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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 Mar 28. 2017

꼰대가 되지 않는 법 5가지

나이 들어가면서 꼭 지키고 싶은 것

요즘에는 운동을 가도 그렇고, 취미삼아 무언가를 배우러 가도 그렇고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많이 본다.


몇 년 전만 해도 대강 언니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왕언니가 되어버렸다.


사실 애매한 나이긴 하지만 무심코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제서야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동생들이 많다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지 그 나이 또래에 맞춰 대화하기 위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예전 이야기를 많이 꺼내게 된다. 그러다보면 그 시절 좋았던 것, 하지 못했던 것, 후회되는 것 등 지나간 인생의 여러 장면들이 삽시간에 떠오르는데, 동시에 본의 아니게 조언하는 듯한 말을 내뱉고 있는 날 발견하며 깜짝 놀라곤 한다.


그래도 그런 내 상태를 자각은 하니 다행이고, 바로 입을 닫으려 노력하긴 하는데 쉽지는 않다. 어쨌든 내 윗세대가 나한테 그러는 것도 잔소리처럼 들리고 과유불급이라 생각될 때가 많으니 자중해야 되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나름대로 <꼰대가 되지 않는 법> 5가지를 정리해보았다.


첫째, 받아들이고 인정하자.

나보다 어려도 하나의 '인격체'이다. 중학교 1학년, 소풍으로 놀이동산에 간 적이 있다. 당시엔 나이 많은 어른처럼 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갓 스무살 된 커플이었던 것 같다. 오리 배를 타기 위해 굉장히 긴 줄 가운데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요 커플이 슬금슬금 새치기를 했다. 보다 못해 친구들과 같이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길 했더니 어리다고 깔보면서 갖은 욕을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남자는 우리를 향해 발차기를 하는 시늉까지 선보였다. 그 순간 너무 화가나 나도 모르게 나왔던 한 마디,


"아저씨! 저희도 하나의 인격체인데 이러시면 안되죠!"


괜시리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단어였는지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 뒤로 '인격체' 발언은 친구들 사이에서 한동안 회자되었다. 생각해보면 젊은이들은 용감하다. 나이가 들면서 정작 그 때처럼 용기내야 할 순간에 비겁해져서 그렇지.


그건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어도 일단 받아들이고 그 친구의 입장에서 이해해보자. 사실 이는 나이와 상관없는 타인에 대한 배려일텐데 우리는 상대가 어리다는 이유로 자기도 모르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된다.


또 옳고 타당한 의견은 인정해야 한다. 인간사 벌어지는 일들은 다양하고 인간 본연의 가치 및 양심과 관련된 문제 이외에 정해진 답은 없다. 자존심 부린답시고 그의 의견을 뭉개버리면 다음 번 대화는 없을 것이다.


둘째, 끊임 없는 자기 반성과 공부는 필수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 것처럼 노력하지 않는 삶은 발전이 없다. 남보다 오래 살았다고 더 많이 알고 깨우치는 건 아니다. 제 아무리 성인 군자라도 인간인 이상 실수할 때도 있는 법인데, 평범한 필부 입장에선 도덕적으로 잘 살고 있는지 끊임 없이 성찰하는 게 필수이다. 오래 산 것의 장점은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학문을 공부하더라도 굉장한 이점이 되니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자. 또 식견이 높아지면 편견 없이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다.


셋째, 권력이 아닌 '전문성'을 키우자.

높은 자리에 올라 권력의 맛을 보면 멀쩡했던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서 바꿀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소싯적 시집살이를 호되게 했다고 며느리에게 못되게 구는 시어머니나 군대 선임에게 당한 기억을 고스란히 후임에게 갚아주는 식의 행동들. 내가 당했으니 누구보다 그 입장을 잘 알텐데 그 악습을 끊지 못하는 게 참 비겁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많다고 또 지위가 높다고 강자인 건 아니다. 함부로 어떤 이를 약자로 치부하고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자신이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면 오히려 약간의 배려와 격려만으로도 타인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


키워야 할 건 권력이 아니라 '전문성'이다. 시간과 노력이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만들어준다. 진짜 힘은 감투가 아니라 바로 이 전문성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윽박지르고 옥죄는 권력가가 아닌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를 따르고 존경한다.


넷째, '인간적 가치'에 대해서는
고집을 부리자.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옳음', '선과 양심' 이 부분에 있어서는 유일하게 고집을 부려도 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듯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잔소리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바로 이 부분을 명확히 구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 흔히 나이든 사람들은 자신의 아집이나 선입견을 무조건 옳다 여기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이 들어 좋은 건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가본 길들이 있기 때문에 타인의 상황이나 고민들이 눈에 잘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도움을 요청하는 이가 있을 때 그네들의 인생에서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 또 다소 치기 어리고 부족한 행동을 보더라도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은 너그러워진다. 뾰족하고 예민했던 지난 날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나 둘 늘어가는 눈가의 주름을 보곤 아직은 청춘이라 위로해보며...  위 5가지를 항상 기억하고 절대 '꼰대'는 되지 않으리라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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