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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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비처럼 내리는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궂을 줄 모르고 아침에 우산 없이 길을 나섰다가 5,000원 주고 또!!!! 일회용 우산을 샀습니다. 이렇게 산 우산이 집에 50개는 되는 느낌인데요. 이런 걸 멍청 비용이라고 하던가요? 멍청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하루를 제대로 산 것 같지가 않다...는 건 뻥이구요. 날씨에 관심이 없어서 우산을 자주 구입하는 것뿐입니다. 예. (크게 잘못됐죠.)
근데 오늘 산 우산은 노랑색 땡땡이가 제법 귀여워서 금세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오늘 운동 갈 때도 쓰고 다녀왔거든요. 작고 귀엽고 가볍고 눈비도 막아 주니 일석사조쯤 될까요. 200번 써야지 다짐하고 소중하게 넣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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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직도 안 끝나고 있는지 모르겠는 '갑자기 홍콩' 네 번째 날 이야기입니다. 다음 날이면 돌아가야 해서 이 즈음부터는 마음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는데요. 막 시간 가는 게 아깝고 집에 가기 싫고 그랬습니다. 홍콩에 마악 도착한 사람들을 보면 괜히 부럽고요. 나 참, 별꼴이죠? 맞습니다. 별꼴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이틀이 남았으니 마음을 다잡고 다음 일정에 집중해 봅니다. 해서, 이날은 '익청빌딩'과 '응 커피', '언더브릿지 스파이시 크랩'에 갔고 '불교철학 서점'에 드디어 갔습니다.
익청빌딩이 어딘지 잘 몰랐던 저는 친구 둘이 간다기에 잘 다녀오라고 했었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요. 그러다가 우연히 익청빌딩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요. 맙소사! 제가 생각했던 마천루가 아니더라구요. 언젠가 친구 진지가 홍콩에 다녀와서 보여 준 사진 속 그곳. 뭔가 생각이 많아졌던 풍경, 바로 그곳이 익청빌딩이었습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해 더욱 유명해졌다고 하는데요. 관광객으로서 실거주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꼭 한번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빼곡하게 들어찬 네모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삶이 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한국에 온 관광객들도 높이 솟은 빌딩이나 아파트들을 볼 때 그런 생각을 할까요? 톨스토이의 명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속 단편 하나가 생각납니다. 결국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건 딱 우리 몸만 한 크기의 땅이지요. 아무리 많이 가져도, 더 큰 것에 눈을 돌려도, 욕심을 부리고 또 부려도 결국 우리 모두 딱 자신만 한 크기의 자리만 가질 수 있을 뿐이라는 전언. 어쩌면 그보다 더 작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익청빌딩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바로 근처에 '응 커피'가 있었는데요. 그게 뭔가 했더니 '% 커피'더라구요. '비뚤어진 응'이네요. 여긴 꼭 가 봐야 한다고 해서 어김없이 따라갔습니다. 근데 정말 진짜 완전 맛있더라구요! 특히 '교토라떼'는 완전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진한 라떼인데 고소하고 살짝 달콤함이 가미되어 끝을 모르고 마실 수 있겠더라구요! 다행히 끝이 있었습니다만... 이걸 한 번 더 맛보기 위해서라도 재방문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에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서울에 생기면 또 안 가 볼 수 없...지가 않고 안 가 보지요. 네, 저는 안 가 봅니다. 그만큼의 열정은 없는 거겠죠. 혹시 익청빌딩 가신다면 응 커피도 꼭 들러 보세요. 저는 교토라떼를 추천합니다. 사진은 없나요? 네, 없네요....... (사진도 없고 성의도 없고)
그리고 '언더브릿지 스파이시 크랩'이라는 곳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요. 여기는 저희 친오빠가 알려준 곳이에요. 홍콩에 간다고 했더니 딱 한 군데 알려준 곳이 바로 여깁니다. 영어로는 <Under the Bridge Spicy Crab>이네요. 언젠가 홍콩에 출장 갔다가 우연히 들른 곳이라는데 아주 맛있었대요. 뭐야? 홍콩 언제 갔어? 저는 이러고, 오빠는 오빠대로 뭐야? 홍콩 가? 언제? 이러다가 결국 소중한 맛집 정보를 공유받았습니다. 오래전에 다녀왔다는데 다행히도 여전히 문전성시였습니다.
