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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돋아난 잎

by 자명

힘든 일이 연이어 터지면서 단단하게 버텨오던 내 멘탈은 산산조각이 났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죽음 뒤에 남겨진 나는 무기력해져 갔다. 정신을 차려야지 하면서도 금세 또 우울해지곤 했다.
문득 갑자기 베란다에서 키우는 화분들이 생각났다.
'큰일 났다. 다 죽었겠다...'
나 하나도 챙기기 힘들 만큼 정신이 나가있어서 잊고 있었다. 후다닥 베란다의 화분들을 확인했다.
시들어간 화분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그 시간 속에서 누구는 꽃을 피우고 누구는 새 잎을 만들어냈다. 새로 돋아난 여리고 그 작은 잎사귀에 한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방치된 목마른 시간 동안 너도 살자고 발버둥 치는데, 식물도 저렇게 살려고 하는데 나도 살자고 일어서서 살아야 된다.
오늘은 화분에 물을 다 주고 나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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