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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Feb 07. 2021

M컨템포러리 - 미켈란젤로 특별展

<최후의 심판> 작품으로 미켈란젤로가 저지른 복수는? 이래도 돼요?

세계 3대 거장

세계관 최강자 각가겸

네상스 천재만재 켈란젤로


코로나로 쉴만큼 쉬었어요. 한가한 토요일 오전에 용기를 내서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미켈란제로 특별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예매한 얼리버드 티켓을 묵혀두고 수개월을 기다렸어요 그만큼 너무너무 기대했던 특별전! M콘템포러리는 오랜만에 가는 곳인데 오늘 날씨가 좋아서 기분도 참 좋았답니다. 다만...



좋아하는 전시회장 중 하나인 M콘템포러리에서 진행중이에요


정말 기다리던 전시입니다. 미켈란젤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지 않나요. (저만 뛰었다면 부정맥일지도 모릅니다.) 세계 3대 거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세계관 최강자 조각가이자 화가잖아요. 이전부터 기회가 되면 꼭 그들의 전시를 보고 싶었는데 미켈란젤로 특별전을 가장 먼저 보게 됐네요. 참고로 이번 전시를 다녀오면서 느낀건데, 이전에 제가 스페인 미술관에서 보고 배운 지식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도슨트를 들으면서 참 뿌듯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전시회장을 가면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겠어요.


미켈란젤로의 자화상과 그의 대표적 조각상 피에타


이번 전시는 사진촬영이 가능합니다. 대신 플래시를 터트리는건 안돼요. 당연히 미디어전이고요(슬픔). 소소한 체험존이 있긴 합니다만 규모가 크진 않습니다. 생각외로 대표작인 피에타, 다비드, 최후의 심판, 아담의 창조 파트가 다채롭지 않아서 사알짝 실망하긴 했어요. 세계 3대 거장이라는 타이틀에 비하면 소소한 전시회지만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도슨트는 어플을 이용해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럼 미켈란젤로가 누구인지 알아볼까요? 저는 미켈란젤로가 메디치 가문에 입성하게 된 일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미켈란젤로는 사실 화가 가문의 아들이 아니랍니다. 평범한, 오히려 조금은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났죠. 그의 인생은 메디치 공원에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어린 미켈란젤로는 메디치 공원에서 노인 조각상을 만들고 있었다. 이때 우연히 그의 곁을 지나던 메디치는 소년의 재능에 감탄했으나 한가지 흠결을 지적한다.
"노인이라기엔 치아가 너무 젊지 않니?"
그 말을 들은 미켈란젤로는 크게 자극을 받아 조각상의 치아를 모두 뜯어버리고 이가 허물어진 노인의 모습으로 다시 만든다. 다음 날 메디치는 다시 공원에서 소년과 수정된 조각상을 보게 된다.
"당신은 나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곤 소년에게 쥐여 지는 합격 목걸이.


재능은 감춰놔도 끝내 빛난다더니 미켈란젤로의 인생이 드라마틱하지 않나요? 공원에서 그저 습작을 만들고 있었을 뿐인데 그는 메디치 가문의 양자로 들어가게 됩니다. 참고로 메디치는 양자, 제자들에게 단순히 그림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저명한 철학가들로부터 플라톤 철학을 비롯하여 르네상스 시절 중요하게 여겨졌던 각종 고급 교육을 전수했습니다.


드로잉에 최선을 다했던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는 13세때부터 도미니카 기를란다요의 화실에서 그림 연습을 시작합니다. 혹시 기억나시나요? 제가 이전에 스페인-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편에서 <기를란다요 - 지오반나의 초상>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어요. 히히 그것도 봐주실래요? 아무튼 르네상스 시대에 화가는 상대적으로 천한 직업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머리가 아닌 손을 쓰는 직업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화가들은 자신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드로잉 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비록 손을 쓰지만 영혼과 영감을 불어넣는 과정이라며 말이죠. 때문에 드로잉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화가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일과 같았습니다.


미켈란젤로 !뜨악! 포인트
인체의 모습을 더 디테일하게 드로잉하고 싶었던 미켈란젤로는 해부학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인간의 신체야 말로 신과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교회 옆의 무덤에 매장된 시체를 파내 관찰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랬댑니다. 어마어마하네요. 이러한 인체에 대한 지대한 관심 덕분에 그의 드로잉에서는 굉장한 역동성을 볼 수 있습니다. 대각선으로 몸을 꽈서 하늘을 응시하는 인체 등, 다이나믹한 포즈를 볼 수 있어요. 특히 <최후의 심판> 작품에서 표현된 수많은 사람들의 인체는 모두 달라요. 디테일이 어마어마하죠.


