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알못(와인잘모르는)이지만 알고 싶어요
부전여전이랬다.
아빠를 닮아 술을 못하지도, 가리지도 않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술 순위를 매기자면
막걸리>소맥>맥주>와인>양주
와인이나 양주는 몸에 잘 안 받아서 찾아 마시지 않는 편이다. 알콜에 약하지 않은 나인데 이상하게 와인은 한 잔만 마셔도 취기가 오르고. 양주는 타들어가는 목넘김부터 거부감 들어서.
한 때 혼술로 밤마다 안주 없이 막걸리 한 병을 뚝딱 할만큼 나만큼 막걸리 좋아하는 사람 못 봤는데
지금의 남자친구와 나 사이에 몇가지 공통분모가 있다면 등산, 클라이밍, 토플, 교환학생(나는 준비만), 그리고 막걸리. 7년 전 사귀는 사이가 아닐 때 함께 간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 당일여행의 종착지 분천역에서 알딸딸하게 나누어 마셨던 그때부터 우리는 막걸리를 사랑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첫 만남에서도 바막(바나나막걸리)에 빠졌었구나. 그후로 지금껏 둘이서 가장 많이 마신 술이 막걸리, 여행 가면 꼭 그 지역의 전통막걸리를 찾아마시고, 심지어 그는 인스타그램에 막걸리 계정도 따로 팠다. 언젠가 지리산 자락에 집을 지어 살게 되는 날이 온다면 산양을 키울 것이고, 과일농사를 지을 것이며, 무엇보다 작은 양조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자칭 곡주커플.
그런 우리가, 어쩌면 나만의 요즘 새 관심주(酒)는
다름 아닌 와인.
아직 와알못이지만. 여전히 와인 한두 잔에 금세 취기가 오르지만 그래도 커피만큼이나 매력 있다.
막걸리나 맥주처럼 그저 발칵발칵 마시는 게 아니라
먼저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고, 그다음 한 모금 머금어 입안 곳곳 찬찬히 음미하는 과정도 재밌고.
그리고 마시기 전에 와인잔을 두 어 번 살짝 돌리는 스월링을 하면 기분이 말랑말랑해진다.
(*스월링 : 와인과 산소가 만나 풍미와 향을 더욱 좋아지게 하는 것)
그동안 집에 있던 와인이나 양주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내가 요즘 들어 한병 두병 챙겨가 마시는걸 보고 어느 날 엄마가 그런다.
"아예 맛있는 와인 제대로 사지 그래?"
그래서 지난주말 재료사러 아주 오랜만에 간 코스트코에서 'Villa Jolanda'라는 화이트와인을 골랐다. 기준은 단지 병이 예뻐서^^ 그도 그럴 것이 벽 한편에 다 마신 와인병을 전시하는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얼마 전 설거지하다 잔이 하나 깨트려 갖고 싶던 보울이 립보다 큰 형태의 뚱뚱이 와인잔도 샀다. (그냥 여러 형태의 보울 와인잔 종류별로 구비하고 싶다.)
그렇게 약 한 달간 와알못의 와인 입문기가
엉금엉금 시작되었다.
몰랐는데 와인의 종류별로 잔에 채우는 양이
다르다는 사실.
와인을 따를 때에는 와인의 향이 충분히
발산될 수 있도록 보통 잔의 1/3만 채우지만
와인의 종류에 따라 상이하다.
레드와인은 잔의 1/3
화이트 와인은 잔의 3/2
스파클링 와인은 잔의 3/4을 채운다.
(그간 무조건 3분의 1만 채웠던 나)
그리고 적정한 온도의 와인 따르기.
무조건 상온에 보관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와인별로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는 이상적인 온도가 따로 있다고 한다.
레드 와인은 실온과 가까운 온도일 때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반면, 화이트 와인은 차가운 상태일 때가 좋다. 대부분의 레드 와인은 실온보다 살짝 차가운 12.5에서 18도 사이가 적당하다. 실온상에 놓아둔 와인을 마시기 직전 얼음이 든 바구니에 10분 정도 넣어서 적정 온도까지 식혀준 후 마셔보자. 화이트 와인은 전형적으로 5도에서 9도 사이일 때 맛이 가장 좋기 때문에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화이트 와인의 적정 온도가 되도록 냉장고에서 꺼낸 후 실온에 20분 정도 두었다가 마셔보자.
앞으로 와인도 적절한 음식과 페어링해나가고
곡주처럼 우리만의 와인리스트도 채워가야지.
참 그전에 미션은 다음번 코스트코에 가면
'듀체스 드 부르고뉴' 사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와인바 한 번 가보는 거.
훌륭한 동반자,
좋은 와인,
따뜻한 분위기에 둘러싸이면
누구든 좋은 사람이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bgm. 사랑이라 하자 - 김범수(prod by. 로코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