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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주 Feb 06. 2022

하늘을 보는 취미가 있다

혜화 밤하늘


하늘을 보는 취미가 있다. 


길을 걷다가도 습관처럼 하늘을 본다. 자연의 섭리나 우주적 원리에 대해서는 밤하늘만큼이나 깜깜한 상태지만, 그럼에도 하늘과 우주를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다. 아무것도 몰라도, 나와는 너무 거리가 있는 존재라 해도, 사는 동안에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아도 그저 좋은 일들이 있다. 내게는 하늘을 보는 일이 그렇다. 


어제 창작 모임 단(Dann)의 멤버들과 혜화에서 종로까지 걸었다. 글과 그림에 대해, 서로의 삶과 마음을 다하고픈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좋았다. 오랜만에 많이 웃었고, 많이 걸었다. 삶을 걸고 해 보고픈 일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아무리 피곤해도 힘이 불끈 솟았다. 아무도 몰라 주어도, 지극히 어렵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지치거나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게도 기운이 났다. 무언가를 보여 주어야 하는 시대 속에서, 결과가 없으면 과정마저 평가절하 당하기 쉬운 사회에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는 삶의 태도는 무엇을 먹고 자라는 걸까. 쓰는 일에 대하여, 한없이 단단하고 의연한 태도를 가지고 싶다. 눈에 보이는 당장의 결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내게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내 평생을 두고 끝까지 놓지 않고 해 보고 싶다는 마음. 아주 오랜만에 내 마음이 쉬이 읽혔다.  


걷는 동안 겨울의 바람이 매서운 기세로 우리가 걷는 시간을 따라붙었지만, 그마저도 기억에 남았다. 걸으며 올려다본 하늘에 초승달이 떠 있었다. 이리저리 촘촘하게 뻗은 전깃줄 사이에서도 달은 의연하기만 하다. 어제만 혹은 오늘만 뜨고 말 것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1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변함없이 뜨겠다는 듯. 계절이 지나고 날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인간 사회의 온갖 난리법석 통에도 달은 의연하다. 어제 본 달을 오늘도 본다. 오늘 저녁나절, 산책길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어떤 방해도 없이 말끔했다. 저 달이 내가 아주 어릴 적 엄마 치마꼬리를 붙들고 보던 달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도 여전히 하늘의 어느 한편에 자리해 나 같은 사람 하나를 위로하며 의연하게 빛날 것을 생각하면- 얼마간 먹먹해지기도 한다. 인간의 삶이 무척이나 유한하고 찰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의 머리 위에는 언제나 하늘이 있다. 그리고 언제나 달이 뜬다. 나는 이들보다 결코 오래될 수 없다.

  

잊지 말아야겠다. 달의 의연함에 대하여. 그리고 사는 동안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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