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 Mar 18. 2020

'생리'라는 이름의 두 글자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인 애증의 존재



한 달에 한 번 오는 그날이 어김없이 또 찾아 왔다.

지난달에도 저저번 생리 끝난 지 2주 만에 했는데

이번에도 주기보다 빠른 3주 만에 시작했다.

텀이 짧게 왔으면 그만큼 양도 줄고 통증도 줄고 가볍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노무 생리는 질량 보존의 법칙 이란걸 모르나 보다. 아오!


그렇지만 내 몸에 문제없음은 알고 있다. 예전에 3개월동안이나 한 달에 두 번씩 생리를 해서 잔뜩 긴장해서 여성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의사쌤이 그랬다. "안 하면 문제지만 자주 하는 건 전혀 문제없어요." 라며. 호르몬 주사만 맞고 돌아왔었다.


결혼한 친구네 집들이를 갔다가 갑자기 시작된 생리에 먼저 돌아오기도 했고. 친구들이랑 여행만 가면 나는 생리를 겪었다. 특히 물놀이 갈 때. 20대 초반 놀러간 해운대 바닷가에서 템포를 처음 써보느라 화장실 안에서 한시간을 덜덜 떨었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얼마 전 웨딩촬영 때도 예정보다 일주일 전에 시작돼서 그날 나는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채 진통제에 의지해 촬영에 임했다.


어쨌든 이번 생리도 보통 놈이 아니다.

시작과 함께 엄청난 양과 통증을 내게 안겨주었다.

바닥과 한 몸이 되는 좀비로 지내길 며칠째. 배 찜질기 없었으면 어떻게 벼텼을까 싶다. 하도 끌어안고 자서 씻는데 거울을 보니 배에 저온화상 자국이 생겼다. 끌끌. 이번주에 위랑 장 내시경을 받기로 예약했는데 생리로 인해 미루었고. 최근 심한 혈변을 보았는데 어쩌면 그게 생리전증후군이었나 싶은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증상 = 내 증상


이번엔 유독 전신에 붓기도 심했었다. 손 마디마디가 띵띵 붓고 가슴도 딱딱하게 차올라서 닿으면 아팠다. 가뜩이나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하체에 특히 부종이 심해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목욕탕이 당기고 반신욕기가 집에 있었으면 했던 나날들.


생리전증후군 중에 심한 감정 기복과 우울증도 한몫한다. 생리 직전은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문득문득 우울하다. 이번에 화이트데이 안 챙겨준 남자친구한테 특히 심통이 났다. 이건 이유 있는 우울감인가. 어쨌든 호르몬의 노예인 나라 생리를 앞두고나 시작되고 나면 감정 기복이 휘몰아친다. 나한테 감정이라는 파도가 있다면 서핑하기 아주 좋을 거다.


피부트러블. 눈밑엔 다래끼처럼 돋아서 눈을 깜빡일 때마다 아프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하드렌즈는 못 낄 신세^^ 그리고 콧 속에 났던 작은 좁쌀뾰루지가 오늘은 입술 위에도 났다. 생리 때마다 턱에 늘 나는 자리에도 어김없이 크게 올라왔고. 이게 무야 진짜 뾰루지 대잔치 대환장파티네. 그나마 마스크가 가려주니 다행이라 해야 할지.


'생리전증후군은 보통 여성이 생리 전 1~2주 동안 경험하는 신체 및 심리적 증상을 말합니다.'라고 하는데 생리가 2~3주마다 반복되는 나는 한 달에 2주일은 생리전증후군을 겪고 1주일은 생리를 하면 나머지 무탈한 날은 겨우 일주일에서 열흘? 365일 중

1/3만이 생리에서 온전히 벗어난다니 너무하잖아.

생리를 6개월에 한 번 한다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많이 부러웠다. 그렇지만 그 친구는 한 번 할 때 꼬박 한 달을 생리와 생리통을 앓는다고. 무엇이 나은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생리를 아예 안 한다면? 그건 또 아니지. 먼 훗날 언젠가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될,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이고. 생리를 하면서 지난 한 달 몸속에 축적된 노폐물들이 빠져나가 다 끝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그러니 생리는 해도 불안, 안 해도 불안한 거.


어쨌든 이 애증의, 망할노무 생리.

파도치는 이번 주가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영화 judy, over the rainbow.








작가의 이전글 막걸리러버가 와인애호가가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