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일상처럼 살다
2022년 7월 26일 한국 출국
2022년 8월 25일 한국 입국
약 한달간의 일정 하와이 호놀룰루
2020년 1월 19일이 코로나 이전 마지막 해외여행 출국이었고, 3월 19일이 마지막 입국이었다. 계획했던 일정을 마치지 못하고 부랴 부랴 서둘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방콕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스웨덴 스톡홀름 마지막 인사>
2년여가 흘러 다시 찾은 2022년 7월의 인천공항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시기만큼의 공포와 패닉은 아니였지만 코로나 이전의 설레임은 애초에 기대 할 수 없을만큼 공항은 한산했다. 나라간 이동이라는 기능만 남아 있을 뿐, 공항이라는 공간만이 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은 느낄 수가 없었다. 일단 사람이 없었고 경영난의 여파 때문인지 공항안의 많은 가게들은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최소한의 기능만을 수행하기로 작정한듯 보였다.
사람이 북적이지 않아서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했지만 사람들 때문에 시끄럽고 정신없고 북적거리던, 그래서 차분했던 사람도 들뜨게 만들어 버리던 코로나 이전의 공항 풍경이 그립다. 사람 풍경이 그립다. 사람으로 완성되던 공간들이 그립다. 그 어떤 인테리어 보다도 따듯한 힘을 가진 사람의 존재.
<그리운 사람 풍경>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커다란 야자수와 파란 하늘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이 한국의 제주도를 떠올리게 했다. 뭔가 큰 버젼의 제주도 느낌이 나는 하와이다. 하와이는 두번째이지만, 첫번째 하와이는 단 하루 동안의 거쳐가는 스탑오버로 와이키키 비치와 알로 모아나 쇼핑센터를 가본 것이 전부였다. 이번 하와이가 사실상 첫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야자수를 사랑한다.
볼때마다 사랑스럽다.
볼때마다 이국적이다.
그래서 매번 설레이게 한다.
한달간 머무를 숙소로 에어비엔비를 선택했다. 와이키키와 알라 모아나 쇼핑센터 중간쯤에 위치해 있고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메인 스트릿에 붙어 있는 작은 골목에 있다. 조용하지만 안전한 곳.
어릴때는 하나라도 더 보고 경험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워 시간과 돈을 아끼는 여행을 했다. 미리 정보를 찾고 계획하지 않으면 중요한 것을 놓치는 실수가 발생 하고 소중한 시간을 낭비 하게 될까봐 덜렁거리고 게을렀던 내 성격을 거슬러가며 부단히 노력 하며 여행을 다녔다.
나이가 들면서 빡빡하게 세우던 일정들이 조금씩 느슨해지더니 언젠가부터는 이마저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는 것이 계획이 된지 오래다. 세밀하게 계획하지 않으면 보고 싶고 가고 싶었던 곳을 가지 못하는 일이 생길것만 같았던 막연했던 불안감은 "아쉬워야 여행이지.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에 다시 올 수 있어."하는 세상 여유로운 마음으로 변해 갔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떨어지는 체력과 그에 비해 하지 않아도 되는 늘어난 자유가 선사해준 변화이다.
경험에 집착하던 어린 시절의 나 대신 여유에 집착하게 된다. 낯선 곳을 이곳 저곳 여행 하는 것보다 낯선 곳에 머무르며 내가 해오던 일상을 살다 오고 싶은 것이 내가 좋아하는 여행의 형태가 되었다. 낯선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내가 늘 해오던 것들이다.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다.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동네 슈퍼에 걸아가 장을 보고 군것질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게으름을 피우며 멍하게 있기도 하고, 영양가 없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기도 하고, 그러다 가끔 가까운 곳으로 바람 쐬러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하고... 한국의 집과 작업실에서 살았던 내 모습 그대로 살다 가고 싶은 것이 내가 가장 원하는 여행의 모습이 된 듯 하다. 내 일상을 꼭 닮아 있는 여행을 원한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일상은 그 반대로 나의 여행과 닮아 있기를 바라면서.
이런 여행의 형태를 유지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다소 긴 일정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아무리 짧아도 2주 이상은 확보 되어야 내가 원하는 "여행을 일상처럼" 머무를 수 있다. 이런 생각의 끝에 다다르면 내게 주어진, 나를 둘러싼 모든 일상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낯선 신선함 속에서 찾는 익숙함이 좋다.
낯선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
일상과 닮은 여행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내가 머무르는 기간동안 거의 매일 가게 될 슈퍼 마켓을 찾아 그 마켓에서 판매 하고 있는 장바구니(에코백)를 사는 일이다. "여행을 일상처럼" 하기 위한 나만의 시작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일회용 비닐 봉지 대신 내가 속해 있는 동네 마켓의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경쾌 할 수가 없다. 장바구니를 하나 들었을 뿐인데 이미 나는 그 동네 주민이 된 듯한 느낌이 들고 이방인의 긴장감이 사라진다. 빠른 속도로 자연스럽게 그 동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간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을 일상처럼" 그리고 "일상과 닮은 여행"을 위해 내가 하는 또 다른 일은 다음 포스팅에서 공개 하기로! :) 아주 아주 하찮지만 나에게는 늘 해오는 나만의 전통이기도 한 소중한 그것! :)
지금 하와이는 새벽 5시이다. 3시부터 깨어 있었으니 시차 적응은 몇일째 실패. 사실 시차 적응을 애써 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아무리 애를 쓰며 고통스럽게 잠을 쫓아 시차에 맞추려고 해도 결국 물리적인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줘야 편안하게 시차가 적응이 된다는 것을 그동안의 여행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사실 하와이와 한국간의 시차가 아주 힘들만큼도 아니다.
<일상을 닮은 하와이 영상 #1>
http://instagram.com/ujoo_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