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울 때 꽃이 핀다.
11일. 가래떡데이.
한달마다 돌아오는 날이지만 이번엔 좀 특별했다.
그 이유는 갓 뽑은 현미가래떡을
귀한 분들에게 전하는 날이기에.
지난달 말. 함께 하는 동료 자영업자들과 그동안
바르고 건강한 먹거리 장터 '앞장'을 하면서 모은
기부금 120만 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그때에 병원에 구호물품이나 간식을 직접
보내는 건 어떨지 이야기가 나왔었다.
처음에 세분 정도가 자처함을 시작으로
한두 사람씩 모이더니 마침내
열 사람의 소상공인들로 구성되었다.
저마다가 잘하는 것으로 보태기로 하였다.
미리내도시락으로 이미 동산병원에 후원을 하셨던
버거데이 사장님께 조언을 구했더니
"앞장팀에 버거데이도 함께 하도록 기회 주세요."
라셨다.
가장 먼저 협찬받은 도시락 용기가 도착했고
부산에서부터 아메리카노와 라떼 30개,
경주에서부터 식혜 30병이 택배로 도착했다.
잇따라 오란다 60개도 퀵으로 왔고.
퇴근하려는데 호두정과도 한아름 안겨주고 갔다.
그리고 가죽제품을 만드는 사장님은 금액으로 기부해주셔서 그 돈으로 의료진들을 위한 바디워시를 구입했다.
그리고 3월 11일.
현미가래떡 2되를 따로 뽑아 준비해두었고
곧 이웃 사장님이 스콘을 한 아름 구워오셨다.
퀵으로 천연손소독제가 날아왔고.
이웃 사장님과 함께 작업에 들어갔다.
오란다와 호두정과를 담은 도시락 한 종류,
스콘과 가래떡을 담은 또 다른 도시락에
대미를 장식할 단호박치아비타가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응원키트 70상자가 완성되었다.
가래떡데이 주문하신 걸 찾으러 오신
손님은 "이것도 파는 거예요? 살 수 있어요?"
물으셨고, 또 단골분은 "이런 거 있으면 소문내세요!라거나 "다음엔 저도 손 보탤게요. 불러만 주세요"
하시는 분도 계셨다.
그리고 오후 4시.
마지막으로 대구 코로나 격리병원으로 지정되어
대구의료원이나 동산병원, 경대병원보다 상대적으로 구호물품과 간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대구 보훈병원으로 향했다. 이웃 사장님께 가게를 잠시 맡기고.
도착한 병원 주변은 고요했고 경찰들이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곧 나와 통화를 했던 직원분이 정문 밖으로 나왔고, L카 가득 간식과 물품을 실어 병원 안으로 들어가셨다.
가벼워진 차를 타고 뒤돌아 나오는데
손이 덜덜 떨리고 허벅지가 쑤시는 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부터 무거운걸 이고 들고 나르고,
포장하느라 스쿼트 자세를 하도 해서 그런가 보다.
몸은 천근만근 녹아내릴 것 같았지만
마음은 깃털처럼 날아갈 것 같았다.
참말.
문득 며칠 전 코로나와 관련한 다큐3일에서 대구로 자원해 온 타지의 한 소방관 말이 다시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했는데 '운이 좋게도' 제가 오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소방관이라면 누구라도 여기에 오고 싶을겁니다."
그래, 이번에 의료진들에게 기부와 간식 후원을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운이 좋게도' 였다.
아래는 어제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내용.
오늘은 정말 뜻깊은 날이었어요
밤낮으로 코로나와 싸우고 계시는 전국 각지의 수많은 분들, 그 가운데 대구경북을 위해 앞장서서 노력해 주시는 의료진분들께 응원키트 70상자를 전해드리고 왔거든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민하고 머리 맞대어 의논했어요. 크고 화려한 어떤 것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도 직접 만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자 하여 건강한 먹거리와 생필품을 전달했습니다.
레헴은 단호박치아바타를 굽고,
단정은 호두정과를 볶고,
금토끼는 스콘을 굽고,
아라리오는 현미가래떡을 뽑고,
달콤고방은 오란다를 만들고,
유아마이러브는 손소독제를 만들고,
다온한과는 식혜를,
제이든목공소는 커피를,
콘페이토는 바디워시를,
그리고 버거데이는 도시락 용기를 후원해주셨습니다.
정성껏 만들고 준비한 응원키트로
힘내셨으면 합니다. 이 시대의 영웅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