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할 사람은 나다.
1. 전문가는 '어떤 부문에 오로지 힘써 높은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한 분야에서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하루 세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에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분야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2. 나는 전문가들이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언어로 대중을 소외시키는 행태를 싫어한다. 그래서 '전문가'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달갑지 않다. 세상에 이렇게 저렇게 행세하는 전문가들이란 대체로 자기 분야의 조각 지식으로 밥벌이하는 사람들이다. 전문가들의 조각 지식들을 아무리 합쳐봐야 진리는 구현되지 않고 세상이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다.
3. 굳이 '전문가'를 말하자면 우리는 누구나 전문가다. 우리는 이미 수십 년 이상 숨쉬고, 먹고, 걷고, 자고, 대화하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1만 시간 이상 했으니 이미 숨쉬기 전문가, 먹기 전문가, 걷기 전문가, 대화 전문가, 생각하기 전문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아마추어로 살아간다. 의식적인 연습을 하지 않은 채 되는 대로 먹고, 자고, 걷고, 말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 나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즉 나는 '나 전문가'다. 내가 더 나 다워지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나는 나에게 생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나에 대해서 남과 차별화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나에 관한 전문적인 견해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5.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나 전문가'로 살지 못한다. 나를 관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지 않으니 알 턱이 없다. 걷을 때 걸음을 관찰하고, 먹을 때 먹기를 관찰하고, 숨을 쉬면서 숨쉬기를 관찰하고, 말할 때 말을 관찰하고 생각할 때 생각을 관찰해야 한다. 요컨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자는 말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방치하지 말라는 얘기다.
6. '나 전문가'가 될수록 사랑할 수 없는 나를 만난다. 어렴풋이 생각했을 때보다 훨씬 더 교만하고 추악하고 볼품없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나의 문제를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나 전문가'란 나에게 절망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묘한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풍선, 유화, 기김진호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