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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Aug 11. 2020

우중차박부터 돌산등반까지

차박과 산행의 언택트 신혼여행 2-1부



기간 : 2020.7.5~2020.7.17.
장소 : 제주도와 강원도
제목 : <한라에서 설악까지 신혼여행>



잊지 않기 위해 적어 내려 가는
2주간의 신행 기록.


1부 - 제주도에서의 이야기 (7/5~7/9)
2부 - 강원도에서의 이야기 (7/10~7/17)
(삼척-동해-강릉-속초-/-인제-춘천-철원-포천)




2-1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7/10(금) Day 6.

이번엔 차박이다


대구로 돌아와서 재정비 후

새날이 밝았다. 바로 고대했던 차박여행 떠나는 날.

차에 차박용품들 실고 강원도로 출발했다.


토닉이 안 가득가득


오늘의 차박지는 삼척 원평해수욕장.

안동을 들러 국밥으로 첫끼를 먹었다.

행복한 포만감 느끼면서 다시 부지런히 가고 있는데 "앗 내 모자~!!!!!" 하는 구남친씨.

가까이 차 세워두고 식당가는데 모자를 왜 굳이 쓰고 가? 물었었는데 결국 밥 먹으면서 의자에 놔두고 온 칠칠이팔팔이...^^ 돌아가서 되찾았다.

안동을 지나 영주로, 영주를 지나 울진으로, 울진을 지나 삼척으로. 부지런히 달려 해 지기 전에 원평해변에 도착했다. 대구에서 출발한 지 어언 다섯 시간 여.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고 많이 안 알려진 장소라 그런지 차박하는 차는 우리 말고 딱 한대 더 있었다. 차박쪼무래기들인 우리는 우비를 뒤집어쓰고 한 시간 걸려 차박 준비를 마쳤다.

어둑어둑해지고 비도 쫄딱 맞은 우리는 배고프..

준비해온 오리고기랑 막걸리로 저녁을 먹었는데 그걸로 성에 안차 근처 마트인지 편의점인지 모를 곳에서 사 온 라면이랑 과자랑 맥주로 2차 만찬을 즐긴 후,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첫날은 그렇게 마무리했다.


출발했던 이렇게 맑았던 날씨가


산 하나, 터널 하나 넘을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신기한 날씨


맑은 국물에 야들야들한 고기 찐맛집...신라국밥bbb


첫 차박지. 원평해수욕장


2day's chabac.


고생이 많소 마콩맨


쉘터 너머 동해뷰.
빗소리 힐링





7/11(토) Day 7.

추억의 강릉, 처음 간 양양





이른 아침 차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맑아진 하늘과 반짝이는 파도에 넋을 잃고 한참 바라봤네. 우리는 아직 갈길이 멀잖아? 얼른 짐을 싸고 떠날 채비를 했다. 비를 맞은 쉘터와 차박용품을 정리하는 일은 설치 때보다 더 어려웠다. 흙투성이가 된 방수포는 바다에 씻어 털고, 하나하나 차에 실는데 별안간 흐려지더니 막 차에 올라타 떠나려는 순간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와 이런 타이밍 보소.


차박지를 막 떠나는데 후두두둑. 나이스타이밍


한두 시간을 달려 정동진에 도착했고, 점심 뭐 먹을까 하다가 옛날 내일로여행때 킴죵과 먹었었던 식당에 들렀다. 스물넷다섯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강원도 일주를 했던 그때가 반올림하면 어언 10년 전이네...  이참에 추억놀이 더 해보자 싶어 (좋아하는 조각공원 하슬리아트월드는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패스) 등명락가사로 갔다. 달라진 건 그때는 절친과 함께 한 내일로여행이라면 지금은 신랑과 함께 하는 신혼여행이라는 거. 그때나 지금이나 비 오고 촉촉해진 '대한민국정동'을 밟는다는 사실은 같다. 그리고 강릉에 왔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로스팅카페 테라로사는 가야지 않겠느냐며. 테라로사 본점은 서울에서 살 때 별안간 혼자 한 강릉여행에서 버스를 타고 와서 힐링하고, 내일로 친구들과의 이십 대 마지막 여행에서 데리고 온. D미술관 일할 때 테라로사 광화문점에서는 새벽부터 앉아서 출근하기 전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종종 보내기도 했고. 심지어 양평 서종점 베이커리팀에는 입사할 뻔까지 했던 역시나 스토리 가득한 곳이다. 가는 길 내내 두근두근 추억에 젖었는데, 들어가는 길에 많은 차들에 불안하더니 와- 사람이 많아도 이렇게 많을 수 있나 싶었다. 예전의 그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는 어디 가고 이제는 관광지 핫플카페 이런 느낌ㅜㅜ 앉아 있고 싶은 생각이 더는 들지 않았다. 원두와 선물만 사서 후딱 나왔다.


