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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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을 읽고 있습니다. 오빠에게서 빌려 온 추리 소설인데요. 무척 재밌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생각나는 플롯입니다.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중 첫 번째라고 하는데 작가마다 그런 무기가 있지요. 밀실 트릭의 귀재라든가 하는. 작가의 무기는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어요. 흥미진진해서 오늘 헬스장에도 들고 갔습니다. (유난)
원래 저는 추리 소설에 큰 관심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오빠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원래 형제란 그렇게 자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법이지요. 저는 오빠에게서 추리 소설과 비틀즈와 U2에 대한 관심을 물려(?) 받았고, 오빠는 저를 통해 무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남매 치고는 자주 연락하는 편인데요. 이번에 일본에 갔을 때도 TV에 오빠의 관심사만 나오면 일단 찍어 놓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명탐정 코난>입니다. 마침 제가 좋아하는 배우 오오이즈미 요와 함께 나왔더라구요.
코난 나왔다고 찍어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4월 12일에 새로운 시리즈가 릴리스 되나 봅니다. 어깨너머로 몇 번 본 적 있는데 저한테는 김전일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한국에서도 출시가 되면 올 1월이 생각나겠지요. 이렇게 여행이 주는 시차도 흥미로운 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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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에서의 세 번째 날은 하늘이 무척 깨끗하고 맑았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죠. 아, 이렇게 날씨가 좋으면 후지산을 안 갈 수가 없겠구만. 그런데 후지산을... 차 없이 뚜벅이로도 갈 수가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시즈오카는 녹차 아이스크림 하나 정도 보고 왔기 때문에 후지산에 대한 아무런 감흥이 없었습니다. 물론 급하게 검색해 본 결과로, 후지산을 보러 오는 곳이고 그 장대한 풍광을 보면 분명히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았지만! 막상 가려니까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열차와 버스를 타고 가는 경로도 있었지만 뭔가 시간을 잘 맞추지 않으면 다시 숙소로 컴백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도 엄습했습니다. 왜 이래! 이역만리에서도 잘만 다녔잖아! 그러게 말입니다. 이래서 자주자주 여행도 다니고 돌아다녀야 합니다. (이상한 결론)
아무튼 날이 좋길래 일단 행장을 차려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즈오카 역은 도보로 2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금세 도착했지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후지산을 제대로 못 보고 가면 왠지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타누키 호수로 가서 산책도 하고 후지산 보고 오자! 하늘을 한 번 보니 금방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갔다 왔을까요?
여러 훌륭하신 블로거 님들의 도움으로(만세 만세 만만세!) 무려 <노리호다이>라는 1,000엔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시즈오카 역에서 '후지노미야 역'까지 1차로 이동하고요. 그곳에서 다시 <노리호다이>라는 택시를 타는 것인데 문제는 이 택시 운행이 상시적인 게 아니라, 일종의 이벤트라서 올 1월 말까지만 운행한다고 하네요. 아쉽습니다. 원래는 12월 말까지였는데 반응이 좋아서 한 달 연장한 것을 저도 운 좋게 탈 수 있었습니다. 약간 시티 투어 버스처럼 원데이 패스를 1,000엔 주고 사서 탑승하면 주요 관광지마다 내리고 다시 타는 식인데요. 그 스팟 중 한 곳이 바로 '타누키 호수'였어요. 바로 사진 올려 볼게요.
후지노미야 역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중에 갑자기 뿅! 하고 후지산 비슷한 게(?) 나타나서 육성으로 엥?? 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다고?? 믿을 수 없어서 친구에게 이거 후지산일까? 했더니 수많은 ㅋ 초성과 함께 '후지산 맞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누가 봐도 관광객인 저는 열심히 셔터를 눌렀고요. 주민분들은 평온히 주무시거나 책을 보시거나 했습니다. 평화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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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누키 호수는 정말... 정말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듣고 가기는 했지만 정말로 갈 수 있을지는 몰랐기 때문에 이곳에 찾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행복했습니다. 타누키 호수는 후지노미야 역에서 <노리호다이>를 타고 50분 정도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나타났는데요. 중간중간 다른 스팟도 있었지만 저는 그냥 이곳 하나만을 타깃으로 해서 달려왔습니다.
