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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Sep 21. 2018

음악의 무지개를 좇다.

<류이치 사카모토 Life, Life>

    음악과 소음의 경계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음악이라 부르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올린의 활로 심벌즈를 가른다면 어떨까? 날카로운 진동이 귀를 가르면 사람들은 소음이라 느낄까 음악이라 느낄까?


Piknic이 주최한 류이치 사카모토 전 


  류이치 사카모토 전 <Life, Life>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 Life에 대한 이 전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음악이라는 범주를 뒤집는다. 관객들은 그가 작곡한 유명하고 아름다운 곡들을 들을 것을 예상하며 전시장에 들어서지만, 정작 마주하게 되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소음에 가까운) 음악이다. 사람들은 무지개를 보통 일곱 가지 색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아직 명명되지 못한 무수히 많은 색의 스펙트럼이 깔려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우리가 음악으로 분류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소음 속에서 음의 색을 고르고 있다.



  그는 젊은시절 다양한 활동을 해왔으나 14년도에 암을 판정받은 후로 대외적인 활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시에서 그는 색다른 장르와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가 일상에서, 특히 자연 속에서 음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17년도에 개봉한 그의 다큐멘터리 필름 'CODA'의 영상을 많이 차용했다. Coda란 한 악곡이나 악장의 끝맺음을 강조하기 위한 마지막 부분의 악구(樂句)라는 뜻의 음악용어라고 한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새로운 음을 끊임없이 좇아다니는 그의 모습에서 암 판정을 받은 그가 자신의 삶의 마지막 부분을 음악의 무지개로 칠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의 만족스러운 coda, piknic의 루프탑


  전시장을 나와 옥탑으로 나왔다. 날씨가 좋아 옥탑은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그의 음악을 즐길까 잠시 고민하다 야외 테라스의 의자에 앉아 사카모토처럼 바람소리에, 매미소리에 집중해본다. 이 소리를 지금 그가 듣는다면 어떤 악상을 떠올릴지 더듬더듬 생각해보다 이 테라스야말로 <Life, Life>의 coda구나 깨달았다.




아트렉처 에디터_조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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