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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 Jan 13. 2017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연히 보고 '대사'에 끌려 지금까지 꼭 챙겨보고 있는 명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드라마는 '메디컬'의 탈을 쓴 '휴먼' 드라마다. 물론 감동적인 드라마도 많고, 재치있는 대사가 돋보이는 드라마도 많지만, 낭만닥터가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소크라테스의 '등애'와도 같이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김사부의 대사 때문이다.


이는 극적인 상황들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혹평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가치가 있다. 또 매 회마다 실제 일어났던 여러 사회적 이슈들을 연상케 하는 상황 설정으로 인상 깊은 메시지를주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촌철살인의 대사들이 폐부를 찌르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다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것이 억지 감동이나 막연한 휴머니즘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매 순간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말과 행동을 가리키고 있기에 <낭만닥터 김사부>는 고만고만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군계일학으로 돋보인다.


단 1회만 남아 있다는 게 너무 아쉽고 시즌으로 꾸준히 제작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물론 김사부는 배우 한석규 님이 쭉 맡아주시길! ^^)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석규 씨의 소감 역시 김사부 그 자체를 보는 듯했다. 김사부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기가 더욱 빛이 났던 거겠지 싶다.


극 중 김사부와 강동주 혹은 윤서정과의 대화는 스승과 제자 간 오갈 수 있는 의미 깊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드라마를 보며 내 자신이 참 부끄러울 때도 많았고, 격하게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 내 삶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인상 깊었던 대사들을 몇 개 짚어 적어두고 한번씩 읽어가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다짐해본다.


1회


(김사부) 분풀이 좀 했다고 복수가 되는 거 아니다. 진짜 복수같은 걸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되거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줘.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2회


(강동주) 자신이 받은 처치에 대해서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김사부) 뭐? 환자의 인권? 의사로서의 윤리강령? 내 앞에서 그런 거 따지지 마라. 내 구역에선 오로지 하나밖에 없어.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4회


(강동주)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김사부) 지금 여기 누워있는 환자한테 물어보면 어떤 쪽을 원할 것 같냐? (최고의 의사요) 아니! 필요한 의사다. 정말로 이기고 싶으면 필요한 사람이 되면 돼. 남탓하지 말고 실력으로!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5회


(김사부) 그건 내 방식이지. 니 스타일 아니잖아 강동주. 야 너 원칙주의자라며? 원칙이라는 거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뜻과 정의가 변해선 안되는 거 아니냐?

상황에 따라, 상대방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건
그건 원칙이 아니라 궤변이야.

(강동주) 융통성을 발휘했던 것 뿐인데요.

(김사부) 내 입맛에 맞추려고 환자 죽일 뻔 한 거 아니고?

(강동주) 한번의 실수로 절 너무 매도하시는 거 아닙니까?

(김사부) 변명하지마. 그 한번의 실수로 사람이 죽을 뻔했어. 니가 이 병원에 남든 뭘하든 그건 니 사정이니까 니 맘대로 해. 하지만 나한테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면 꿈깨. 상황에 따라서 그 원칙이 변하는 놈한테는 무시와 조롱. 경멸과 쌍욕 밖에 해줄 게 없으니까.


8회


(강동주) 아까 수술방에선 하마터면 선생님 한 대 칠뻔 했습니다...어떻게 그렇게 냉정을 유지하실 수 있습니까?

(김사부) 내가 냉정을 유지했다고 누가 그러디? 내가 그 수술 포기했다면 상황이 더 엉망이 됐을 거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그 상황 정리하는 데 집중했을 뿐이야.

(강동주) 또 잘난 척 하시네.

(김사부) 그것을 전문 용어로 개멋부린다 그러지? 좀 더 고급진 말로는 낭만이라 그러고

(강동주) 낭만이요? 선생님한테 낭만같은 게 있다구요?

(김사부) 낭만빼면 시체지 또 내가... 몰랐냐?

(강동주) 전혀요.

(김사부) 하기야. 머리 좋고 계산 빠르고 이해타산 밝은 우리 강동주 선생 눈엔 낭만같은 게 보일리가 없지  

(강동주) 지금 또 까시는 겁니까?

(김사부) 칭찬은 아니지.

(강동주) 저를 왜 그렇게 싫어하시는 겁니까?

(김사부) 나 너 싫어한 적 없다~ 너 그 자격지심, 피해의식, 그런 게 좀 꼴보기가 싫지. 그냥 그거 감추려고 죽자사자 1등에만 매달리는 니 그 열등의식. 그게 좀 역겹지.

(강동주) 죽자사자 기를 쓰고 열심히 하는데 그게 그렇게 못마땅하셨습니까?

(김사부) 야.

일하는 방법만 알고 일하는 의미를 모르면
그거 의사로서 무슨 가치가 있겠냐?


10회


(김사부) 사람 죽어나가는 판에 뭐하자는 거야?

