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3일(화)
오랜 벗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구 반대편에 살지만, 그와 대화를 나눌 때면 늘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하다.
처음에 우리는 얼굴도,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아무것도 모른 채 즐겁게 대화를 나눴었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우리가 동갑이라는 걸 알았고, 같은 미술 전공이라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리고 지금은 둘 다 ‘글’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점까지 닮아 있다.
그 친구는 장편 소설을 쓰는데, 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지만 의미 있는 글을 쓰는 이는 드물다. 좀 더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지만 좀 느려지더라도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게 존경스럽다.
특히 이번 대화에서는 써야만 하기 때문에 쓴다는 말에 깊이 공감됐다. 해내야만 하는 일종의 사명감. 서로 비슷한 처지인 것 같아 위로가 된다. 같은 입장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가 하는 말을 나는 이해하고, 내 생각 역시 이해받는 걸 느낀다.
알고 지낸 지 1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만난 적은 단 한번 잠시 뿐이었는데, 자주 함께 하는 이들보다 더 와닿는 게 신기하다.
생각과 정서가 통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 깊은 걸 나눌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와 내가 추구하는 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의미’이고, 우리의 관계도 늘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존되어 오랫동안 그대로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