누가 안 찍으면 혼낸다고 해서 억지로 찍은 사진 같아 보이네요. 실물이 1,200배 정도 낫습니다. 우측의 채소 볶음 이름을 잊었는데 약간 '공심채' 아닐까 시켜 본 것이구요.(오빠의 추천) 오이 무침도 무척 맛있었습니다. 오이, 저는 극호라서요. 그리고 좌측이 메인 요리인 '스파이시 크랩'인데요. 위에 잔뜩 뿌려져 있는 건 매콤하게 조리된 마늘 칩입니다. 저는 매운 걸 좋아해서 엄청 맛있게 먹었구요. 매운 단계는 선택할 수 있었는데 몇 단계로 했는지 까먹었습니다. (대체 뭘 기억하죠?) 아무튼 '중'에서 '중상' 정도였고 오, 좀 매운데? 느낌이었습니다. 메인 요리는 저희가 총 3명이라 사장님 추천대로 <중>으로 먹었는데 솔직히 그냥 <대>로 먹었어도 될 것 같아요. 양의 차이보다는, 게 크기의 차이로 보여서 좀 더 푸짐하게 먹고 싶다면 <대>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다음에 다시 오면 그때는 그냥 <대>로 먹자는 이야기를 하며 열심히 먹었습니다. 그리고 볶음밥도 하나 시켰던가 그랬습니다. 달걀 볶음밥이었나 가물가물하네요. 머릿속에 서점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인간이네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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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이날 소호 벽화 거리도 갔습니다. 아예 기억에 없었군요. 별로여서가 아니라 제가 그곳에서 사진을 안 찍어서 잊어버렸습니다. R이 나중에 사진을 보내 줬는데 벽화 거리도 참 예뻤습니다. 그림 좋아하시는 분들은 흥미롭게 보실 것 같습니다. (저는 그림을 좋아하지만, 사실 이때 약간 다른 데 골몰해 있어서 맘껏 즐기지 못했습니다. 이건 홍콩 이야기가 끝나면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그리고 '투 카페(2cafe)'라는 곳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는 홍콩에 오고서도 '차찬텡'의 개념을 잘 몰랐는데요. 아침부터 일찍 열고 커피와 밀크티 외 아침 식사 메뉴를 파는 곳들을 말한다고 합니다. 친구 진지가 '차찬텡 먹고 와!!'라고 했는데 홍콩을 거의 떠날 때가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맛있었다고 했던 그 커피와 밀크티, 토스트와 에그 스크램블의 조화가 차찬텡이었네요. '투 카페'도 그런 곳이었습니다.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들어가 봤는데 분위기도 좋고 맛도 있었습니다. 좋아서 두 번 갔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없군요. 아무튼 추천합니다. 홍콩 토스트는 빵이 아주 두툼하고 토실하더라구요. 평소 빵을 그리 즐기지 않는데도 엄청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쩌면, 그냥 배가 고팠던 걸까요?) 아, 특히 밀크티 드시려면 아이스를 추천하는데 아이스는 정말 진하고 달달해서 정신이 뽝!! 드는 맛이구요. 따뜻한 밀크티는 설탕이 안 들어간 티 본연의 맛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스를 더 좋아해서 다음에 가면 꼭 아이스로 먹을 예정입니다. 언제 갈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날 저녁 드디어!! 네 번째 서점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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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인가에 성급하게 사진을 이미 올렸었죠. <불교철학 서점>입니다. 사실 이야기도 그때 다 해 버렸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갑자기 홍콩 (2)'편을 참조해 주세용.
https://brunch.co.kr/@artistzen/189
이날 아무 생각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다가 불교철학 전문 서점을 다시 발견, 그대로 뛰어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올린 서점 외양 사진 한 장이 전부로군요. 안에 들어가서는 구경하느라 안 찍었는지 사진이 남은 게 없습니다. 아쉽네요.
