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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수 Feb 27. 2024

우리 집 반려견에게 갑자기 마비증상이 찾아왔다

3살 강아지의 첫 응급실

  우리 부부는 가족과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후추가 우리에게 와줘서 얼마나 행운인지 이야기했다. 집에 도착하니 여느 때와 다름없이 후추는 왜 날 두고 갔냐며 항의하는 표현으로 집에 있는 온갖 신발을 물어 거실로 물고 온다. 오늘은 총 6개의 신발이 후추에게 선택되었다. 거실 카펫 위에 널브러져 있는 신발을 보며 그저 귀여운 마음에 후추를 번쩍 들어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뽀뽀해 줬다.



  저녁 10시 반이 되면 잠이 쏟아지는 이 강아지는 정확한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늦게 자는 습관을 고쳤다.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아침을 활기차게 맞이하기 위해 후추는 침대 끝으로 가 잠을 청한다.

  새벽 6시에 남편의 알람 소리에 일어나는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휴일을 맞이했다. 남편은 알람 소리를 끄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한 번 깨면 보통 다시 잠들기 힘든 나는 침대에서 뒤척였다.


‘이불속 발끝에서 느껴지는 이 촉촉한 감촉은 뭐지? 후추가 또 천을 햛았나 보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휴일을 맞이한 남편을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후추에게 모닝키스를 하려 이불을 들췄다.

  그런데 내가 본건 오줌으로 흥건한 침대. 그리고 본인 오줌 위에 뒤덮인 채 힘 없이 누워있는 후추의 모습.

  나는 후추가 실수로 침대에 오줌을 쌌다고 생각했다. 



너무 안쓰러워서 안아 들고 말했다.


“아이고 너도 잘못한 거 아는구나. 눈도 제대로 못 뜨네”


  남편을 깨워 후추가 아기 때 이후로 처음으로 침대에 오줌을 쌌다고 말했다. 남편은 오줌에 절은 후추가 불쌍한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본인이 같이 샤워하면서 씻기겠다고 했다.

샤워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침대커버를 벗겨내 세탁기를 돌리고 집안 청소를 했다. 샤워가 끝나고 나오는 남편의 얼굴 표정이 좋지 않다.

  타월로 후추를 감싸고 앉는데 평소 같으면 벌쩍 뛸 후추가 힘없이 축 늘어져있다. 이상한 낌새에 후추를 땅에 내려놓았다. 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털썩 앉아버리는 후추. 앉은 자세마저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머리가 흔들흔들 거린다.


“후추가 아픈 거 같아. 마비증상… 인 것 같아….”


  답변을 기다리는 몇 초 순간에 남편이 ‘아니야’라고 대답해 주길 바랐다.


“그럴지도 모르지…”


  순간 머리가 띵 돌더니 울음이 터졌다.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온갖 신발과 장난치던 강아지가 하룻밤사이에 몸을 못 가누는 상태가 되다니.

샤워로 온몸이 홀딱 젖은 후추를 다시 타월로 감싸 안고 ‘뽀뽀, 뽀뽀’를 요청했다. 평소 같으면 망설이지 않고 뽀뽀해줬을 후추는 눈만 움직일 뿐 얼굴에 표정이 없다. ‘까까’하며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입에 갖다 대도 먹지 않는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드라이기 소리가 무서워 소스라치는 후추지만 오늘은 내 무릎 위에서 윙하는 소리와 강한 바람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털을 말리며 드라이기 소리에 내 울음소리가 묻히길 바랐다. 후추는 그런 나를 초점 없는 눈으로 그저 올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남편이 빨리 응급실로 가자고 재촉했다. 1월 아직 한 여름인 상파울루인데 그날따라 16도로 내려가 쌀쌀했다. 최대한 빨리 말리고 옷을 입혀 응급실로 향했다.

차만 타면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바람을 느끼길 좋아하는 우리 집 강아지는 지금 내 무릎에 힘없이 늘어져 있다.

  새벽 6시 반 응급실에 도착했다. 피곤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는 수의사는 시뻘건 내 얼굴을 보더니 표정이 변했다. 남편에게 포르투갈어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 순간만큼은 오늘이 남편이 쉬는 휴일이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시간 반 동안의 긴 진찰이 끝났다. 수의사는 반응이 느리기는 하지만 감각이 살아있다고 했다. 원인을 찾기 위해 피검사와 기생충 PCR검사와 세럼 검사를 제안했다. 우리는 돈이 얼마나 들던 필요한 검사는 다 해달라고 했다. 목에서 피를 뽑는 와중에도 소리 한번 내지 않는 후추를 보며 더욱 안쓰러웠다.

  진찰을 마치고 나와 반려견을 위해 마련해 둔 잔디밭 위에 후추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듯한 후추. 아침까지는 잘 걷지 못하는 후추가 남편과 나 사이에서 왔다 갔다 빠른 걸음으로 번갈아 오며 애교를 부린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남편은 조금씩 괜찮아지는 후추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3일이 지난 오늘, 후추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피검사는 정상이었고 PCR 검사는 오버크로싱 결과가 나와 추후에 재검사를 할 것을 제안했다. 이제 마지막 세럼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또다시 마비증상이 찾아와 평생 배변을 받아내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건강한 이 순간, 그저 우리의 사랑만을 바라는 후추에게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무한한 사랑을 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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