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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Jan 30. 2019

생태주의와 아름다움

자연의 미학

앤디 골즈워디(Andy Goldsworthy)의 사진 작업


생태주의와 아름다움



눈을 뗄 수 없는 사진들이다. 나뭇가지, 얼음, 돌, 눈덩이 같은 자연의 소재들로 만든 수학적으로 정돈된 형태들. 이들은 펜이나 컴퓨터로 그린 도형과도 다르고, 길가나 숲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물과도 다르다. 질서와 자연의 결합, 인간의 손길에 의해 재배열된 자연, 그것이 앤디 골즈워디(Andy Goldsworthy)의 사진 작업들이다.



앤디 골즈워디는 자연을 재료로 독특한 형태를 만들고 이를 사진으로 담는 영국 출신의 작가이다. 그는 야외에서 발견한 재료와 도구를 바탕으로 형태를 만든다. 재료를 접합할 때에도 가시나 깃털, 물, 자신의 침 등을 활용한다고 한다. 그는 그가 작업하러 나간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자연물과의 촉각적인 상호작용에서 아이디어를 얻기에 그의 작업은 그 날의 기온, 습도, 바람, 소리 등이 어떠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당연시하며 지나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해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자연애서 아름다움을 찾게 하는 작업들이 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기에?



‘아름다움’은 각 문화가 무엇을 최고의 기쁨이자 능가할 수 없는 훌륭함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반영한다. 한 문화에서 가장 숭상되고 존중받는 가치들은 ‘아름다운 대상’으로 물질적인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인지, 개별적인 ‘아름다운 대상’들은 어떠한 것인지는 사회와 문화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 사회에서 가치 있게 추구되는 것들을 표현한다는 공통적 속성을 지닌다. 기존의 아름다움의 틀 속에서 사유되지 않았던 대상을 아름다운 대상으로 새롭게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은 따라서 가치를 재정립하는 작업이다. 새로운 미학을 개척하는 작업들은 취미 싸움이자 조용한 가치투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정치적이다.



생태주의적인 관점은 환경을 위한 새로운 미학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기존의 미학,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문화에 의해 재생산되는 미학은 맛있게 생긴 고기, 높은 아파트, 무한정 빠른 자동차에 아름다움의 속성을 부여한다. 더 크고 많고 빠르고 새로운 것이 우리 사회에서 추구되어야 할 가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생태주의는 인간을 생명, 무생명의 네트워크 속의 한 부분으로 보며 다른 생명, 무생명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추구한다. 속도와 성과가 아니라 관계, 순환, 재생, 느림, 여백에 주목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를 구현한 대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이 있다면 이는 생태주의적 미학을 여는 길이 될 것이다.





앞서 보았던 앤디 골즈워디의 작업들은 생태주의적 미학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의 사진 작업들은 나무, 낙엽, 얼음, 등 변화하는 자연의 요소들에 다시 주목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연적 요소를 중심에 놓는 새로운 미학을 열어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가 이 사진 작업들에서 보여주는 자연은 인간의 개입에 의해 재배열된 자연이자, 작가가 추구하는 규칙과 질서의 미를 위해 도구적으로 이용된 자연이다. 그렇기에 이는 여전히 인간중심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하지만 그는 다른 작업들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는 생태중심적 미감을 보여준다. <Snowballs in summer 여름의 눈덩이>는 한겨울에 냉동 창고에서 만든1톤짜리 거대한 눈덩이를 여름에 런던 금융가에 가져다 놓은 설치 작업이다. 런던 시민들은 출퇴근시간과 점심 시간에, 또 그 거리를 거닐며 눈덩이가 녹아 점점 작아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작업은 실내에서 빽빽한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흔히 간과하는 도시 환경의 인간 외적인 요소들에 주목하게 했다. 기온, 바람, 습도, 보행자들의 행동, 도시 환경의 모든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며 변화하는 눈덩이를 통해 주변에 존재하는 비가시적인 행위자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작업은 환경과 우리 주변의 요소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생태 전체를 전면에 내세운 작업이다.



Snowballs in summer 여름의 눈덩이



이렇듯 생태주의 미학은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무엇이 가치있게 추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해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무엇에 아름다움을 느낄까? 그것은 어떤 가치 기준을 함축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아름다움을 찾아나가야 하는가?





아트렉처 에디터_지도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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