들어가면 양옆으로 책들이 촤라락 진열되어 있고 불화 사진들도 많습니다. 왼쪽에는 불교 이론과 철학에 대한 중국어 책들이 많고요. 오른편에는 영어 원서가 많습니다. 특히 틱낫한 스님의 저서가 많았는데 일부는 세일도 하고 있더라구요. 저도 집에 몇 권 소장 중입니다만, 틱낫한 스님의 책도 배우는 바가 많습니다. 괜히 또 마음이 팔랑여서 한 권 사려다가 참았습니다. 그만 수집해!!
그래도 못 참은 것은... 바로 이 책들입니다. (2)편에서 잠깐 말씀드렸던 <법구경>하고 <생사 50문>이라는 책인데요.
먼저 <법구경> 책은 한 손에 딱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입니다. 곁에 놓고 자주 펼쳐볼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펼쳐 놓은 사진에서 눈에 띄는 구절은 오른편의 <심정득념 무소탐락(心淨得念 無所貪樂)>인데요. 법구경의 제7장 <아라한품> 중 일부입니다. 생각과 정진을 통해 마음이 깨끗하고 고요한 자는 탐욕과 쾌락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 같네요. 뒷부분을 찾아보니 '기러기가 자기가 머물던 못을 버리고 가듯 깊은 수렁을 버리고 떠난다'라고 합니다. 탐욕과 쾌락의 끝이 깊은 수렁과도 같음을 말하고 있네요.
마음이 자주 복잡하고 시끄러워지는 시대입니다. 안 그런 적이 있었는가 싶습니다. 언제나 시절은 위태롭고 온갖 욕망들이 들끓는 가운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탄 줄도 모르고 내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전차에는 브레이크가 없지요. 전차는 멈출 줄을 모릅니다. 무언가와 크게 부딪히거나 아니면 내리려는 자가 단단히 각오를 하고 뛰어내려야 하죠. 어느 쪽이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타기 전에 미리 깨닫거나, 타고 난 후에라도 '속도'가 높아지기 전에 결정해야 합니다. 그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릴 것인가.
마치 깨달은 자처럼 중얼거리고 있지만, 저야말로 멍텅구리 욕망쟁이입니다. 전혀 깨닫지 못한 자이지요. 지금도 매 순간 욕망과 싸우고 있고요. 조금이라도 더 내려놓고 놓아 버리고자 분투하는 중입니다. 뭐, 잘 안 되는 날이 많구요. 자주 실패합니다. 책이 집에 그렇게나 쌓였는데도 또 사는 것 보세요. 헛 배우는 게 취미이자 특기 중 하나입니다. 아주 거대한 욕망은 크게 없는 것 같은데(우주정복 세계 제패 이런 건 다행히 열 살 정도에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소소한 욕망이 많습니다.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계속해서 잊지 않도록 되새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까먹으면 다시 또 떠올리고, 생각하고. 그러고 보니, 욕망을 내려놓겠다는 욕망 자체가 제일 큰 욕망 같습니다. 역시 아직 깨닫지 못했고 멀고도 멀었습니다.