(감사원) 우리야 지침대로 하는 것 뿐이잖아요. 그러라고 월급받는 거니까

(김사부) 현실을 무시한 지침은 횡포지! 그러다 사람죽어나가면 니가 책임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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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부) 열심히 살려고 하는 건 괜찮은데, 우리 못나게 살진 맙시다. 사람이 뭐 땜에 사는지 그거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

(김사부)

의사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뿐이야. 환자를 통해서.

오로지 그거 하나 뿐이다. 살고 죽는 문제까지 니가 책임지려고 하지 말어. 넌 그냥 배운대로 최선을 다하면 돼. 거기에만 집중해.


11회


(김사부) 어차피 니 인생 니가 사는 거야. 결정도 네 몫이고. 

니가 원한다면 막을 수 없다는 뜻이야. 이런 저런 이유로 널 여기 주저앉힌다 해도 결국 너는 안가본 길에 대해서 두고두고 미련이 남을테니까. 


12회


(강동주) 지금 저더러 거짓말을 하라는 겁니까?

(도원장) 합리적인 판단을 하라는 거야.

(강동주) 그러니까 거짓말로 사망진단서를.. 그것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의 사망진단서에 싸인을 하라는 겁니까?

(도원장) 살다보면 때론 진실보다 침묵이 약이 될 때가 있어.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생각하면 돼.

(강동주) 죄송하지만 이 자리 못 보고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도원장) 정의감으로 객기부리는 건 어린 시절에나 하는 짓이고 자네 이제 어른이잖아. 의사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조용히 심플하게 가자고. 강동주.


----------------

(김사부) 넌 왜 의사가 된거냐?

(강동주) 선생님이 그랬잖습니까. 복수를 하고 싶으면 실력으로 되갚아 주라. 그래서 그렇게 한겁니다. 내가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구요. 날 무시하던 인간들이 더이상 날 무시하지 못하게 하고 싶어서. 난 니들과 다른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김사부) 근데 막상 니가 하는 선택을 보면 그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잖아 

(강동주) 이대로는 안되니까요.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야 되니까요. 그래야 도원장이든 누구든 맞짱이라도 뜰 거 아닙니까.

(김사부) 그래서 .. 그 조건 받아들이면 니 지위가 조금 위로 올라가는 거냐? 도원장한테 대가리 숙이고 충성 맹세하고. 과장하고 승진하고 학술지에 니 이름 올라가고. 그러면은 니가 그렇게 바라던 성공이 이루어진거야?

(강동주) 세상이 그렇잖습니까. 이 세상이 그런 걸 성공이라고 불러주니까. 주류에 들지 못하면 난 쥐뿔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까요.

(김사부) 그래가지고. 자존심도 버리고. 양심도 버리겠다? 염치고 나발이고 나몰라라 그렇게?

(강동주)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살면서 자존심은 지켜집니까? 쥐뿔 힘도 없는 주제에. 양심은 제대로 지킬 수 있습니까? 가지지 못해서 억울하게 당하는 게 얼마나 치욕적이고 아픈지는 아십니까?

(김사부) 하기사 사람 욕심이라는 게 그렇게 주저리 주저리 자기 합리화를 잘해대지. 난 어쩔 수 없었다. 난 이럴수밖에 없었다. 내가 볼 때

넌 양심이 아픈 게 아니라
니 욕심이 아픈거야.

(강동주) 제 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하셨습니까?  

(김사부) 너 같은 자뻑들이 현실과 이상 속에서 겪는 딜레마를 내가 알긴 하지. 그런데 의사는 적어도 한 생명을 집도하는 써전이라면은 그 생명과 맞먹는 책임감도 어깨에 같이 짊어지고 가는 거야. 그거 하나는 명심해라.


15회


(병원장인 아버지 생각대로 움직이는 도인범에게)


(김사부) 난 말야. 두리뭉실한 돌보다는 모난 돌을 더 선호하는 편이야.

모가 났다는 거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거고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는 거니까.

그런 게 세상이랑 부딪치면서 점점 자기 모양새를 찾아가는 걸 좋아하지.
그냥 뭐 세상 두리뭉실 재미없게 말고
엣지있게, 자기의 철학 자기의 신념이라는 걸 담아서 자기의 모양새로 말해.

어쩌면 난 니가 그런 부류의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애. 넌 그날 굳이 안해도 될 수술을 했고 난 그게 니가 니 아버지 백만 믿고 저지른 객기가 아니라 정말로 위급한 환자를 위해서 한거라고 판단했으니까. 그리고 실력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서 널 일부러 여기다 끌어다 놓은 건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거 같다.


17회


(기자)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하니까

(김사부) 그래서, 진실을 알면 그걸 세상에 전할 용기는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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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탁) 나는 여기 돌담에서 그렇게 배웠어요.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존중받았구요. 큰 잘못을 해도 혼은 날지언정 인격까지 무시당하는 일은 없었어요. 당해주니까 더 무시하는 거에요. 그래도 되는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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