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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Apr 01. 2019

맑게 흐르는 한 마리의 새

무용수 박시우


커다란 새 한 마리가 고속도로 위를 활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새가 날기 시작할 때는 방향을 염두에 두지만 날 때는 그냥 기류를 탄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 마크 네포



<맑게 흐르는 한 마리의 새> - 무용수 박시우



무용수 박시우의 동작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다. 들이쉬었다가 내쉬는 숨결, 자신의 기류를 타서 맑은 파란빛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의 새, 넘실거리는 작은 바다, 나선형으로 휘감는 파도, 삶을 관통하는 받아들임 등 말이다.

이 이미지들의 공통점은 곡선과 순환의 이미지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곡선, 순환 등은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다.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갈 지는 모르나, 중요한 사실은 항시 변화하고 항상 흐르며, 항상 움직인다는 것이다. 어떠한 불순물도 용납할 수 없이, 자신의 맑은 기운을 타며 흐르고 흐른다.

 


지구와 우주는 모든 흐름들로 움직이고, 우리는 마치 스스로 약속을 한 듯, 자신의 소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자본주의 사회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자신의 고요한 흐름과 소명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표면의 것들에 집착하는 대신, 외부의 소란에서부터 벗어나서 자기 자신의 길을 자연스레 걸어가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녀에게 무용을 하는 이유에 대하여 물었다.



대답은 단순했다. ‘그냥 좋다.’라는 이유였다. ‘그냥’이라는 것은 사실 가장 자연스러운 대답이다. 자기 자신에게 뿌리 내리고, 모든 소란에서부터 벗어난 뒤의 고요 속에서 삶은 우리에게 힌트를 준다. 우리가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삶에 대한 것 말이다. 가슴 속 목소리는 스스로에게 최선의 길을 걷게 하도록 도와준다. 그 목소리는 어떠한 결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소명이기도 하고 운명이기도 하다. 그것을 따르는 것이 ‘좋아서, 그냥.’이라는 대답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어떠한 것이든 자기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일이면 그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유와 사랑의 길이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 나는 법을 배운다.’ 라는 류시화 시인의 말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은 머릿속으로 생각과 계획을 실행하도록 한다. 그래서 때때로 우리는 무엇을 시작하기도 전에 계획하고, 계산하고, 목적지를 정하고, 길을 정해놓는다. 하지만 그러한 계획을 꽉 붙잡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집착으로 변하기 쉽고, 순간 속에서 피어오르는 경이의 풍경들을 바라볼 수 없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삶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기게 되면 우리는 기류를 타고 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의 자연스러운 결을 타는 방식이고, 우리가 태어나면서 자신에게 했던 단 하나의 약속을 지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질 때 지고, 피어오를 때 알아서 피어오르는 그러한 아름다운 꽃같이 말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흐름을 타면 자연스레 행복의 길과 함께 걷게 된다. 본질적인 행복과 기쁨은 우리가 쟁취하거나 목표로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완전한 우연에 우리의 몸을 맡겨야 우리에게 자연스레 다가온다. 그것들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삶의 길을 잃어버리거나, 예상치도 못하는 곳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완벽한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행복을 마주한다. 그것은 날아가는 푸른 하늘의 반짝이는 햇빛처럼 그대로 우리에게 왔다가 날아가 버린다.


아마도 그녀는 완전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나는 법을 배우기로 다짐한 것이 아닐까? 자신의 소명에 최선을 다하며,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말이다. 어디로 날아오를지는 모르지만, 행복이라는 발자취를 남겨가며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지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자연이 억지로 힘쓰지 않아도 완벽한 타이밍으로 계절이라는 흐름으로 흘러가듯.


자연과 예술은 삶의 본질을 가슴과 가슴을 통하여 우리에게 느끼도록 깨우쳐 준다. 그리고 텅 비어버린 가슴에 순수한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가끔씩 삶이 비, 해일, 먹구름 같은 자연재해처럼 우리의 마음에 많은 고통으로 다가오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것들이 우리의 마음 속 불순물들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삶의 고마운 선물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많은 것들을 오는 대로 받아들이고 순간마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인터뷰를 했던 날에도 비가 왔다. 그것은 끝과 시작을 알리듯 많은 과거의 불순물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햇살이 비출 날을 예언하였다. 차가운 빗물이 쏟아지는 하늘 위에는 언제나 변치 않고 우리 마음속에서 뜨겁게 빛나는 태양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글_아트렉처 에디터_박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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