오늘의 목적지인 양양에 도착했다. 바다수영을 하려고 만만의 준비를 해서 낙산해수욕장에 나왔는데 파고가 높아서 출입 통제.......... 또르르 제주도에서도 못했는데 강원도에서도 못하고 가는 건 아니겠지(불안은 현실이 된다) 슬픈 마음에 숙소에서 아바이순대와 송이주, 막걸리 두병을 불었다ㅎㅎㅎㅎㅎㅎㅎ 밤 산책이 필요했고, 가보고 싶었던 낙산사가 코앞이라 가보았는데 입장 종료되었네? 오늘 왜 이러냐 진챠:'( 낙산비치호텔 로비나 기웃기웃, 강릉 초당아이스크림 하나 나눠먹으며 내일 일출 보러 다시 오자 하고선 되돌아갔다.



나는 자연인인가효


대한민국 정동.


조금 더 파란 바다를 보고 싶었지만, 등명락가사.


못씻어 꾀죄죄한 나....히히


원래의 테라로사 분위기를 원해


(좌) 예전의 엔틱커피잔을 원해 (우)갑분 결혼반지


그래도 이 창문뷰는 여전히 좋네


겁나 높은 파고


우리 약간 인명구조요원스타일?


행복이 별건가 모






7/12(일) Day 8.

낙산사 일출부터 설악산 대청봉까지.



오늘은 강원도에 온 이유, 바로 설악산에 오르는 날.

그리고 그전에 낙산사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다.

4시 반에 눈을 떠서

5시에 낙산사에 다시 갔다.

이미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던.

왜 낙산사가 동해 일출 명소 중에서도 으뜸이라 하는지는 금방 알게 되었다. 일순간 해는 선명하게 떠올랐고 파도 거친 푸른 바다 위로 솟은 붉은 해가 대조적이었다. 모든 걸 품어줄 것만 같은 해수관음상까지 둘러보고 발길을 돌렸다. 이 좋은 아침 기운 안고 설악산 대청봉까지 안전하게 등반해야지.


이 오묘한 색은 자연만이 표현할 수 있으리.


Oh, sun-rising :))))


오늘 설악산 등반 무사히 잘하게 해주세요_()_




오전 8시가 조금 지나

설악산국립공원 남설악탐방센터를 기점으로

대청봉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가파른 돌계단에서 조짐이 보인다 싶더니

그랬다. 오색코스는 짧고 '굵게' 대청봉까지 오르는 코스였다. 그 어느 코스보다 단시간에 당도할 수 있는 대신 그 어느 코스보다 빡셨다. 게다가 당근은 없이 채찍만 계속되는 길... 중간중간 트인 뷰가 보여야 힘들어도 힘내서 가련만, 정상까지 오르는 길엔 그 어떤 'bittersweet'도 없었다.


구남친씨한테 느림보거북이 소리 들으며(우씨) 쉬멍 오르멍 하다가 4시간 정도 걸려서 마침내 대청봉에 당도했다. 근데 기대한 꼭대기마저도 운해가 짙어 탁 트인 맛이 없었다. 설악아 이렇게 배신 때리기 있기 없기!? 게다가 내려가는 길마저 왜 이리 가파른 돌돌돌 돌계단 투성인가. 흙길 좀 딛고 싶어라. 한라산만큼 아니 어쩌면 한라산 보다 더 기대한 우리의 설악산 산행은 '힘듦, 개힘듦, 졸라힘듦' 기승전 힘듦만 선사해주었다^^ 그래도 하산에서 마지막에 계곡물에 담근 그 순간만큼은 천국이 따로 없더라~




a.m 8:17  건투를 빌어보자 짠!
이런 돌계단만 4시간


엄마가 싸준 대추토마토는 꿀맛


4시간만에 처음 본 하늘과 전망인데..


구름아...구름아....


어쨌건 대청봉 완등-!


