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예빈 May 19. 2024

보는 눈

책을 읽다가,

'애써 지어내지 말라! 우선은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 목표다. 그런 다음 연필이나 펜으로 눈에 보이는 대상을 묘사하라.' - 제리 살츠, 예술가가 되는 법 中

이 부분에서 결국 맥락이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어떤 분야의 사람이든 그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기초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림을 처음 배울 때 기초 과정을 배우면서 '저는 이런 거 사실적으로 그리는 거 말고 그냥 그리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데요'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린다는 것'은 그전에 전제되어야 하는 것 '보는 법'이다. 이것은 무슨 공부를 해서 지식을 쌓아서 보는 것이라기보단(지식은 기초가 아닌 나중에 필요한 단계이다) 어린아이들처럼 보는 보는 것이다. 아이들의 그림이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이유는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말했다.

"나는 라파엘처럼 그리는 데에는 4년이 걸렸지만 어린아이들처럼 그리는 데에는 평생이 걸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 아는 것이라 착각하고 쓱 보고 지나치는 것들에 대하여 아이들은 자세히 관찰하여 본다. 그래서 어른들은 보지 못한 것까지 아이들은 본다."딸기 씨가 다 방향이 똑같아요!", "이모 귀걸이에는 하트가 있어!"등을 보는 것이다.


신인문학상에 시를 출품할 당시, 심사내용에 <남들이 보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한 생각들, 사물, 사상 등을 감지해 내어 쓴 시어 구사 능력>이란 문장에서 나는 '시詩가 그림이랑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림에서 '기초'를 다지는 것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처럼 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러고 나서 손이라는 도구에 내가 본 것을 담아낼 기술을 익힌다. 그러면 보는 것을 그려낼 수 있다. 그것은 사실적일 수도 있고 비사실적일 수도 있다. 상상의 눈은 세상을 담을 수도 있고 세상이 아닌 마음의 눈일 수도 있다. 눈을 만들고 손을 만드는 그게 기초과정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한 생각들, 사물·사상 등을 감지해 내는 것이 '보는 눈'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시어구사능력이 그림에선 손에서 해내는 '기술'일 것이다. 어느 분야든 맥락이 비슷하다. 보는 법이 먼저고 그다음이 본 것을 표현해 낼 기술을 익히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