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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진호 May 31. 2015

그림 잘 그리는 법

그리기에 소질이 없다? 그럴 리가.

참 이상하다. 사람들은 열이면 열, "나는 그리기에 소질이 없다."라고 한다. 그럴 리가. 그렇게 답한 사람 중에 틀림없이 그리기에 소질이 뛰어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재능이 계발되지 않았을 뿐. 사람들이 스스로 소질 탓, 재능 탓을 하는 것은, 자신의 무능력이나 실패를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 혹은 운이 없었다고 변명하기 위해서다. 그 일에 충분히 몰두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가? 간단하다. 그려라. 무조건 그리는 것이 좋은 그림을 그리는 비결이다.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림에 관한 약간의 지식이나 미술재료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약간의 연습이 필요하긴 하다. 그런데 처음부터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결은 그리기를 시작 하는 순간 축적되기 시작한다. 

 

양은 질을 낳는다. 애오라지 많은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한결 더 좋은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다작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디어의 질이 더 높아지는 게 아니다. 고양된 상태와 창조성은 하염없이 그림으로써 얻어진다. 그리기에 성공할 수 있는 비결 하나는, 머릿속이 아닌 화폭 위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당신이 다 쓰고 쌓아둔 물감껍데기가 늘어날수록 당신의 실력도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지 마라.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말하는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그저 넋 놓고 수동적으로 낭비한 시간과 에너지가 많을 것이다. 그림을 좀 더 창조적으로, 좀 더 빨리, 좀 더 잘 그리지 못하는 것을 고민할 뿐, 꾸준히 그림을 그리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속지 마라. '그림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그리기'가 아니다. 그림에 관한 책을 보거나 작품을 감상하거나 미술도구를 정리정돈 하는 것도 '그리기'가 아니다. 그리기는 화폭 위에 붓을 얹는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 그리거나 그리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뿐 그 중간은 없다.


당신이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내가 전시회를 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오늘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이다. 물론 당신의 모든 그리기가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맨 처음 수첩이나 스케치북에 휘갈겼던 아이디어가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림을 고치고 다듬는 과정에서 삭제되고 폐기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불필요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림을 그리려고 씨름을 하며 나는 다음과 같은 명백한 사실을 깨닫곤 한다. 즉, 그림을 그려서 화가가 되는 확실하고도 유일한 길은 무조건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지는 않고 계획을 세우거나 그림에 관한 말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무조건 그려야 한다는 것. 

 

화가란 오늘 그림을 그린 사람이다.

 

* 이 글은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의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의 내용을 패러디하여 쓴 글임을 밝힙니다.

<파란 풍선> 기김진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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