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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May 27. 2024

글쓰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따봉 me


소설가라는 직업 아닌 '상태'를 갖게 된 지 2년이 됐어요! 세상에. 시간이 참 빠르죠? 그래서 오늘은 브런치에 활동 흔적도 남길겸 글쓰기 전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짧게 써볼까 합니다. 알고 시작하면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어요. 그럼 짧고 굵게 알아보아요.


글쓰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1. 육체 건강이 최고다.

가장 첫 번째로 언급하겠습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기초체력을 유지하는 운동을 하시고, 운동이 어렵다면 삼시 세 끼라도 잘 챙겨드세요. 건강이 사라지면 모든 게 무용해집니다. 건강을 희생하고 성과를 만들겠어? 요즘은 악마들도 그런 계약은 재미없어서 안 해요. 건강을 잃는 건 다른 것으로 커버가 안 되는 큰 손해입니다. 그러니 육체 건강을 꼭 관리해 주세요. 예술인자격증명을 취득하시면 건강검진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규모는 지역별로 다름) 이 혜택으로 저도 작년에 약 50~60만 원에 해당하는 지원을 받았어요.



2. 정신 건강은 가끔 예외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건강이 최고라면서요! 네 맞아요, 건강은 최고인데요. 정신 건강은 (아주 가끔만) 예외로 두겠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불건전한 정신을 권유하는 게 아니고요. 살면서 맞이하는 우울이나 슬픔, 회의, 실망, 자조, 비관 같은 것들이 의외로 글쓰기에 필요한 양분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에요. 저는 이걸 '레이어'라고 생각하는데요. 오직 밝고 굳세고 당찬 것들만 들어있는 글은 희한하게도 그 레이어가 얕게 느껴집니다. 다층적인 느낌도 감소해요. 삶은 희로애락 4종 세트이기 때문이죠. 소위 '불건전한 정신'으로 통칭하는 부정적인 상태마저도 자산이 됩니다. 우울감과 서러움 속에서도 영감은 탄생해요. 그러니 늘 행복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건강하고 당찬 정신상태에 집착하지 마세요. 약해져도 괜찮습니다. 오죽하면 '불행 속에 낭만이 있다'는 나쁜 말도 있겠어요? 슬픔과 기쁨을 병치하면 글이 깊어집니다.



3. 돈을 버는 글은 전형적이다.

예술은 다양한 반면 상술은 전형적입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글은 의외로 돈이 안되고 납작하게 저미는 글은 제법 돈이 됩니다. 소설이나 시, 에세이는 이 엄혹한 세계에서 '돈이 안 되는 글'로 분류됩니다. 당신이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문학성이 짙은 글을 쓰면 쓸수록 관중은 더욱 줄어들 거예요. 반대로, 문학성에서 멀어지고 + 통속적인 글을 쓸수록 돈이 됩니다. 사람들을 가르치는 글, 훈계하는 글, 이른바 꿀팁전파st글은 의외로 돈이 됩니다. 그래서 전형적입니다. 이 말은 그런 글을 나쁘다고 깎아내리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글들이 문학적인 글보다 더 강한 수요를 갖고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에요. 돈을 빨리 벌고 싶다면 그런 글의 레퍼런스를 많이 참고하세요.



4. 작품은 믿고, 사람은 경계

글을 쓰기 시작하면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 계절을 함께 보내본 사람이 아니라면 늘 신중하세요. 소재나 작품을 통으로 공유하는 일을 삼가세요. 계약서를 읽기도 전에 사인하는 일은 더더욱 삼가세요! 상대방이 만든 작업물로 판단하시고 사람 자체는 늘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경계를 유지하세요. 사적으로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수록 더 그렇습니다.



5.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단꿈에 젖는 일이 너무 일러서는 안 됩니다. 양질의 의식주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끔 경제활동을 가급적 유지하세요. 경제적인 토대가 있어야만 안정적인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난 이걸로 대작가가 될 거니까 직장 때려치운다!" 이렇게 배수진을 치는 태도도 멋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해선 안 돼요. 낭만의 역할은 삶에 기름칠 하기지 엔진 구동이 아닙니다.



6. 친구와 가족을 아끼기

가까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수록 오래 버틸 수 있어집니다. 외로운 작가를 자처하기보다는 사회에 잘 융화된 사람으로 남는 게 좋아요. 삶이 너무 풍족해도 글쓰기에 썩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오래 고독할 필요도 없습니다. 슬럼프를 겪을 때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을 늘 곁에 두세요. 저도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2년간 이어갈 수 있었어요!



7. 대작가에게도 찾아오는 슬픔

글을 쓰다 보면 '이게 맞나? 나만 이렇게 더딘 건가? 나는 안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타이밍이 와요. 주로 문학상에 연거푸 낙방하거나 기다렸던 공모전에서 떨어질 때죠. 하지만!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ㅋㅋ) 슬플 때 버티면 나중에 잘 됩니다. 최진영 작가님도 한겨레 문학상을 3수 끝에 거머쥐셨어요. 여러분이 익히 아는 유명한 소설가들도 사람이라 가끔은 우울하고, 슬럼프를 겪습니다. 지금 시련을 겪고 있다면, 그건 당신의 글쓰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시련총량제라고 생각하세요.



8. 니죽고 내죽자 금지

남이 내 창작물을 비판했다고 득달같이 달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은 정말 좁아요. 누군가와 척을 지면 언젠가는 척진 상태로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 동료작가, 평론가, 편집자, 외주업자들이 아쉬운 소리를 했다고 니죽내죽모드를 즉시 켜면 안 됩니다. 정말로 이 대우가 부당한가? 차분히 판단한 후 대처해요.



9.  격을 알아야 파격 한다

파격도 '격'을 알아야 가능해요. 그냥 냅다 이상한 걸 쓴다고 파격적인 작품이라는 칭호가 붙진 않아요. 기존의 창작자들이 만들어놓은 작업물을 향유하면서 공부해야 해요. 글쓰기에는 '센스와 감'이 절대적이긴 하지만, 못지않게 학습량도 중요해요. 사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나 글 좀 쓰는데?ㅋㅋ'라는 생각을 해요. 다들 일정부분의 자신감은 가진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의미죠. 그렇기 때문에 격을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의 차이가 도드라져요. 이건 작가 자아가 아닌 독자 자아로서 발견한 것들이에요. 누구나 특이한 걸 쓰고 싶어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특이하려면 전형을 알아야 하죠.



10. 글쓰기는 좋은 취미

글쓰기는 분명 좋은 취미입니다. 꼭 업으로 삼지 않아도 됩니다. 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더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있어요. 당신글의 첫 번째 독자는 늘 당신입니다. 자유롭게 쓰시고, 보상 강박을 떨쳐내세요. 취미활동을 하는데 대가를 바라진 않잖아요? 그러니 처음에 조회수가 낮고, 원하는 수상을 하지 못한다해도 쿨하게 털어내세요. 저는 즐김>재능>노력 순으로 에너지가 강하다고 생각해요. 즐기지 못하는 재능러보다, 즐기지 못하는 열정러보다, 즐기는 보통사람이 더 위대합니다. 그러니 즐기세요~! (물론 재능도 있고 애살도 있는데 즐기기까지하면 무적이겠죠?)



+ 그런 의미에서 제가 즐기면서 만든 <옥돔의 슬픔> 음원을 공유합니다. 사실 이게 목적이었습니다....

https://soundcloud.com/metamorphoses-ovid/xhsnfa88i8ul?si=4cb2be9d63294c96a4ae93322b1783ba&utm_source=clipboard&utm_medium=text&utm_campaign=social_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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