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by 자명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산다는 게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 즐겁기도 하지만, 계속 '이게 내 길이 맞나' 싶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수십 번 찾아온다.

누군가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덜 힘들지 않아?'라는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좋으니까 내 마음을 다 올인했기 때문에 놓지 못해서 더 힘든 거지.

그림이라는 어떤 나쁜 사람이랑 연애하는 기분이랄까.

머리로는 많이 힘든 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마음은 놓아지지 않는 그런 거.


2017년에는 진짜 그림을 내려놓을까 싶었는데 내려놓고 싶다는 건 어찌 보면 그만큼 열심히 달려와서 지친 것이기도 하고 내려놓고 싶을 만큼 끝까지 붙잡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그 해에 우연히 어떤 책에서 고흐의 말을 보게 되었다. 전에도 어느 전시였는지 어느 책이었는지 본 적이 있는 말이었지만 힘들었던 그 해의 나는 그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아서 더 마음에 닿았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오직 그림을 그릴 때뿐이다." - 빈센트 반 고흐


그 해 처음으로 타투가 생겼다. 고흐의 그 말은 내 팔에 새겨졌다. 놓고 싶을 만큼 놓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리기 위해 살고 있고, 살아있고 싶어서 그리는 것일지도.



그 이후에도 그렇게 놓고 싶은 순간이 몇 번씩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제는 내가 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찾아오면 '또 도졌나 보군' 이렇게 중얼거리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연례행사처럼 받아들이며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런 순간이 자꾸 찾아온다면 올 때마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또 도졌구나 그림이나 그려야지'하면서 한 장 더 그리는 게 더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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