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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May 12. 2020

인사 센트럴 뮤지엄 - 르네 마그리트展

호불호 타는 전시, '멀티미디어 아트전' 과연 볼만할까?

현실주의 거장

그리트의 내면 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들, 인상주의 화가들 쭈르륵 나열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인기있는 카테고리가 바로 '초현실주의' 입니다. 가끔 '초'현실주의를 'super realism, hyperrealism'로 해석하여 극사실주의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는 'surrealism'이며 '초월하다:beyond'의 뜻과 가깝습니다. '초'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완전 정반대로 갈 수 있지요. 아무튼! 오늘은 이 초현실주의의 투톱 거장 중 하나인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 다녀왔어요.




평소 인사성이 바르지 못해서 인사동 갈 일이 없었는데


아이고! 글이 정말 뜸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전시회를 최대한 삼가했더니 쓸만한 게 없더라고요. 사실 뮤지엄산에 코로나가 터지기 전 2회 방문했으나 '제임스터렐전'을 2회 연속 못봤어요(말이냐 방구냐)... 그래서 슬퍼하던 와중에 코로나가 좀 잠잠해 진 것 같아서 얼른 르네 마그리트 전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이제 막 오픈한 따끈따끈한 전시에요! 하지만 이번 전시는 특별한게 있는데요~


티켓, 팜플릿, 특별증정품


첫번째는 '미디어 아트'전시회라는 것이며 두번째는 '증정품'이 있다는 것!! 전자는 작품 소개하면서 차차 설명할거구요. 후자는 간단한 조립식 입체 작품이랍니다~ 참고로 저는 미디어 아트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흑흑 내돈).. 하지만 SNS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미디어 아트전 강추해요! 사진찍기에 대박인 스팟들이 많고 눈이 즐겁거든요~ 호불호가 갈리는 타입의 전시회지만 일단 무려 '르네 마그리트!!!!'전시회니까 당연히 꽁지 빠지게 달려갑니다.


예술과 철학의 경계, 르네 마그리트 그리고 꽤나 미남


"초현실주의 거장 2명을 5초 안에 말해보시오." 누군가 문제를 낸다면? "앗앗!! 살바도르 달리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 라고 외치겠죠? 르네 마그리트는 정말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입니다. 달리가 프랑스파 초현실주의라면 브뤼셀 출신의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 초현실주의 수장이죠.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프랑스파 "focus on DREAM"
꿈에 집중하여 몽환적인 화풍, 잠재의식이나 무의식을 탐구하며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
벨기에파 "focus on OBJECT"
일상적인 소재에 집중하되 크기, 위치, 구도를 파괴하고 변경하여 비현실적인 질서를 표현


좌) 석류 주변의 한마리 벌의 비행으로 인한 꿈, 살바도르 달리 / 우) 길 잃은 기수, 르네 마그리트


왼쪽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입니다. 둘다 초현실주의 작품이므로 '비현실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죠? 하지만 달리의 그림은 확실히 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마그리트는 꿈이라고 하기에는 더 오묘한 느낌이죠. 달리는 우리가 아는 사물들을 그대로 사용하여 환상적인 느낌을 연출한 반면 마그리트는 체스판과 말, 커튼, 가지 등의 구도와 크기 배열 자체를 비현실적으로 구성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오른쪽의 작품은 마그리트가 처음으로 "그래! 이게 내가 바란 초현실주의 화풍이야!" 라며 만족한 그림이라네요.


인간과 비인간을 조합하였다. 이것은 사람인가 아닌가?


우리는 물고기의 모습도 알고 사람의 모습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둘을 섞으면, 그것은 우리가 아는 것이 맞나요? 반인반어를 본적이 있나요? 우리가 아는 인어공주의 모습과도 너무나 다르죠. 그렇다면 이것은 물고기인가요 사람인가요? 혹은 진정한 '인어'인가요? 이처럼 마그리트의 세상속 초현실주의란 일상적인 소재에서 나타나는 비일상적인 탄생을 말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고 있을까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


자 이작품도 봅시다. 파이프네요. 그런데 이걸로 담배를 피울 수 있나요? 너무나 거대합니다! 사용해봤자 담배도 못 피우는 이 녀석을 파이프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르네 마그리트는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즉 현실과 이미지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눈으로 담기는 외형은 똑같다 할지라도 본질이 다른 것이죠. 이미지는 100% 온전한 현실의 대체품이 될 수 없습니다. 대신 자유자재로 재배열되고 재구성될 순 있어요.


replica: 사본, 카피본


이러한 철학으로 인해서 마그리트는 작품의 오리지널과 레플리카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았습니다. '진짜 리얼 파이프'가 아니라면, 그 파이프를 그린 원작이나 그 원작을 복제한 레플리카나 모두 파이프의 이미지를 담았으므로 동일한 가치를 가졌다는 점이죠. 실제 앤디워홀도 마그리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워홀은 수많은 마돈나 실크스크린 작업으로 유명합니다. 리얼 마돈나가 아닌 단지 그림, 프린팅일 뿐이기에 아무리 복제해도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미디어 아트전 답게 영상 매체를 활용한 전시가 곳곳에 설치돼있다


