, 수유콜을 받고 가면 얼마 나오지도 않으는 젖을 아들은 열심히도 빨아주었다. 모유촉진차를 달고 살며 삼시세끼 국물을 원샷했다.   유튜브로 배운 기저부 마사지도 하고 틈틈이 따뜻한 물로 온찜질했다. 이틀이 지난 새벽, 마침내 초유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출산 5일 차, 수유를 시작한 지 이틀 째 되던 날 40ml의, 바나나우유같이 샛노란 초유가 생성되었다. 그러고난 다음날 오전 유축에서는 50ml, 오후에 60ml, 저녁에 80ml까지 나왔다. 그렇게 쭉쭉 늘어가던 모유는 출산 8일째가 되니 무려 180ml, 젖병을 가득 채우고도 넘칠 양이었다.


40ml에서 이틀 사이 무려 180ml까지. 220105 5:13 am


모유저장팩에 넣어 냉동실에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양이 적어 걱정하던 나는 이제 많이 나오는 모유 때문에 가슴이 돌덩이가 되어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새벽에 가슴이 너무 아파 깨고, 뚝뚝 흐르는 모유에 속옷과 잠옷까지 젖는 날도 있었다. 기저부 마사지를 해서 뭉친 유선을 풀어줘야 한다기에 시도하다가 손목이 아파서 남편에게 부탁도 했다. 뚫리는 유선과 함께 모유 몇 줄기가 쭉 하고 발사되는데 웃펐다. 작년에 출산한 친한 동생이 보낸 카톡, '언니 마사지사한테 가슴 마사지받으면 벽에 모유 다 튀고 난리 나요. 그리고 나중에 남편이 빨아줘야 되는 경우도 있어요.' 처음엔 농담이겠지 하며 웃었는데 아니 어쩌면 진짜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엔 양이 적어 못 먹이게 될 줄 알고, 또 양이 많이 늘고 나선 조리원에서 수유콜을 하루에 몇 번 부르지 않는 탓에 직수를 못해 마음 조급해하는 나에게  육아 선배인 친구가 나중 되면 그만 물리고 싶어도 지겹게 줘야만 한다고 지금의 여유를 즐기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조리원 일주일 차, 더 이상의 분유 보충 없이 오롯이 직수 앤드 유축한 모유로만 필요시 보충하는 완모의 길을 걷게 되었다. 잘 나오는 모유와 힘차게 잘 빨아주는 아들의 힘 두 가지 협공의 결과다.


조리원 서비스로 매일유업에서 하는 모유 영양성분 분석을 의뢰한 적 있다. 약 보름 뒤 결과가 나왔는데, 물젖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성분이 괜찮다고 분석되어서 더욱 안심하고 모유를 계속 주기로 했다.



계획은 짧으면 6개월 길게는 1년 완모 하는 것이다. 두 달이 넘은 지금은 유축 수유는 거의 하지 않는다. 유축을 해서 먹이면 남편이 줄 수도 있고, 또 나는 그 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잘 수 있다. 그런데 몇 번 그랬더니 쉴 수 있어 좋은 게 아니라, 유축 모유를 먹이는 그 시간에 비우지 못하니 차올라서 아픈 가슴 때문에 또 유축을 해야만 했다. 유축의 늪이 되는 것이다. 사실 직수는 모유 먹는 아기 얼굴을 바라보면 사랑스럽기 그지없고 또 시간도 잘 간다. 그러나 기계를 통해 일정한 압력을 가하며 뽑아내는 유축은 시계만 쳐다보게 된다. 또 유축기를 잡고 있는 손목이 욱신거리며, 젖소가 된 암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무엇보다 유축으로는 가슴 깊숙이 차오른 모유까지 시원하게 비어지지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유축기는 요즘 쓰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생긴 젖병들도 모두 당근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모유수유만이 좋으냐, 그건 또 아니다. 단유를 하지 않는 이상 가슴에 온종일 수유패드를 붙이고 있어야 한다. 위로 차는 생리대나 마찬가지인 셈. 패드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수유브라나 수유나시 착용도 필수이다. 그로 인해 속옷을 24시간 입고 있다. 평생 집에만 오면 벗어던지던 브라를 하루 종일 입는 갑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연애시절부터 남편과 술 마시는 걸 즐기던 나로서는 금주가 가장 큰 괴로움이다. 사실 단지 술보다는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더 간절하다. 곱창전골에 소주 한잔, 골뱅이 소면에 막걸리 한 사발, 치킨에 맥주 한 캔, 또 가끔은 와인 한 잔 하며 남편과 미주알고주알 대화하던 달큼한 시간이 그립다.