나머지 책은 <생사 50문>이고 Q&A 시리즈로 불학에 대한 입문서로 나온 것 같습니다. 펼쳐 보면 글자도 큼직하고 중간중간 사진도 있습니다. 크게 50개의 질문이 있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어딘가에 연재되었음직한 디자인이구요. 예를 들어, 13번째 질문을 보면 이런 식입니다. 13. 세상을 떠날 준비는 왜 해야 하나요? 그러면 답변이 어쩌구저쩌구 이어집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죽음에 대한 준비는 결코 되지 않는다, 라는 게 근래의 생각입니다만- 그래도 아예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보다는 평소에 이런저런 고찰을 해 보는 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젊은 날에 생사의 문제를 논하는 것만큼 어리석어 보이는 일도 없지만,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세대 불문하고 꼭 필요한 일 같습니다. 모두가 평안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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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이날 다섯 번째 서점도 갔네요!!! 이제 슬슬 지겨우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자신조차 질리는 서점 이야기... 더 놀라운 건, 여덟 군데를 가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하하하. 항상 포부는 크죠. 네. 다섯 번째 서점은 우연히 지나다가 들렀구요. 책 대신 '호랑이 뱃지'를 하나 사 가지고 나왔습니다. (네??) 호랑이를 좋아해서요. 멋있잖아요. 사진은 비루한 몇 컷이 있습니다.
오른쪽 책 사진은 발로 찍었는지 초점이 나갔네요. 안은 요모조모 구경거리가 많았습니다. 수줍어서 사진은 이게 다입니다. 일행들은 쇼핑몰 구경을 하며 기다렸는데 여기에서 호랑이 뱃지를 하나 샀다고 했더니 엥? 하더라구요. 저도 왜 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샀습니다. 보여 드릴게요.
하이킹 핀이라는 걸 보니 배낭 같은 곳에 다는가 봅니다. 저는 백팩 추종자인데요. 한때 뱃지에 미쳐서 또 한 서너 개를 달고 다녔습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책 외에 뱃지도 자주 사 왔거든요. 그런데 학교 수업을 다녀올 때마다 하나씩 사라지는 겁니다. 누가 떼어간 게 아니고 우당탕탕 수업을 하고 먼 길을 오가다 보면 어느샌가 뱃지가 스스로 알아서 탈출을 했더라구요. 자유가 그리웠나 봅니다. 그렇게 몇 번인가 아끼던 뱃지를 잃어버리고 종내에는 아무것도 달지 않게 되었는데요. 이 호랑이 뱃지는 오랜만에 한번 달아볼까 합니다. 호랑이의 눈빛이 멋있지 않나요. 호안이라고 하죠. (근데 계속 보니 왜 귀여워 보이죠? 일단 고양이과 동물이기는 하니까요) 형형한 눈빛을 좋아합니다. 언젠가 R이 '유일하게 성형이 안 되는 곳이 바로 눈빛'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전해 주었는데, 아주 크게 공감했습니다.
눈빛이라는 건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고 세계이겠지요. 외부의 힘으로 모든 걸 다 고쳐도 그것만은 고칠 수가 없을 겁니다. 그걸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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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시 새로운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 저녁에 이 글을 쓰다가 다 못 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요.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커피 한 잔과 함께 마무리하니 또 나름대로 운치가 있네요. 어제는 그렇게 눈이 오고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화사하게 해가 비칩니다. 아, 그리고 어제 아껴 보던 무협 드라마 하나가 끝났어요. 너무 아쉬운데, 느낀 바가 많아서 천천히 한번 또 정리해 보려 합니다.
세상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속해 있는데 속해 있지 않거나 속하지 못한 느낌이 드는 순간인데요. 어제 본 무협에서 이런 노랫말이 나오더라구요. 약간 위안받았습니다.
옷차림이 화려하고 남루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홀로 왔다가 떠나는 것을.
뭐, 자주 잊습니다만 또 생각이 나면 이렇게 적어 두고 되새겨 보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이쯤에서 끝을 맺어 봅니다. 이제 점심을 먹어야겠습니다. 때는 늘 돌아오고 다시 돌아오네요. 이마저도 언젠가 멈추어야 하는 순간이 오겠지요. 그때까지 감사히 맛있게 먹겠습니다.
오늘도 고요하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