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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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좀 길어졌나 봅니다. 오후 다섯 시가 넘었는데도 하늘이 아직 푸르네요. 어제는 모처럼 일찍 운동을 갔는데 살짝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살살 뛰고 대충 시늉만 하다 오려고 했거든요. 아 그런데 러닝머신 앞에 달린 TV에서 <의천도룡기 2019>를 하고 있더라구요? 마침 또 스토리 중 백미 부분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광명정' 사건이라고, 이 이상 얘기하면 너무 덕후 같으니까요... 예.) 그걸 보면서 뛰기 시작했는데 글쎄 20분이나 뛰어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다 끝나지 않아서 시간을 끌면서 걸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운동 메이트 보희가 좋은 아이디어를 주었습니다. 마라톤 때에도 <의천도룡기>를 들으며 뛰라구요. 처음에는 깔깔 웃었는데 가만 보니 정말 좋은 생각 같아요. 왠지 신기록 달성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없던 힘도 만들어 내나 봅니다. (그냥 운동하기 싫어서 힘없는 척했던 거 아님. 아무튼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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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홍콩 세 번째 날입니다. 이제 겨우 세 번째 날이야? 하고 왠지 벌써 지루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오늘은 되도록 짧게 한번 써 보겠습니다. (될까?)
세 번째 날은 마카오에 갔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마카오에 대해서는 홍콩보다도 더 무지한 상태였는데요. 급하게 역사를 좀 공부하고 갔습니다. 그러면서 '마카오에서 태어나 마카오에서 자란 마카오 사람이 된다는 건 뭘까'라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에도 이 같은 질문을 떠올렸는데요. 과연,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미국인'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우리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환경을 벗어나기 어려운 존재이지요. 특히 한 나라의 역사, 언어, 풍습, 문화와 같은 내재적인 것들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평소에는 잘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날 불현듯 깨닫게 됩니다. 아, 나 한국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러니 바로 이 '한국 사람이구나!' 하고 외치게 되는 이것은 무엇일까, 라는 게 저의 주된 궁금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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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마카오는 무척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일단 홍콩 페리 외항 터미널에서 페리를 타고 갔구요. 여권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니까 마카오에 다녀오게 되면 홍콩에 두 번 입국하는 셈이 되지요. 페리는 한 시간 여를 달려 마카오에 도착했습니다. 확실히 홍콩과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 또 펼쳐졌지요. 홍콩은 홍콩만의, 마카오는 마카오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건축물과 시내 곳곳의 벽화들에서 유럽 특유의 느낌이 났습니다. 성당이 많았고요.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페리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는데, 교통수단도 잘 되어 있고 웬만한 곳은 걸어서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관광객들이 북적였고, 먹거리 파는 곳에는 특히 사람이 많았네요. 여기에서 와플과 에그타르트를 맛보았습니다. 아주 맛있었다고는 못하겠고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보다는 육포가 더 나았습니다. 실제로 육포를 파는 곳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거리를 따라 하나 건너 하나씩 육포 파는 곳이 나왔습니다. 시식도 가능하고 종류도 다양했어요.
식사는 포르투갈 식당에서 했습니다. <Food truck company>라는 곳이었어요. 포르투갈인 사장님이 1인으로 운영하는 곳이었고, 시간대가 애매해서인지 방문 당시 손님은 없었습니다. 문어 샐러드와 감자튀김, 작은 맥주를 시켰고 도중에 문어 샐러드가 맛있어서 한 번 더 시켜 먹었습니다. 스테이크 샌드위치가 주력 메뉴인 것 같았는데 그것까지 먹기에는 배가 불러서 아쉽게도 못 시켰어요. 식당 전면에 칠판으로 된 메뉴판이 있었는데, 한글로 깨알같이 설명이 되어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한국인이 다녀가면서 친절하게 표기해 둔 것으로 보였습니다. 맛도 분위기도 좋았어요. 특히!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참 좋았습니다. 마카오 가시는 분들은 한번 들러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 사진 한 장이 남아 있네요. 너무 대충 찍었는데 실제로 가게는 더 특색 있고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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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사진도 또 하나 올려 봅니다. 날이 더웠어요. 몇 없는 옷들 중 나은 것을 골라 들고 갔는데 요긴하게 입었습니다.
모자이크가 너무 성의 없게 느껴지신다면 그 느낌이 맞습니다. 그냥 저까지 다 모자이크 하려다가 그래도 제 사진이니까 주변만 해 봤습니다. 성 바울 성당이구요. 참 멋지죠? (저 말고 성당이.) 사람이 진짜 정말 많았습니다. 제 바로 뒤 남자분은 일행을 찍어 주시는데 어찌나 정성 가득이셨는지 비키실 때를 기다리다가 그냥 같이 찍었습니다. 원래 관광지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사진에 찍히고 그러는 거죠. 누구나 다 주인공인 동시에 배경이고 풍경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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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몇 군데를 돌고 기력이 다해서 홍콩으로 급 귀국(?)했습니다. 이날부터는 웬만한 곳은 그냥 택시를 탔구요. (나간 무릎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택시 비용은 생각만큼 비싸지 않고 합리적이었습니다. 홍콩으로 돌아오니 저녁 6시가 넘었는데 다들 이것저것을 주워 먹어서 그런지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둘은 숙소로 돌아가고 저는 세 번째 서점에 갔습니다!!!!!!!!
