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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Feb 17. 2019

Piano and

차가운 날씨 탓인지 커피 향에 끌려 가까운 카페로 향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와 금속소재의 단색톤을 주조로 한 Minimal 한 도시적 인테리어와 인테리어 용도 겸으로 놓인 것으로 보이는 키가 큰 B&O 스피커를 통해 좋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멋진 카페입니다. 빈 테이블을 찾아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정신을 차리고 들어 보니, 많이 들었던 익숙한 음악들이 흘러갑니다. Michael Nyman의 대표곡 모음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작곡가의 영화 Piano 주제곡은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 



https://youtu.be/NsQBKr_x-P4

  


워낙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작품이 많다 보니, 영화음악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Michael Nyman은 Minimal music이라는 현대 클래식 음악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음악 형태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시작합니다. minimal music이라는 표현 역시 이 작곡가가 최초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Steve Reich, Philip Glass 등과 유럽의 Michael Nyman, Henryk Gorecki, Arvo Part, John Tavener 등이 대표적인 음악가입니다. 


단선율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미니멀 음악의 특징은 멀리 그레고리안 성가와 바로크 음악 그리고 가까이는 현대 12음 기법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필립 글라스의 오페라 작품들 'einstein on the beach' 'Akhnaten'과 같은 전위적인 작품도 등장하지만, 좀 더 친숙한 클래식 음악인 아르보 패르트도 있습니다.  아르보 패르트의 작품들도 영화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필립 글라스 역시 영화음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오페라를 정복해 보겠노라고 두 오페라의 CD를 미국에서 사다가 낑낑거리며 도전했던 생각이 납니다. )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작곡가가 바로 마이클 니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이클 니만의 대표작인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은 같은 제목의 심리학 임상실험 노트에 기반을 두고 작가가 직접 대본 작업에 참여한 단막 오페라입니다. 주 멜로디를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에 'Ich grolle nicht'에서 따와서 변용을 통해 오페라를 완성해 나갑니다. 



https://youtu.be/c5 W3 qGUa9 XU ( Ich grolle nicht 링크 )



https://youtu.be/UX8 UZiJKgNg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링크)



이러한 음악 실험도 하지만 마이클 니만은 같은 영국 출신 영화감독 피터 그린어웨이의 다양한 작업에 참가하면서 영화 음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고 이후로 상당히 많은 영화 음악 작업을 수행합니다. 


이런 일련의 미니멀리즘 작곡가들의 새로운 시도들은 그 이후 세대들인 Johan Johanson 등 현대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이  대중에게 영화음악 작곡가로 인지되면서 현대 음악의 새로운 부흥을 가져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미술계의 다양한 현대적 시도가 입체파, 미래파, 신조형주의, 다다이즘 등을 거쳐 자리를 잡는 것과 반대로 음악계의 현대적 시도인 12음 기법 등은 지금 와서 보면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견이 가능한 사태인데, 니체의 주장처럼 음악은 아폴론적인 미술에 비해 디오니소스적인 면이 훨씬 강하게 작용합니다 (비극의 탄생). 다시 말해서 음악은 우리의 감정에 훨씬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죠. 


우리가 미술에서 느끼는 조형미는 감정만큼이나 이성이 작용하는 부분이 큰 영역이니, 현대로 오면서 현대 철학 발전과 함께 그 사상적 바탕을 이미지로 구현해 내는 새로운 표현 시도들이 대중에게 수용된 반면, 음계의 해체와 재배열을 통해 발전을 시도한 현대음악은 우리의 감정에 반하는 시도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예술을 막연하게, 무엇인가 대중과 격리된 저 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현대음악은 클래식 음악계와 대중 사이를 이런 편견을 통해 갈라놓은 가장 큰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이클 니만으로 대표되는 다수의 미니멀 음악가들은 이런 편견을 뛰어넘어, 인류의 공통 언어인 음악을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한,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열어준 기수들이었던 것입니다.


 




아트렉처 에디터_훈수의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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