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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주 Jan 20. 2024

노플랜주의자의 갑자기 홍콩 (끝)

2024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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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짧게 쓰리라 다짐하며 제목을 썼습니다. 오늘은 오전에 소설 합평에 다녀왔고 진전 없는 이야기에 머리를 쥐어뜯다가 갑자기 비가 내려 더욱 멘붕이었습니다. 설마! 우산을!! 또!!! 이렇게 51개의 일회용 우산을 보유한 우산 부자가 되는 것인가!!!! 다행히 일행 중 한 분께서 빌려주셔서 감사히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핑크색 땡땡이가 박힌 우산이었는데 엊그제 산 노랑색 땡땡이 우산 옆에 세워 두니 무척 귀여웠습니다. (우산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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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마지막 날 이야기입니다. 이날은 정말 뭐 한 게 없습니다. 일찍 끝낼 수 있겠네요. 지금 <퇴마록> 이야기도 써야 하는데 마음이 (혼자) 바쁩니다. 퇴마록 너무 재밌어요. 이걸 읽다가 R에게 <해리포터>의 동양 버전 이야기를 써 볼까 했더니 다 좋은데 '동양 버전'을 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순간 오! 했는데, 그러면 그냥 <해리포터>잖아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냥 쓰지 말라는 얘기군!


이런, 또 딴소리를...


모든 여행의 마지막 날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괜히 마음은 바쁘고 시간은 빠듯하고 아쉽고 그랬습니다. 저는 오후 1시 50분 비행기였고 일행은 1시 비행기라 공항에서 빠이빠이 했는데요. 숙소를 나서서 공항으로 가는 길도 왠지 더 애틋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오후 비행기이긴 해도 또 공항에는 일찍 도착해야 마음이 편하잖아요. 그래서 일찌감치 서둘러 공항에 도착했고 밥도 아예 공항에서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먹은 게 토스트랑 밀크티 세트였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토스트에 꽂힌 저는 고민 없이 똑같은 걸 골랐구요. 흥미로웠던 건 음료를 '밀크티 & 커피'로 골랐는데 이게 저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가만 보니 '앤드'였고, 세상에 '밀크티 안에 커피가 들어간' 음료더라구요. 어쩐지 색깔도 진하고 맛도 보통 밀크티보다는 더 쌉쌀했습니다.


사진을 좀 올리고 싶은데 마지막 날 찍은 사진은 세 장이 다네요? 그 와중에 소름 돋게도 서점 사진이 두 장입니다...... 공항에도 작은 서점이 하나 있었어요. 기념품도 팔고 책도 조금 있었는데 이렇게 치면 총 여섯 군데의 서점을 가게 되었다고 볼 수 있...

공항 서점

<삼국연의>, <서유기>, <수호전> 다 반가워서요. 여기에서는 책 대신 홍콩 마그넷을 하나 샀구요. 생각보다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더라구요. 엄마가 스노볼을 좋아하셔서 홍콩과 마카오에서 하나씩 샀는데 이것도 종류가 많이 없어서 한두 개 중에 골라야 했습니다. 그래도 있는 게 어딘가 하는 마음으로 감사히 들고 왔습니다. 나중에 두고 보면 그때가 생각나고 기분이 좋더라구요. 마그넷 하니까 생각나는데 이번에 홍콩 짐을 싸다가 작년 이맘때 다녀온 오타루 마그넷을 발견했어요. 소중히 들고 와서는 처박아 두고 잊은 채 그대로 1년을 보냈습니다... 엊그제 홍콩 마그넷과 나란히 붙여 두었습니다. 이렇게 생겼어요. 마카오 마그넷이 아주 화려합니다.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마그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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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항을 좀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탑승 시간이 다가와 탑승구 앞에 앉았습니다. 4박 5일이 금세 지나갔습니다. 사실 워낙 급작스럽게 떠나오다 보니 처음에는 홍콩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온 게 아쉬웠습니다. <중경삼림>과 <첨밀밀>을 한 번 더 보고 온다는 게 그럴 새도 없이 날아왔거든요. 그런데 준비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완벽한 준비가 어디 있겠습니까. 늘 계획은 어긋나고 조금 흐트러지고 그런 틈새에서 또 새로운 풍경들을 발견하는 거죠. 그게 여행의 매력이자 묘미 아니겠습니까?


홍콩은 신구의 조화가 무척 매력적인 도시였습니다. 중심에는 마천루들이 번쩍이지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그렇게 고즈넉하고 선선할 수가 없더라구요. 90년대와 2020년대를 함께 거니는 듯했습니다. 과거의 홍콩을 보지 못했기에 그리움 또한 없을 줄 알았는데, 괜히 뭔가가 그리웠습니다.


그건 꼭 홍콩이 아니더라도, 8, 90년대를 관통한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산 사람들은, 비록 사는 곳이 달랐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비슷한 마음의 결들을 가지게 되죠. 제게 홍콩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지나간 시공간들을 서로가 품고 있는 거겠죠.


마지막 사진입니다.

홍콩, 마지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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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홍콩 여행이 끝났습니다.


한 번 꽂히면 그것만 하는 편이라, 여행도 새로운 곳보다는 좋아하는 곳을 반복해서 가는 쪽이었는데요.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곳을 가 보는 것도 참 즐겁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또, 주로 혼자 가는 여행에 익숙했는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행복도 재차 느꼈구요. 여러모로 많은 깨달음을 준 시간이었습니다. 홍콩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한번 가 보고 싶네요. 같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R과 친구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며, 읽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읽어 주신 김에... 이어질 내용들도 읽어 주시면... 더욱 감사...하다는 말씀을... (쿨럭, 감기 조심하세요)


<다음 편 예고>

사립학교 교사 임용 도전기 (1), (2)

예, 제가 말씀드렸던 빅 이벤트가 바로 이것이었는데요. 홍콩 여행 직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서요. 하하. 참 인생은 알 수가 없네요. 아무튼 두 편의 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미나게(?) 읽어 주세용.


무념무상 OOOO 여행기 (1)~(5)

홍콩 여행기 마무리하자마자 또 이렇게 여행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사실 지금 다시 짐을 싸고 있습니다. 옆에 캐리어를 펼쳐 놓고 짐 싸다 말고 이 글을 쓰고 있습... 내일 어디론가 떠나구요. 5일간 머물다 올 예정입니다. 이번 건 홍콩보다 더한 즉흥적인 결정의 결정체였습니다. 뭘 하겠다는 의지 없이 그냥 조용히 시간을 거닐다 오는 게 목표입니다. 혹시나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게 되면, 이번에는 한번 잘 찍어 보겠습니다.  


이 글들을 모두 모종의(?) 시공간에서 쓰는 게 목표이지만 과연 잘 될까요? 홍콩에서도 노트북 한 번 열지 않았던 저이기에 과감히 노트북을 두고 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또! 들고 갑니다. (과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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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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