사실 저도 다리가 뽀사질 것 같고 목도 너무 마르고 화장실도 너무 급했는데요. 아니 진짜 <릴리 북숍>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 모든 걸 이겨 내게 했습니다. 인간 승리라고 할까요? 하하... 릴리 북숍 사진부터 보여 드립니다.
이곳은 홍콩에 가기 전 한 블로거 님께서 다녀오신 것을 보고 소중한 정보를 얻어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구요. 저녁 7시 반에 문을 닫는데 길을 헤매다가 거의 7시 가까이 다 되어 들어간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30분 뽝!!! 집중해서 매의 눈으로 훑었구요. 사장님 혼자 계셨는데 수줍음이 많으신지 말씀이 없으셨어요. 표정도 약간 굳어 계셨는데 저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이 나서 괜히 영어로 수다를 떨었습니다. 정말 책이 많네용, 아름다운 책방이에용 이래가면서 주접을...... 예. 일단은 INFP구요. 어색하고 긴장하면 끝도 없이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일할 때는 또 달라지니까 믿고 맡겨 주셔도 됩니다. 예. (갑자기 무엇을...?)
이곳에서 또 감격을 주체를 못 하고 무려 네 권의 책을 지릅니다. 주로 영어 원서가 많았는데 누차 말씀드리지만 영어 원서는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여, 주로 중국어나 광둥어로 된 책을 보려고 했는데 문제는 제가 또 문맹 아닙니까, 하하. 중국어와 광둥어를 구별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그냥 한자어로 된 것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습니다.
아니, 이게 다 뭔가!! ...라는 느낌이 드신다면 맞습니다. 일단 뭔지 알고 산 책은 <두보시선>뿐이고요. <두보시선>은 보자마자 내적 흥분을 하고 휘리릭 펼쳐 보았습니다. 비록 이 책에서 아는 시라고는 <춘망>뿐이었지만 다시 자세히 보면 몇 편 더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질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권은 누가 봐도 고전소설의 느낌이 나지요? 처음에는 책이 작고 포장도 되어 있어서 이건 동화책인가? 하고 앞뒤로만 슬쩍 봤습니다. 그러나 궁금한 건 물어봐야지요. 사장님께 여쭈니 어린이용 책은 아니고 어른들을 위한 소설 같은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포장 없는 샘플 책을 하나 보여 주셨는데 그림 밑에 설명이 되어 있는 제법 괜찮은 책이더라고요? (내용은 하나도 모름 주의) 또 반해 버려 가지고 사 왔습니다. 권당 5,000원꼴이었어요. 지금 뜯은 책은 사진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홍옥>이라는 책인데요. 어제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깨달았습니다.
아니, 세상에 포송령의 <요재지이>를 사 와 버렸던 것입니다! 지금 보니 앞에 쓰여 있었네요? 요재지이라 하면 신기하고 기이한 이야기의 집합체 아니겠습니까? 일종의 전래 괴담집? 우리로 치면 뭘까요. 약간 채수의 <설공찬전> 느낌이랄까요. 파파고의 도움으로 일단 <홍옥>만 읽어 보았는데요. 재미있더라고요. 얼른 중국어 공부해서 번역기 도움 없이 읽는 게 꿈입니다. 근데 이제 그러기에는 너무 '워쓰 한궈런' 정도도 못 되는 수준이에요...... 뭐,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냥 일단 계속해서 해 보는 거죠. (공부는 EBS 라디오 <초급 중국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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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쓴다는 게 이미 틀렸네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릴리 북숍을 나오니 배가 너무 고프더라구요. 일행에게 저녁 의사를 타진하니 다들 동의. 맛난 라멘집이 있다고 해서 또 끼어 먹으러 갔습니다. <슈게츠>라는 곳이었구요. 쯔케멘이 아주아주 유명하다고 했습니다. 미식에 큰 관심이 없는 저는 그런가봉가 하고 영혼 없이 따라갔는데요. 아니, 세상에! 미맹인 저도 깜짝 놀랄 만큼 맛났습니다. 면발이 아주 쫄깃하고 양념도 맛있었습니다. 얼마나 맛있었느냐면- 다음 날 우리 또 한 번 갈까 하고 고민했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못 감) 여기는 진짜 강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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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은 이게 끝입니다. 돌아와서는 어김없이 그냥 뻗었구요. 노트북은 여전히 숙소에 잘 모셔져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음식 사진이 유독 없군요. 예.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에는 한번 대충이라도 무얼 먹었나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채소볶음 류가 특히 맛있었고요. 아침에 먹었던 토스트와 에그 스크램블 및 커피의 조화가 미치도록 좋았습니다. 밀크티도 맛있었구요. 집에 와서 똑같이 한번 해 봤는데 기분 탓일까요. 그 맛이 아니더라구요. 결코 제가 요리 Ddong-hands라서는 아닙니다. 예.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오늘도 시간을 약간 놓쳤네요. 매일 뭐를 먹나 그게 제일 고민입니다. 언젠가 먹고 나면 배부른 알약 같은 거 나왔으면 좋겠다고 주변에 말했다가 아주 욕을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저도 물론 음식 좋아해요. 맛있는 것도 좋아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인제 약간 우선순위가 아닐 뿐이에요. (근데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 진짜 뭘 좀 먹으러 가야겠네요. 홍콩 여행기가 얼른 마무리되도록 내일과 모레 연달아 올려 보겠습니다.
새해가 밝은 지 보름이 넘었다는 게 안 믿기네요. 오늘도 모두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