저 아래 대피소까지 갔다오자는 그 vs 죽어도 더는 못간다는 나


소박하지만 꿀맛의 간식들 with 텀블러막걸리


최고의 순간(이라 하면 대청봉이 섭섭해하려나)



7시간의 대장정을 모두 마친 후

완전히 지친 우리는 설악산 등반 다음으로 고대했던 켄싱턴호텔 설악으로 갔다. 아름다운 설악의 비경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이자, 라운지 혜택 모두 누리며 2박 3일을 오롯이 보낼 곳이기에.

도착한 켄싱턴은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엔틱하고 영국 느낌이 물씬 났다. 체크인할 때 시간 예약해 둔 (이름도 거창한) 여왕의 만찬 즐기러 올라왔고. 그곳에서 우리는 유시민 작가님을 만났다. 그것도 바로 우리 옆 테이블에서! 아내분과 여행 오신 듯했다. 인사 나눌까 말까 고민하다가 두 분의 단란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 참았다. 서울과 대구에서 꽤 많은 연예인(강동원, 장윤주, 이수혁, 안성기, 토니안, 강타, 강호동, 이경규, 하하 등)을 손 닿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났었는데 어쩐지 연예인 본거보다 더 신기했다 히히. 그렇게 호캉스의 첫 밤이 흘러갔다.


눈 앞에 설악산 비경이.


8일차. 이제야 비로소 신혼여행 온 느낌이 난다며-


미스터 유*.*


뉴스에서 한탄강이 유네스코지질공원에 등재되었다는 소식 .                 우리가 마지막으로 갈 신혼여행 코스인지라 더 기뻤다!








7/13(월) Day 9.

그냥, 호캉스



아침에 눈 뜨니 설악산 비경이 또 펼쳐졌다.

어제의 산행으로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았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비와 구름과 산의 합동 공연을 보니 오늘 하루 충분하다, 이미 됐다! 싶었다.(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우리는 아니지만)


morning room view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 라운지에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또 작가님을 만났다.

이미 우리는 켄싱턴 호텔에 폭 빠져

일 년에 한 번씩 오기로 했다.

앞으로 50번은 더 오겠네? 라며

노년부부가 되어서 이곳을 찾는 상상을 해봤다.



비만 안왔다면 테라스에서 더 좋았겠지만                                          비올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신록의 기운이 좋았다



조식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씻고 나갈 채비한 후에

애프터눈 라운지를 즐기러 애비로드로 올라갔다.

디저트 앓이를 하며 케이크 노래 부르던 내가 기대한 순간인데... 홍콩에서 못했던 애프터눈티를 생각하고 기대가 컸나 디저트가 너무 쏘쏘했다. 특히 커피는 너무 맛이 없었던 탓에 홍차만 연거푸 마셨다.



그래도 비틀즈 공간은 멋졌다.


비도 오고 그러니 미리 서칭 한 문우당서림에 들러서 우리 배낭에 달 마그넷과 얼마 전 임신한 친구에게 줄 선물도 사고, 읽고 싶은 책들도 몇 가지 골랐다. 책갈피를 선물해주신 사장님이 몇 군데 좋은 여행지를 추천해주신다. 마음의 양식을 쌓았으니 이제 몸의 양식 쌓을 차례. 중앙시장에서 더덕닭강정과 옥수수와 막걸리빵을 포장해와 먹으며 우중 드라이브 고고. 고성을 거쳐 미시령을 지나 백두대간 진부령까지 갔다. 아까 차에서 이것저것 급하게 먹은 탓인지 체한 나는 하마터면 산림청 양양국유림관리소 앞에서 토를 할... 뻔하다가 간신히 참았다.(구남친 미안) 가시지 않던 체끼는 속초로 와 동치미막국수 국물을 발칵발칵하는 것으로 다 내려갔고.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미드나잇 라운지를 즐기러 아침에 이어 또다시 9층 애비로드로. 낮보다 밤이 더 매력적인 공간에서 나는 아마레또 샤워에 빠져 몇 잔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 그렇게 행복했던 켄싱턴에서의 두 번째 밤도 흘러갔다.


ㅁㅇㄷ


끄덕끄덕


하필이면,


오늘의 원픽 서적.


재래시장 is 더럽..


비와도 자꾸 바다보고 가자고 귀찮게 하서 미앙..


쥬라기시대 와있는 줄


내 혈색을 보아하니 확실히 체했네 이때


선물 받은 책갈피 :-)


"아마레또 샤워 한잔 더 주세요-!"
그렇게 취해갔다고...
어쨌든 nighty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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