어쨌든 나는 완모를 선택했지만, 완모와 완분 혹은 혼합수유(모유와 분유 모두 하는 것) 그 어떤 것이 정답이라 할 수 없다. 각자에게 맞는 방식이 있을 뿐. 말이 나온 김에 모유수유와 분유수유의 장단점을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니. 그리고 나 자신이 단유의 고민이 들 때 보고 후회 없을 판단을 하기 위해서.



아들, 같이 힘내보자 앞으로도-





모유수유(breastfeeding) vs 분유수유(formula)


모유 수유


장점

• 비용절감

분유값 안 들고, 젖병부터 젖병세정제, 세척솔과 소독 집게, 나아가 젖병소독기도 굳이 사지 않아도 된다.

• 설거지에서 자유롭다.

분유를 타지 않으니 젖병을 안 써도 된다. 밤새 수유하고 나면 싱크대에 쌓이는 무수한 젖병 대신 가제손수건 한 장이면 끝.

• 외출 시 짐이 없다.

모유의 준비물은 엄마 몸뚱이 하나뿐

• 아기를 덜 울릴 수 있다.

배고프다고 보챌 때 얼른 옷만 내려서 물리면 된다.

• 다이어트에 도움된다.

모유수유를 하면 하루에 칼로리가 500~1,000kcal가 더 소모된다고 한다. 그러니 살 빠지기가 쉽다.

• 아기가 건강하다.

보통 모유 먹는 아기들이 면역력이 높아 잔병치례 안 한다고 한다.

• 사랑스러워 미침

모유 먹는 아기 모습이 사랑스러워 미친다. 정말로.

• 배앓이 걱정이 없다

분유에 비해 배앓이가 거의 없다.


단점

• 짧은 수유텀

분유보다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자주 먹는다.

• 먹는 양 가늠이 안된다.

분유처럼 표시된 눈금에 맞게 정해진 양을 먹이는 게 아니다 보니 아기가 먹는 양이 많은지, 적은 지, 적당한 건지 알 수가 없다.

• 아기와 늘 한 몸

아기랑 엄마는 늘 항상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몸

• 수유패드를 항시 착용해야 한다.

안 그러면 속옷과 이불이 젖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동시에 수유패드를 붙여야 하니 수유브라나 수유나시를 24시간 입고 있어야 한다.

• 술 못 마심

애주가에게 가장 큰 단점 밑줄 쫙

• 식단에 신경 써야 한다.

아무래도 엄마가 먹는 것이 곧 아기가 먹는 것,

양질의 음식을 고루 잘 먹어야 한다.




분유 수유


장점

• 육아 셰어

엄마가 아닌 누구라도 먹이는 것이 가능하다.

• 먹는 양 파악

아기가 먹는 양을 확실히 알 수 있어 일정한 양의 수유가 가능하다.

• 수유텀 길 확률

모유에 비해 포만감이 커 수유텀을 길게 하기 쉽고 수면시간도 늘어날 확률이 높다.

• 음식 가리지 않아도 됨

매일 술 파뤼 가능~~~~ yeah!


단점

• 비용 발생

달달이 분유값과 젖병 등의 부가적인 비용이 많이 든다.

• 설거지옥

설거지거리가 많이 생기고 소독도 수시로 해야 한다.

• 외출 시 짐 많다.

젖병, 분유, 보온병 등 챙겨야 할 짐이 많다.

• 분유 유목민 될 가능성

내 아기에게 맞는 분유를 찾아 유목민 되기 십상이다.

• 배앓이

모유에 비해 배앓이할 가능성이 높다

• 모유에 못 미친다.

아무리 성분이 좋아도 모유를 따라갈 수는 없다

분유통에 '엄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모유입니다.'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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