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과 산행의 언택트 신혼여행 2-2부
기간 : 2020.7.5~2020.7.17.
장소 : 제주도와 강원도
제목 : <한라에서 설악까지 신혼여행>
잊지 않기 위해 적어 내려 가는
2주간의 신행 기록.
1부 - 제주도에서의 이야기 (7/5~7/9)
2부 - 강원도에서의 이야기 (7/10~7/17)
(삼척-동해-강릉-속초-/-인제-춘천-철원-포천)
2-2부
7/14(화) Day 10.
잊지 못할 세 글자, 한탄강
속초에서의, 켄싱턴에서의 지난 2박 3일을 마무리하는 날.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신행의 하이라이트인 한탄강으로 갈 생각에 설렜다.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하고 나와 설악산과 작별인사를 했다. 다음엔 울산바위 꼭 보고 말겠다. 속초를 지나 인제로, 인제를 지나 양구로 가는 길. 인제는 구남친씨 군 생활한 곳이고 양구는 오빠야가 전방에 있던 곳. "라떼는 말이야~." 하며 신난 운전자 옆에서 맞장구 쳐줘가며 들어줬다.(사실 옛날부터 군대 이야기 좋아하는 여자) 손가락을 크게 다친 적이 있던 그가 입원해있던 국군병원도 지났다. 이 곳에서 2년이나 있던 그가 괜히 짠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어느새 양구에. 고등학교 2학년 때 오빠 면회로 와서 이수근미술관, 을지전망대, 제4땅굴 등을 둘러봤었는데 또 가봐야지. 그러나 아쉽게도 코로나로 휴관하거나 입장 불가한 곳이 많았다. 양구전쟁기념관을 들어갔다가 먹먹해진 마음으로 나왔다. 양구에 왔음 펀치볼은 꼭 다시 봐야지. 하고 펀치볼을 향해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전망대에서 뜻하지 않게 탁 트인 시원한 양구 전경을 선물 받았다. 여행은 우연함의 연속이고, 이런 우연함들이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제 한탄강 만나러 철원으로 가자. 그런데 또 신기한 일. 터널을 넘을 때마다, 철원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맑아지더니 도착하니 어느새 새파랗고 쨍한 하늘이다. 그렇게 몇 날 며칠 계속해서 비만 왔는데, 이렇게 고진감래를 맛 보여주려고 그랬나 보다. 다음날의 한탄강트레킹을 생각하면 왠지 더 두근두근. 그렇게 우리는 한탄강에 당도했고, 우리가 경험한 차박지 가운데 가장 멋진 곳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중년부부의 캠핑카를 부러워하며, 평평한 곳에 토닉이를 주차하고 차박 준비를 했다. 맑은 날에 설치한 적이 있던가. 이렇게도 좋을 일이냐고 :)))) 비록 노지차박이라 씻을 곳도 마땅치 않지만, 화장실도 멀리 있어 급할 땐 비상상황이지만 우리의 유행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를 되뇌며 오늘은 이렇게 철원에서의 첫 밤을 보낸다.
7/15(수) Day 11.
한탄강트레킹
날이 밝았다. 밤새 물가의 우리가 혹시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해주신 캠핑가부부 덕에 무탈하게 아침을 맞았다. 한탄강 물은 에메랄드빛이었고 하늘은 딥블루한 오늘! 두근두근 트레킹 여정을 시작해보자.
순탄하고 잘 정비된 길만 걸을 줄 알았던 우리. 물이 차오르는 징검다리 건너다가 나는 미끄러져 하반신이 다 젖고, 길 위에 지나가던 뱀에 놀라 그는 자빠질 뻔하고, 키보다 높은 풀숲을 헤쳐가며 그렇게 녹록지 않은 트레킹 여정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쉽지 않은 여정에서 우리는 오아이스를 찾았고 우연히 카페에서 뜻하지 않게 빙수 사이즈를 왕 크게 업시켜준 사장님 덕에 호사를 누렸다. (근데 실은 사장님 저희 아메리카노 말고 음료 한잔 더 사 먹으려 했는데 사장님 때메 망했잖아요...ㅋㅋㅋㅋㅋ) 6시간 넘게, 생각보다 꽤 길었던 한탄강 트레킹은 마무리되었다. 원래 차박 이틀은 힘들다고 하루만 하고 숙소에서 자기로 했는데, 내가 자꾸 설치한 거 아깝고 아쉽다고 연박하자고 졸라 하루 더 이어나가기로 했다. 쉘터는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차만 살짝 분리해내어 대한민국 최북단, 북한과의 경계인 백마고지와 노동당사 가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끝내고 돌아와 피자와 맥주를 먹었다. 끝!
7/16(목) Day 12.
강원도에서 경기도로, 포천의 매력
철원에서 포천으로 넘어가는 날.
어제 하려고 하던 래프팅을 하고 막국수를 먹는 것으로 포천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거의 십 년 만에 하는 래프팅, 중간에 한 다이빙과 깊은 강 수영이 매력 있고 스릴 있었다. 담에 수위 많이 올라오면 또 하러 오고 싶다며. 막국수는 6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철원막국수라는 곳인데 가게부터 느낌 있더니 맛도 독보적이었다. 내 인생 메밀막국수 맛집은 봉평메밀밭 앞이었는데 철원도 인정해주께...둘이 나란히 일뜽.
강원도에서 경기도로, 철원에서 포천으로는 금방 넘어왔다. 비둘기낭폭포는 에메랄드빛 물이 신비로웠다. 그리고 한탄강 하늘 다리. "콜로라도 보는 것 같다~" 했는데 안내판에 정말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란다. 다음엔 포천에서의 한탄강트레킹도 꼭 해보자고. 그리고 오늘의, 포천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산정호수. 뭐 별거 있겠느냐고 수성못 같은 느낌 생각하며 온 이곳에 완전 홀릭돼버렸다. 이곳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같다며- 여긴 한국의 바이칼 호수 아니냐며. 자꾸만 한국에서 외국 타령하는 건 신혼여행 해외로 못 간 후유증이라며 :') 3.5km 물 위를 걷던 시간을 마치고 마지막 숙소 힐하우스로 갔다. 어느새 신혼여행 마지막 밤. 아쉬움 안고 어탕과 도리뱅뱅리와 포천막걸리 한잔 기울이기.
다음날 포천을 떠나 서울 잠실에서 외삼촌께 점심을 얻어먹는 것으로 우리의 신행은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2주 동안 대구에서 철원까지 직선거리로 왕복 약 750킬로를 차로 다녀왔고, 제주도 한라산에서 강원도 설악산까지 도합 해발 3,500미터를 올랐으며, 매일 평균 15,000걸음을 걸었다. 이게 무슨 신혼여행인가 싶지만 가장 우리 다운 모습으로 우리답게 신행을 즐 기다온 것 같다.
그가 불러준 축가 '오르막길'이 마치 이 여행의 주제곡인듯 따라다녔고(가사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 라던지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부분이 특히)
주말부부라서기도 하지만 그의 직업 특성상 앞으로 살면서 이만큼 길고 오래 하루 24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는 일은 퇴직 전엔 없을 일이니, 참으로 귀하고 반짝이는, 호시절이었다. 옆에서 동행해주고 있는 구남친현남편씨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