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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Mar 18. 2019

1년에 3일, 사진에 빠지는 도시

뒤셀도르프 포토위켄드

뒤셀도르프 포토위켄드(Düsseldorf Photoweekend) 리뷰


1년에 딱 한 번뿐인 주말, 뒤셀도르프는 사진에 푹 빠진 사람들로 북적인다. 춥고 습한 겨울 동안 숨어있던 예술 행사들이 하나 둘 열리기 전, 뒤셀도르프 포토위켄드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찾아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의 태풍과 함께 뒤셀도르프 포토위켄드 2019를 방문했다. 



지난 3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열린 뒤셀도르프 포토위켄드 2019에는 50개가 넘는 전시가 열렸다. 

도시를 기반으로 열리는 여러 예술 행사들이 그렇듯, 이 행사도 미술관과 갤러리 외에도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2012년 시작해 역사가 짧은 행사지만 독일 노르트베스트팔렌 주의 주도답게 문화예술 산업 역시 발달한 터라 그 기반이 탄탄하다.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베허 부부로 시작되는 뒤셀도르프 학파를 모를 수 없다. 

바로 그 유명한 ‘유형학적 사진'을 이끌고, 기반이 됐던 곳이 이 도시다.

때문에 시내 중심지에서 미술관과 갤러리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러한 특징을 잘 활용한 행사가 바로 뒤셀도르프 포토위켄드다. 비록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하나의 중심에서 시작해 조금씩 퍼지는 동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느닷없이 찾아온 두 개의 태풍으로 인해 교통 상황과 날씨가 좋지 않아 관람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다

이 행사는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고, 각 전시는 서로 다른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때문에 관람한 전시 중 인상 깊은 작업과 전시 주제를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우선 전체적인 주제는 없지만 포토위켄드는 비교적 시류를 잘 타고 있는 주제가 많았다. 먼저 Kunstpalast는 여성 저널리즘 사진가 8인을 다뤄 그들의 사진과 활동을 선보였다. 

일부 사진을 제외하곤 특별히 ‘여성'의 특별한 시선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남성 중심의 저널리즘 사진 세계에선 1, 2차 세계대전 전방에 나선 여성 사진가들의 이름을 사진의 역사에서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을 전면에 세우고, 활동을 돌아보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NRW Forum이다. 

이곳에선 ‘바우하우스와 사진- 동시대예술에서 새로운 바라봄으로(Bauhaus und die Fotografie - Zum Neuen Sehen in der Gegenwartskunst)’와 ‘이슈 09(Issue 09)’가 열렸다. 총 4개 전시관 중 3개를 차지한 바우하우스 전시는 올해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보인다. 지금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들은 현대 작가들과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미 충분히 봐왔던 바우하우스 전시는 아니고 미묘한 접점을 이루는 현대 작가들의 작업이 대부분이다. 또한 사진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그간 디자인 중심의 전시와도 차별점을 보인다. 



Douglas Gordon, Play Dead; Real Time, 2003

Carolyn Cole, Iraqi police officers line up in combat gear to take part in one of several war-preparation exercises, Baghdad, Iraq, 2003

Susan Meiselas, Firing range used by US-trained Atlacatl Battalion, Atlacatl, El salvador, 1983


선입견을 벗어내고 있는 아시아 미술

재미있는 점은 이 행사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의 위치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노르트베스트팔렌 주의 특징이 묻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탄광 산업이 발달했던 곳이기에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많이 온 곳이 이곳이다. 뒤셀도르프는 일본인 거주자가 많아서 그들을 위한 도로가 따로 있을 정도. 최근 중국 유학생과 사업가들의 방문이 높은 곳도 바로 뒤셀도르프다. 

이를 반증하듯 영상 컬렉션 전시 공간으로 유명한 Julia Stoschek Collection에서는 두 명의 중국 큐레이터를 통해 선정된 8명의 작업을 선보였다. 중국을 파란색으로 재해석한 작가 Yoland vom Hagen의 전시 ‘그리고 사실 중국은 파란색이야(Und in Wirklichkeit ist China blau)’, 

작가 Du Zi의 ‘지구의 흉터 - 중국의 비판적인 풍경 사진(Die Narben der Erde - Kritische Landschaftsfotografie aus China)' 등이 있었고, 독일, 일본 혼혈인 작가 Kanjo Take의 사진과 영상 혼합 매체 전시도 인상 깊었다. 


Burkhard Eikelmann 갤러리에는 작가 Nils Müller의 ‘빨리 빨리'와 같은 한국에 관련된 작업도 있었다. 그리고 몇 작품을 제외하곤 오리엔탈리즘의 시선을 찾기 어려웠다. 선입견 속에 있는 아시아를 넘어선 작업이 많았던 것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Nils Müller, Nummer 14, Nummer 08
Juergen Staack, DMZ(Nordkorea), 2019


Yolanda vom Hagen, Supermarktangestellte/Fahrradwächterin, Beijing, 2009
Kanjo Take, Volcano Edge, 1978/2019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특징은 뒤셀도르프 인근의 예술 학교 학생들이 매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 기반의 행사를 진행할 때, 전시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공모 방식도 좋지만, 인근 지역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뒤셀도르프 포토위켄드에는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를 비롯해 HSD, 도르트문트 전문 대학 사진학과의 학생들이 직접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해 나왔다. 또한 전시 진행 중 학생 작가들은 상주하며 자신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이 점이 인상적이기 때문에 언제나 학생들의 전시에는 관객들이 많다. 


Christine Erhard, B 4B, 2019


Prof. Mareike Foecking, I have seen i am making the future
Amira Hartmann, Kein Highspeed mehr


사진 역사에 길이 남는 역사를 지닌 뒤셀도르프. 이곳에서 시작된 젊은 사진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매년 부족한 점을 조금씩 채우며 이어진다면 언젠가 뒤셀도르프를 상징하는 사진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시 새로운 포토위켄드를 기다리며, 내년에 방문할 관객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남긴다. 



전시 관람 팁

  - 뒤셀도르프 포토위켄드 공식 홈페이지에선 구글 맵을 통해 전시 지도를 제공한다.     간단한 소개와 사진을 볼 수 있기에 근방에 있는 전시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 3일만 진행하는 전시와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전시로 나뉘는데, 인근 지역에 산다면 먼저 짧게 열리는 곳을 방문하고     이후 여유롭게 다른 전시를 찾아가는 것을 권한다. 여행자라면 가장 기대되는 전시를 보는 것이 좋다. 

  - 대부분의 전시는 무료이지만, 일부 미술관은 일반 관람료를 받는다. 통합권이 없으므로 계획에 맞춰 미리 뮤지엄 패스를 구매하는 것도 좋다. 

  - 동선 구성이 중요하다. 특히 독일은 토, 일과 같은 주말에 대중교통 운행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 일요일은 시내 중심가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마트와 식당이 쉬거나 늦게 연다. 물을 사놓거나 미리 식당 영업시간을 파악해야 한다.


- 2월 말에서 3월 중순까지 태풍 올 확률이 높고, 내내 비가 오는 날이 많다. 가벼운 짐이 가장 좋고, 비행기나 기차를 타야 하는 상황이면 기상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글_아트렉처 에디터_노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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