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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주 Jan 10. 2024

2023년 결산

근데 이제 벌써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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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개인 사정으로 글을 쓰지 못했다. 12월 31일에 '2023년 결산'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다가 채 마무리를 못하고 새해를 맞았다. 그 후 열흘! <퇴마록> 글은 준비만 한 달째인 듯하나 급할수록 돌아가자, 라기에는 너무 돌고 있는걸? 돈 김에 더 돌든지.


아무튼 쓰던 글은 마무리하자는 마음으로 2023년 마지막 날에 쓰던 글을 맺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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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제목의 글을 쓰는 편은 아닌데 오늘은 써 본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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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일하고 있던 학교에서 계약 연장이 어렵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낙담했지만 길게 보면 전화위복이었다. 물론 학교도, 선생님들도, 학생들까지도 전부 다 정말 좋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또 다른 하늘의 뜻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선선하게 나왔다. 교감 선생님께서 인력 풀에 등재시켜 주셔서 감사하게도 몇 군데 학교에서 연락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고사하였다. 좋은 기회였지만 일단 학교들이 다 너무 먼 곳에 있었고, 무엇보다 상반기 말에는 반드시 책을 출간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을 하면서도 마무리는 할 수 있었지만 좀 더 잘하고 싶었다. (일단 마음은 늘 그렇습니당...)


4월에는 약간의 무력감이 찾아왔다. 2022년 한 해를 바쁘게 보내서 그런가 다시 찾아온 '일을 하는 것도 그렇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시기가 좀 어색하고 이상했다. 늘 이렇게 살아왔는데 마흔을 찍어서 그런 걸까? 물론 정부가 한 살을 깎아 주어 다시 서른아홉이 되었지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화내는 거 아닙니) 그렇게 4월을 넘기고 생일이 있는 5월도 지나고(점점 무의미해지는 생일), 여름을 지나 7월에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다.


책 출간 후로는 시간이 후두룩슉슉 잘 갔다. 8월 말에 홍대 <땡스북스>에서 북 토크도 하고 9월 말에는 대구 <치우친 취향>에서 두 번째 북 토크가 있었으니! 이 모든 이벤트가 과연 내 삶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란 말인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한 시간씩 감사 기도를 해도 모자란 시간들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모든 순간들에, 사람들에, 사랑들에.


그리고 책 출간을 계기로 두 곳에서 원고 청탁을 받아 에세이를 실었다. 힘들었지만 행복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가을에는, 이제 좀 취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조급해져서 동동거렸지만 '언행불일치'의 화신답게 취업은 하지 않았고(못 한 거 아닙니...), 대신 반년 간 끌어오던 장편소설을 끝냈다. 와, 잘했습니다. 그리고 공모전 한 곳에도 응모했구요. 첫 장편이라 원래 큰 기대는 없었지만 정말로 아무 소식이 없었다. 하하. 그래도 좋았다. 장편을 마무리하고 응모를 해 본 게 어딘가. (합리화 장인)


아,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런 이벤트도 있었다. 12월 초에 <마음산책> 서평 공모전에 글을 하나 올렸고, 최고상을 받아 도서상품권 10만 원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좋은 책을 고르느라 아직 못 썼어요. 사고 싶었던 책들을 구비해 긴 겨울을 잘 지나 보겠습니다. (사실 <의천도룡기> 전집을 사려고 했는데 <영웅문> 시리즈 중고 버전을 구해서!!!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또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또 뭐가 있나.


그 사이사이 학교에서 연을 맺었던 선생님들과 좋은 곳을 다니며 맛난 것도 많이 먹었다. 고맙습니다. 우리 오래 보아요, 라고 말씀해 주실 때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진다. 오래 보며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느는 것이 감사하고 좋다. 깊은 우울에 빠질 때 유일한 빛을 만난 듯 소중히 안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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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전에는 뭔가 엄청 많은 것 같았는데 글로 적고 나니 한 줌의 모래를 쥔 듯하다. 그런데 그 모래가 햇살을 쥔 것처럼 너무나도 따뜻하고 반짝여서 기분이 무척 좋다. 2024년 한 해도 그럴 것이다. 온화하고 담대하게 이번 한 해를 또 살아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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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다음 편 예고>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해 보는 <다음 편 예고>


노플랜주의자의 갑자기 홍콩(1)~(5)

그.... 예. 1월 1일부터 5일까지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2주 전에 표 끊고 하루 전에 준비해서 얼레벌레 다녀왔습니다. 왜 갔냐! 그런 건 없어요. 저는 늘 그냥 갑니다. (극 P) 무목적, 무계획! 여행을 떠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까요? 여행을 떠난 순간 이미 목적 달성입니다. 음, 원래의 계획은 홍콩에 도착해서 매일 1편씩 글을 올리는 것이었는데(예상 시작 멘트: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홍콩입니다, 하하) 뭐, 예상대로 되었으면 저는 지금 동상 올라가야 합니다. 노트북을 들고는 갔지만, 정말 한순간도 열어 보지 않았지요. 그냥 '노트북 있는 사람'으로 노트북에게 홍콩 구경시켜 주고 들고만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제법 멋진걸. 짱짱맨이다. 그래도 기록을 안 남기면 아쉬우니까 기록은 남겨 보는 것으로.


근데 5일에 돌아왔으면 나머지 5일 동안 뭐 했나요? 홍콩에서 감기와 함께 돌아와 좀 누워 있었고요. 그사이에 또 빅 이벤트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홍콩 이야기 다음에 쓰도록 하지요.


<퇴마록> 무협 에세이

'수마'만 좀 '퇴마'했어도 열 편은 썼겠다. 씁니다. 쓸게요. 써야죠. 아무도 안 기다리는데 늘 혼자 조급한 나, 정말 멋지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쭉 멋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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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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