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K-뷰티의 나라에서 태어나 그런지 자연스럽게 미용과 관리가 자연스러운 여자로 살아왔다. 수많은 뷰티 전문가와 화장품 회사에게 그랜절해야 할 정도로 도움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과 좋은 화장품으로도 노화를 멈출 수는 없다.
나의 첫 흰머리는 회사생활 2년 차에 생겼는데 스트레스가 정말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안 좋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퇴사 후, 남편이 사는 브라질에 오면서 자연스레 가정주부가 되었다. 업무와 인간관계 스트레스에서 멀어지니 흰머리가 발견되는 횟수도 줄었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은 멈출 수 없듯, 30대 중반이 된 올해부터 흰머리가 가르마 주위로 많이 나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서, K-뷰티의 자손으로서 속상한 건 숨길 수 없었다.
그런데 남편은 이미 구레나룻에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지만 한 번도 그것에 대해 불평한 적이 없다. 남편에게 가서 이 것 좀 뽑아달라고 하며 머리를 들이댔다. 그리고 이제 정말 늙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고 했다.
흰머리를 뽑아 주며 남편은 말했다.
“걱정하지 마, 늙는다는 것은 복 받은 거지!”
“무슨 말이야 그게…. 슬픈 거지!”
“늙는다는 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거야. 그게 아니면 우린 벌써 병이나, 사고로 죽고 이 세상에 없었을 거야.”
망치로 머리를 띵하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정말 맞는 말이라 반박할 의견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요가와 명상 수련을 하는 나보다 현실주의자의 남편에게서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것 같은 순간이 가끔 있다.
반면 나는 감성적인 사람이라 자주 ‘센치한’순간이 많은 데 남편은 피곤하면 자고 심심하면 기타 치고 게임하고…. 어쩜 이렇게 단순할 수가 있는지.
이렇게 노화에 대한 나의 슬픔과 투정은 돌 같은 남편의 말로 진정되었다. ‘그래, 맞아 늙는다는 건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증거지. 슬퍼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구나’
그래도 나를 잘 아는 나는 다음에 또 속상할 것을 안다. 그리고 피부미용에 좋다는 검색도 놓지 않을 거지만 내가 늙어가는 모습을 전보다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