그의 회화 작품들, 중간 도니 톤도 우측 성 안토니오의 유혹


프레스코: 수용성 물감을 이용한 기법
템페라: 계란을 이용한 유화 기법

재미있는 사실! 미켈란젤로는 사실 조각을 더 좋아했고 회화에는 자신이 없었다고 해요. 당시 회화 기법 중 프레스코는 수용성 물감을 사용했기 때문에 물감이 마르기전에 재빨리 덧칠을 해서 그림을 그려야 했습니다. 이 과정이 매우 어려워요. 미켈란젤로는 이게 싫었나봐요. 하지만 좋아하는 걸 잘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걸 잘하는 게 더 위대한 일이겠죠? 미켈란젤로는 무려 이 프레스코 기법으로 시스티나 성당 벽면을 채우는 위대한 업적을 해내고야 맙니다. 오히려 그가 그렸던 템페라 기법 작품은 '도니톤도'가 유일했다고 해요. 여기에서 '톤도'란 동그란 그림모양을 말하는 단어입니다.


시스티나 성당 벽화중 아담의 창조


 누가 꿈이라고 해줘라...
결국 팀플은 미켈란젤로도 혼자 하는 것....


처음 시스티나 성당 벽면 작업을 받았을 때 미켈란젤로는 누군가 자신에게 X먹이기위해 계략을 세웠다고 생각했대요. 그만큼 엄청나게 힘들고 고된 작업이니까요. 이 작업을 위해 7명의 장인들을 고용하지만 미켈란젤로의 높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결국 일당백을 쳤다고 하네요. 덕분에 아담의 창조처럼 어마어마한 마스터피스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감상포인트를 정리해봤어요.


마주보는 둘: 신이 아담에게 위대한 생명과 지성을 선물하고 있다.
손끝: 두 손끝이 닿지 않는다. 이는 신의 전지전능함으로 인해 물리적인 접촉이 없어도 생명이 있으리라는 신성함을 암시한다.
신과 천사: 그들의 모양을 보라. 꼭 뇌처럼 생겼다. 이는 신이 아담에게 선물한 것이 가장 위대한 '지성'임을 한번더 암시하는 것이다.
아담의 신체: 인체의 디테일에 집중하면서도 과감한 근육과 다소 과장된 골격. 이는 미켈란젤로가 매너리즘과 르네상스를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화가임을 상징한다.


저 아슬아슬한 간격이 너무 아름답다


닿지 않아도 신의 생명이 있으리라.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아무리 신에게 닿으려고 해도 절대 닿을 수 없는 인류. 그러나 물리적 접촉이 없어도 선한 인간에게는 신의 은총이 있다는 걸 보여주네요. 또한 아래로 고꾸라진 아담의 손가락보다, 오히려 그를 향해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진 신의 손가락이 감격스럽습니다.


시스티나 성당 벽면 작품 중 일부가 함께 설명돼있는 공간


미디어전답게 이번 전시회에도 소소한 체험존이 있었는데요. 오른쪽 조각상 화면 하단에 센서가 있습니다. 이 센서에 손바닥을 갖다대서 요리조리 움직이면 손바닥의 방향대로 조각이 회전해요. 한바퀴 빙빙돌리면서 감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센서가 정말 말을 안들어요. 아무리 해도 잘 안돼요. 화낼뻔 했습니다.


피에타에 대한 설명이 매우 적다


기술적으로는 완성
예술적으로는 미완
여전히 제작중


조각을 사랑했던 미켈란젤로, 살아생전 피에타를 4~5점 정도 조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피에타는 당시에 가혹한 질타를 받았다고 해요. 예수의 인체는 너무 왜소하고 마리아의 인체는 너무 건장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역시 미켈란젤로의 의도였습니다. 피에타는 정면을 위해 만들어진 조각이 아니에요. 신의 관점에서, 아래에서 위로 내려다보았을 때 가장 장엄하도록 설계된 조각입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인체 비율을 왜곡한 것이죠. 이 역시도 그가 매너리즘과 르네상스 시대의 성격을 모두 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참고로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유일하게 서명을 남긴 작품이에요. 그러나 마지막 '제작'의 끝 철자를 의도적으로 생략했다고 합니다. 작품이 아직 미완성이라는 뜻으로 그만의 겸손함을 표현한 것이라네요.