호수 가장자리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구요. 다른 블로그들에서 보았던 것처럼 캠핑을 하시거나 낚시를 하시는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그 안에 수도 시설과 화장실도 제법 잘 갖추어져 있었고 매점도 작게나마 하나 있더라구요. 이날 사실은 아침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후다닥 나갔기 때문에 타누키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이러다가는 산책로 절반도 못 가서 나동그라질지 몰라!! 라는 위기감에 가장 먼저 매점으로 뛰어들어 가 카레 우동을 시켜 먹었습니다. 야키소바와 몇 가지 메뉴가 더 있었는데 카레 우동(700엔)을 시켜 봤어요. 맛은... 음... 매우 짰습니다. 물을 가득 부어서 먹었고 본전 생각이 약간 났지만 그래도 이 깊은 골짜기(?)에서 허기를 달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싹 비우고 나왔습니다.
눈부신 윤슬도 찍어 보고요. 모든 풍경이 그대로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한 발짝씩 옮기는 게 아깝고 아쉽더라구요. 대자연 앞에 서면 작아진다는 말이 새삼 실감 났습니다. 나는 무얼 그리 속상해하고 분노하고 슬퍼했는가. 어차피 다 지나갈 일인데. 이런 말도 중얼거려 보고요.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이따금 산책하시는 분들이 제 곁을 스쳐 지나가셨구요. 낚시하시는 분들의 은빛 낚싯줄을 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걸을 때마다 얼만큼 남았는지 팻말로 킬로수를 알려주는데(총 3.3km 정도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차 시간에 쫓길까 봐 좀 빨리 걸었습니다. 경보하듯이. 조급증은 아직 다 못 고쳤네요.
그리고 가지고 간 <배움의 배신> 책으로 이런 사진들도 남겨 보았습니다. 친구 R이 홍콩에도 들고 오라고 했었는데 그만 잊어버리고!!! (잊을 게 따로 있지!) 그냥 다녀온 것이 아직도 아쉽습니다. 홍콩의 풍경들도 참 좋았는데 말이지요. 사진이 꽤 그럴듯하죠? 책에게도 좋은 구경을 시켜 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드디어는 책에 인격 부여)
위 사진 중 마지막 두 컷은 후지노미야 역에서 찍은 거예요. 역에서도 저렇게 후지산이 잘 보입니다. 해 질 무렵이 되어 더욱 그윽하게 나왔네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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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셋째 날은 후지산을 보고 오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보통 저녁 6시 반에서 7시 정도면 일정을 마감하고 숙소로 들어왔어요. 이날은 왠지 좀 지쳐서 숙소로 한 번 들어왔다가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갔구요. 식사는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돈가스 가게에서 했습니다. 이 사진도 올려 볼게요. '돈키'라는 곳이었고 위치는 참치 덮밥(마구로동)으로 유명한 '시미즈코 미나미' 바로 옆이었어요. 들어갔더니 정말 현지 분들만 계셨고 바 형식으로 된 좌석에 둘러앉아 식사하시며 스모를 보고 계셨습니다. 뻘쭘하게 들어가서 앉았고 메뉴는 주력으로 보이는 '미소(된장) 소스 돈가스'를 시켰습니다. 1,000엔이었고 소스가 조금 짰지만 아주 맛있어서 싹싹 먹었습니다. 하이볼도 하나 시켰는데(400엔) 사진에는 안 나왔네요. 든든하게 먹고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아, 이날 돌아오며 하이볼에 이어 캔맥주도 하나 사 와서 마셨네요.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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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벌써 1월도 다 지나가네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2월은 짧으니까 더 빠르게 가려나요. 그러면 다시 새봄이겠지요. 좋은 책들도, 영화도 많은데 좀 더 힘을 내서 보고 듣고 느끼며 써 내려가야겠습니다. 운동을 다시 시작했고 어제도 오늘도 뛰었습니다. 봄이 오면, 마라톤이거든요. 달려야죠. 걷는 것보다 느려도 달려야죠.
어떻게든 또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모두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