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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Jun 19. 2019

파리의 딜릴리

ILILI A PARIS, Dilili in Paris, 미셸 오슬로

애니메이션_파리의 딜릴리, ILILI A PARIS, Dilili in Paris, 미셸 오슬로


뛰어난 색채와 동화 같은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연출한, 미셸 오슬로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기존 작이었던 <키리쿠, 키리쿠>(2005), <밤의 이야기>(2011) 등과 마찬가지로 파리 전경을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스크린에 풀어내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의 30여 년 작품 활동 기간 중 총 26회 영화제 수상이라는 놀라운 이력으로 남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를 대변하는 그만의 메시지는 작품 속, 한 컷 한 컷마다 조화로운 색감들로 스며들어 있어 보는 내내 시각적 풍만감과 생각의 폭들이 함께 솟아오를 것이다.




한편, 전작과 마찬가지로 파리의 딜릴리 역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프레임마다 캐릭터 형체와 이들을 둘러싼 특정의 배경과 색상들은 당시 식민지 시대, 유색인종의 억압과 차별을 묘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사회상황과 대응하기 위한 캐릭터 묘사 (인종적인 시대상은 물론 당시 빈약했던 여성 활동에 반기라도 들 듯)를 통하여 다양한 사회 분야로 진출하고 생산 활동을 하는 여성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물론 작품은 여기서 머무는 것이 아닌, 당시 예술을 선도했던 파리의 생활상을 포착하고 주요 배경이 되는 ‘벨 에포크 파리’를 빛낸 13인의 예술가들의 작품과 모습을 반영한 영상도 다채로운 시각으로 각 프레임마다 펼쳐진다. 흔히 파리의 아름다운 시절로 칭하는 벨에포크(Belle Epoque)'는 80년에 걸쳐 벌어진 혁명과 폭력 그리고 정치적인 격동기에서 벗어나 사회적 평화와 번영을 구가한 1890년부터 1914년에 이르는 기간으로 정의하는데, 특히 인상주의 화가들의 선명한 색채, 푸르스트의 소설 그리고 세계박람회와 에펠탑 그랑.프티 팔레 궁 등, 당시의 낙천적인 시대적 에너지를 함께 반영하고 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우디 앨런 작>에서도 유사하게 연출되어 화재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듯이. 이 영화는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구체적인 색채와 현실의 폭을 넘어서는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당시의 사회와 생활상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영화 속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파리의 벨 에포크 시대, 평화로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아이들이 납치되는 이상한 상황들이 연속해서 벌어진다. 여기서 카나키 출신의 사랑스러운 소녀 '딜릴리'와 배달부 소년 '오델'은 우연히 파리 시내를 구경하다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게 되고 그 흐름을 역추적하게 된다. 그들은 중간중간 위험을 무릅쓰고 단서를 풀어내려 하지만 중간중간 위기가 닥쳐오는데, 이 과정에서 만나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 피카소, 로댕, 모네, 드뷔시, 르누아르, 퀴리부인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위기에 처한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각 씬에 등장하는 주요 예술가들의 행동묘사는 물론 유명한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수련], [정원의 여인들]을 그린 모네, 사건에 힌트를 던져주는 수잔 발라동과 콘스탄틴 브랑쿠시, 앙리 루소의 행위묘사,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문학계에 획을 그은 소설가 콜레트와 철학적인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까미유 끌로델부터 '딜릴리'의 지원군이 되는 성악가 엠마 칼베까지, 당대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의 등장 (영화 속에서는 총 100여 명의 예술가가 등장)으로 하여금 시대적 상징성은 물론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내러티브 역시 극적이고 환상적으로 묘사된다.


2018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막작이자 2019년 세자르 영화제 촤우수 애니메이션작인 미셰 오슬로 감독의 '파리의 딜릴리'는 오락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겸비하였기에 영화 속 파리로 떠나는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는) 예술여행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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