이런 마그리트의 철학을 전시회가 고대~로 담고 있습니다. 이 특별전에는 단 하나의 오리지날도 없답니다.. 물론 마그리트 작품 한 점 모셔오는데 엄청난 부대비용이 들테니 모두 레플리카인걸 납득할 수 밖엔 없지만 아쉬웠어요. 또한 마그리트의 작품들은 60x90(cm) 이상의 상당히 큰 작품들이 많은데 갤러리는 그걸 너무 많이 축소해서 전시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일상적 소재를 비현실적인 사이즈로 키워 그려낸 작품이 막상 노트북 액정만 하게 담겨있으니... 쪼금은 서운했어요.


미안하다~~ 오디오 가이드가 없다고 전해라~~~


그리고 이번 전시는 오디오 가이드와 도슨트가 없습니다! 도슨트는 코로나 때문에 없다고쳐도 오디오 가이드는 왜 없을까요? 흑흑... 신비한 에피소드가 담겨있을 것 같은 작품이 많은데 정말 아쉬웠어요. 대신 벽글이 비교적 상세한 편이고 마그리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영상자료는 꽤나 많습니다. 이 역시도 TV를 통해서 봐야하니 하나의 미디어 전시인가요? 여하튼 오디오 가이드에 익숙한 저는 아쉬웠답니다.


모든 색을 흡수하는 방, 르네 마그리트 작품 재현 거울, 얼굴 인식 작품 합성 화면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어요. 기존의 미술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스팟이 존재했습니다. 미술만 보고 설명만 읽기 따분하다! 미술을 '즐기고 싶다'하시는 분이라면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꼭 가보셔요. 모든 색을 흡수하는 신비로운 주홍의 방, 앞을 보아도 뒤통수를 비추는 신비한 초현실주의 작품 속 거울, 나의 얼굴을 인식하여 합성해주는 AR체험 등이 있었습니다. 앱을 설치하면 전시장 내부에서 AR기술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관심있으신분 입장 전 깔아보세요~ 미디어 아트전다운 신박한 과학기술들이 참 많았어요.


좌) 연인들 / 우) 사람의 아들


다시 마그리트 이야기로 돌아옵시다.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면 유독 '중절모, 모자, 양복, 가려진 얼굴'이 많이 등장하는 걸 알 수 있어요. 왜 그럴까요? 이것들이 일상적인 소재라서 그런 점도 있지만 사실 여기에는 마그리트의 생애가 관련돼있답니다.


마그리트의 아버지는 양복재단사, 어머니는 모자 상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하였고 그때 마그리트는 어머니의 얼굴이 천에 가려져 이송되는 것을 보았다. 충격적인 기억 때문인지 마그리트의 작품 속 인물들의 얼굴은 주로 가려져있다.


꽤나 슬픈 이야기죠? 왼쪽의 연인들 작품을 보면 완전히 베일로 가려진 남녀의 얼굴이 키스를 하고 있네요. 마그리트는 작가 활동을 하는 동안 어머니의 자살 사건은 자신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는데요. 하지만 여러 작업에 걸쳐 나타나는 베일과 가려진 얼굴 등으로 인해 후의 사람들은 그가 결국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얼굴이 누락된 것은 아니에요. 오른쪽의 남자를 보면 사과 뒤에 살짝 그려진 눈이 존재합니다. 가려지기만 했을 뿐, 분명 얼굴이 존재하긴 합니다.


이야 마그리트 아저씨 로맨틱 가이네~~라고 말하고 찾아봤더니 역시나 바람피우긴 했네요.


마그리트와 그의 부인의 로맨틱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는데요. 음, 다른 화가들에 비하면 여색을 난잡하게 밝힌건 아니지만 이 아저씨도 그닥 도덕적 관념이 올곧진 않았네요. 그래서 로맨틱 이야기는 패스합니다. 아무튼 뭐 오른쪽의 부인을 많이 사랑하긴 했대요. 궁금하면 직접 가서 봅시다!


빛의 제국, 골콩드, 피레네의 성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적인 작품들에도 간략한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이 3가지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마그리트가 고집한 자신만의 그림 철학이에요. 그는 HOW 보다 WHAT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릴까?보다는, 무엇을 그릴까?를 우선적으로 생각한 화가에요. 일상적인 소재에 집착한 것 또한 '무엇을 그릴까'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 끝에 선택한 결정인거죠.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있어 초현실주의란 결국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로써 구현해낼 수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TO SEE IS NOT TO BELIEVE 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보이는 그대로 사물을 믿지 않았기에 끝없이 무엇을 그릴까를 고민했던 르네 마그리트!


굿즈 뱃지, 2000원 품목이 다양하지 않았다


이렇게 정말 가보고 싶었던 르네 마그리트 전을 마무리 할게요. 언젠가 살바도르 달리전이 준비된다면 마그리트랑 제대로 비교해보고 싶네요~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흥미로운 화가를 알 수 있어 기분 좋은 전시회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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