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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 Mar 22. 2017

'매일 꾸준히'의 법칙

두어 달 간 '실내 암벽', 클라이밍에 빠졌던 적이 있다. 출퇴근을 하느라 무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평일에는 거의 매일 암장에 갔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유일한 취미였던 것 같다.


나름 열심히 다닌 결과 초급 강습을 끝내기 직전에 이르렀는데, 몇 년 만에 계획한 해외여행을 가느라 일주일 가까이 공백이 생겼다. 또 오랜만에 부모님 댁에도 내려갔다 오느라 휴가가 더 길어졌다.


그 뒤로 다시 일을 하게 되고 어찌저찌 하다보니 두 달 가까이 클라이밍을 쉬게 됐고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갑자기 생긴 일들을 핑계로 차일피일 복귀 날짜가 미뤄졌다.


참 신기한 게 무리하게 일과 운동을 병행했을 때는 나름 활력이 솟았는데, 그 둘을 모두 쉬고 나니 몸이 급격히 안좋아졌다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암장 문을 두드렸다. 어색할까 걱정했는데 오랜만이라며 반겨주는 사람들을 보니 왜 이제야 왔나 싶었다.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신발이랑 초크도 챙기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도 풀었다.


두 달 전 하고 있었던 초급 과정의 마지막 단계(루트)를 생각하며 홀드들을 눈으로 익히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그것보다 두 단계 아래 루트부터 하자고 하신다.


좀 의아했지만 홀드를 몇 개 잡는 순간 이럴수가... 너무 너무 힘이 드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정말 가뿐하게 했던 루트인데 첫 시도에 한바퀴도 제대로 못돌고 내려오니 자괴감이 느껴졌다. 쉬는 동안 클라이밍으로 단련된 근육들이 싹 사라진 것이다.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들을 쓰기 때문에 오랜 기간 운동을 하지 않으니 근육이 퇴화된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하던 게 있는데 이럴 수 있나 싶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운동 자체를 즐기자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했던 그 때로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한 때 '1만 시간의 법칙'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무언가를 해나간다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뭘 하든 집중하고 몰아서 하는 걸 좋아했던 나한테는 맞지 않는 이론이라며 외면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 분야도 있겠지만 경험상 스포츠나 어학 공부, 그 밖에 특정 기술을 요하는 일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많은 시간을 한번에 투자하여 금방 지치는 것 보다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실력을 늘려나가는 데 (적어도 퇴보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법칙이 비단 어떤 기술에만 해당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림을 그려서인지 원래 성향인건지 야행성이라 어릴 적부터 주로 늦은 시간에 작업을 하고 자주 밤도 새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그 후폭풍이 몇일동안 이어졌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는 말은 너무 흔해서 그 중요함을 미처 몰랐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니 이제서야 피부에 와 닿는다.


오랜 세월 굳어져버린 습관을 바꾸는 건 너무도 힘들었다. 규칙적인 수면 시간과 식사, 운동. 가장 기본적인 것임에도 이를 딱딱 조절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몸이 받쳐줘야 매일 꾸준히 학습을 하든 취미를 하든 할 수 있으니 몸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끼니를 거르는 동생에게 꼰대처럼 잔소리를 하면서 내 자신도 '매일 꾸준히'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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