여러 전시들


가장 기대했던 최후의 심판 섹션은 제2전시장에 위치해있습니다. 보러가기 전에 여러 미디어 아트를 감상할 수 있어요. 파노라마 스크린부터 천장 스크린(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 재현)을 감상해보세요. 저는 시간이 없어서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어요. 그 점이 아쉽네요.


아이고 이거 어느세월에 다 설명하냐


최후의 심판입니다. 정말 무릎이 갈리는 작품이네요. 대단합니다. 어떻게 저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역동성과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었을까요? 이 작품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 많은데 너무 많아서 적을 엄두가 안납니다. 사실 최후의 심판은 매우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검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오늘 새롭게 알게된 재미있는 사실 몇가지만 알려드릴게요. 일단 이 작품을 감상하는 기본적인 틀을 설명해드릴게요. 간단하게 5개의 섹션으로 나눠서 감상해보세요.


1. 최상단: 신을 상징하는 성물을 들고 있는 천사들. 성스럽고 영엄한 하늘의 존재들이다
2. 중심: 인간을 심판하러 온 신. 다른 작품과 달리 건장한 모습으로 묘사돼있다
3. 중단: 신의 양 옆에 그려진 이들은 모두 성인과 천사들 즉 선한 이들을 의미한다
4. 하단 좌측: 구원받는 인간들. 천국으로 올려지고 있다
5. 하단 우측: 징벌받는 인간들. 지옥으로 끌려가고 있다


여기에 깨알 포인트가 있어요. 르네상스 시절은 어느때보다도 종교와 예술작품이 밀접해있던 시기였습니다. 메디치 가문에서 교육을 받은 미켈란젤로 역시 이 사정을 모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는 종교가 가진 타락한 면을 보았습니다. 당시 교회들은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기부'를 받고 '면죄부'를 제공해줬는데요. 사실 인간의 돈으로 면죄를 사고 팔수는 없죠. 죄를 지은 사람들은 죽어서도 마땅히 정해진 벌을 받아야 합니다. 부패한 종교계를 고발하기 위해 미켈란젤로는 나름의 노력을 했습니다. 당연 적들도 생겨났고요. 그래서인지 그의 초기 최후의 심판은 노출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주...죽여줘.....


그 중에서도 미켈란젤로에게 정말 까탈스럽게 굴었던 사람이 있었는데요. 바로 교황청의 의전담당관이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의전담당관에게 소심한 한방을 먹입니다. 바로 최후의 심판 우측 하단, 즉 지옥으로 이끌려가는 인간들을 그려넣은 영역에다가 표현하는데요. 지옥의 심판관 미노스의 얼굴에 의전담당관 얼굴을 그립니다. "넌 지옥 같아" 이런 뜻인셈이죠! 뱀이 몸을 휘감고 있는 사람이 미노스입니다. 그만큼 이 작품을 그리는 내내 미켈란젤로는 노쇄한 신체와 주위의 압박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그래서 작품 중단에 축 늘어진 인간 가죽에다가 자신의 모습을 그려넣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짠내나는 그의 가죽. 너무 재미있지않나요? 막연히 성스러운 신의 작품인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나름대로의 인간미가 묻어나오네요.


굿즈샵, 피에타상 가격은 135,000원이었다 그렇다


이렇게 즐겁게 전시를 보고 나서 굿즈샵에가서 오늘도 기념품을 샀습니다. 저 녹은 시계랑 피에타 석고상이 참 탐났는데 집에 놔둘 곳이 없어서 안샀어요. 절대 비싸서 안산거 아닙니다. 제가 산건 최후의 심판 파일이에요. 최후의 심판 작품을 보고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 인터넷에 쪼끄마한 이미지로 한 명 한 명 관찰하는게 눈아파서 구매했습니다. M콘템포러리 전시회장은 굿즈가 참 예뻐요. 이전에 반고흐전 전시 때는 아몬드나무 양말을 샀었지요. 이렇게 기념품까지 야무지게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세계 3대 거장의 전시를 봐서 참 기뻤고요. 언젠가 그들의 작품 미디어가 아닌 '실재' 위치한 미술관, 박물관도  가고 싶어요. 정말 정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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