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발명되고 사진이 생겨났다고 초상화를 그리는 작가, 풍경화를 그리는 작가가 없어지진 않았다. 프린터가 생기고 그대로 인쇄할 수 있다 해도 그림 그리는 사람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많은 디지털 툴이 생겨났어도 수작업을 하는 사람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AI가 그림작가를 위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림을 사는 사람들은 그려내는 기술을 사는 게 아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삶과 감정, 철학을 사는 것이다. 그것을 그려낸 사람의 인생 일부를 사서 간직하는 것이다. 고흐의 스타일을 흉내 낸 그림과 진짜 고흐가 그린 그림 중에서 무엇을 보러 가겠는가. 예술가들이 예술 작업을 하는 과정은 즐겁지만은 않다. 기술을 익히기 위해 쏟은 수십 년의 시간이 차곡차곡 손에 담기고, 그 위에 자신의 결을 담아낸 작품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더해진다. 그것은 수십 년의 시간을 바탕에 깔고 고뇌와 연구 시간이 더 추가되는 과정을 거친다.
피카소의 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피카소에게 어떤 사람이 즉석에서 그림을 요청했다. 짧은 시간 내에 슥슥 그림을 완성한 피카소는 그림가격을 말했다. 그림을 요청했던 사람은 짧은 시간 내에 금방 그린 건데 그림 가격이 너무 비싼 게 아니냐고 말했지만, 피카소는 "이렇게 그려내는 데까지 40년이나 걸렸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예술가의 손에서 탄생되는 작품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몸과 영혼을 갈아 넣는 시간들이다. 화가의 작품은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인 결과물로 인생 전부를 넣은 시간의 증거물이다. AI생성물과 사람이 그린 그림에 대해서 챗GPT와 얘기해 본 적이 있는데, 챗GPT는 화가가 사라지진 않을 거라고 했다. 사람들은 '인간다움의 내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사람이 그린 그림도 찾는다는 것이다. AI는 AI가 가는 길이 있고 인간이 그린 그림도 그의 길이 있다. 그것은 그동안의 역사가 계속 보여줬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인간의 삶을 녹여낸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